[스포주의] 보석을 토하는 소녀 6권 리뷰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
전편에서 일라쟈의 실연이 가져온 충격, 클루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던 소중한 친구의 실연에서 무엇을 봤을까. 도적들 소굴에서 철이 들 때부터 배를 차이며 보석을 토해내던 끔찍한 나날에서 자신을 구해준 스푸트니크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에게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봤을까. 따뜻한 안식처와 세상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주는 든든한 등과 팔, 어린 나이임에도 그에게 연심을 품지 않은 건 오히려 이상하다는 식의 나날들. 마치 껍질을 깨고 나온 어린 새끼가 어미를 각인하듯 스푸트니크를 바라보았던 클루, 하지만 이제 참지 않을 거라는 듯 껍질을 벗어던진 소녀의 성장통이 시작됩니다.
인간의 DNA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드나?라는 듯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클루는 자연스레 그를 연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날이 커지는 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침내 10년 지기 와이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간섭을 해대는 통에 보는 이로 하여금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꼴을 못 보고, 허구언날 잔소리가 늘어갑니다. 이것은 그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내 남자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이었다랄까요. 그래서 누가 제발 좀 이 애에게 지금의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좀 가르쳐 주라고!!라고 수없이 되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클루가 이번 에피소드부터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일라쟈의 실연에서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발견하고야 마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도 날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클루, 반면에 좋아하는 남자의 죽은 줄만 알았던 약혼녀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를 약혼녀의 곁으로 보내주기로 한 일라쟈, 클루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좋아한다면 그것을 관철해야지 왜 보내줄까 하는, 그래서 답을 찾아 온동네를 싸돌아다니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해답을 찾지 못한 그녀는 여행을 떠납니다.
체험학교로요. 5일 동안이지만 스푸트니크 없는 나날에서 그녀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게 될까. 어른들의 연애관을 이해하지 못해 답을 찾아 타지까지 온 그녀, 여기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고 있진 않았습니다. 세상 물정 어두운 건 둘째치고 그녀가 가진 지식에 반해 너무 성숙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 그녀가 드디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면 틀림없이 그녀도 해답을 얻게 되겠죠.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과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이전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클루가 드디어 내면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은 가만히 앉아서 나만 바라봐였던 것이 지금부터는 그의 눈을 돌리기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 답을 찾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스푸트니크도 보호자 입장을 넘어서서 조금식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는 그녀를 의식해 갑니다. 필자는 이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뭔가를 쟁취하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라 같은? 조각조각이던 마음이라는 파편이 조금식 모여 형태를 지녀가는 이런 방식을 좋아합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의 장르를 정하라면 시리어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보석을 토하는 주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소재이기도 하고, 어린 소녀의 배를 차서 보석을 토해내게 한다던지, 그런 그녀를 노리고 암약을 펼치는 마법사 무리, 그런 모든 악의로부터 소녀를 지키려는 청년을 놓고 본다면 시리어스가 따로 없죠. 문제는 이물질이 끼여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큰 티가 아닐까 하는군요. 보석을 토한다는 희귀한 소재임에도 그걸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엄한 러브 스토리나 쓰고 있으니... 어쨌거나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르게 호호 할아버지라든지 클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호호 할머니 같은 훈훈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힐링은 이런 게 힐링이지 같은 장면도 다수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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