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자동판매기로 다시 태어난 나는 미궁을 방랑한다 1권 리뷰
자판기 마니아가 넘어지는 자판기에 깔려 죽었다 깨어나 보니 이세계에서 자판기로 환생했더라.입니다. 예전에 이 작품의 정보가 떴을 때 이젠 하다 하다 자판기로 환생하냐?라고 비꼬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우리나라에도 정발이 되었군요. 뜬금없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렇담 읽은 소감은 어떠한가라면 일단 읽을만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도 양판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개인적인 견해). 인간의 몸에서 자판기로 바뀌었을 뿐 하는 짓은 여느 이세계 전생물이랑 비슷하거든요. 스킬을 얻고 능력을 얻어 가는 모습이라던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나중에 정부인이 될 히로인과의 만남이라던지...
사실 필자는 이젠 이세계물이라면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동안 드래곤이든 슬라임이든 거미든 백곰이든 간에 생물로 환생한 건 그나마 행복했을 것이고 무기질로 환생한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이 동해서 이 작품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번 더 소감을 밝히자면 여타 이세계물보다 조금 더 인간적인 면과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는 것이고, 아직 1권이라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필자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 건 하렘이라고는 애매하고 적절한 히로인들의 출연으로 눈꼴 시려운 걸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후기 보니까 작가가 고심을 많이 한 거 같던데, 먼치키을 배제하는, 가령 누군가가 옮겨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설정, 누군가가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포인트가 소실되어 몇 달 뒤 기능 상실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 일명 먼치킨이 되기 위해선 엄청난 포인트로를 모아야 된다는 설정, 갖가지 인간 군상들이 늘어놓는 웃고 울고 때론 거무칙칙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주인공을 핫콘이라 이름 지어주고 어딜 가든 짊어진 채 옮겨주는 히로인 랏미스와의 끈끈한 유대는 기존 이세계 전생물과는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이제부터 내가 널 보살펴줄게 같은 미저리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이건 기분 탓이겠죠.
눈을 떠보니 어느 호숫가,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려 봤지만 관심을 가져준 건 개구리 몬스터뿐이었고 이제나저제나 기능 상실에 빠질 거 같은 나날을 보내다 히로인 랏미스를 만난 주인공은 그녀에게 기대어 근처 마을로 와서 자신이 전생에서 격어본 각종 제품들을 진열해 팔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포인트를 모아갑니다. 이 부분은 역시 음식으로 이세계를 침공한다의 클리셰를 이어가고 있어서 딱히 신선한 건 없습니다. 그 음식 대상이 자판기용 제품으로 바뀌었을 뿐이거든요. 이걸 먹고 우와 하며 감탄하는 클리셰 역시 여느 음식 라이트 노벨이랑 비슷하고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인공은 정해진 기계적 음성만 내뱉을 뿐 인간의 말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여타 작품들과 가장 큰 차별을 둔 게 아닐까 하는데요. '어서 오세요'나 '감사합니다' 같은,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이런 암호 같은 말을 이용해 예, 아니오로 구분해서 소통하는 모습이 조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과 랏미스가 이렇게 소통하며 서로가 조금식 이해해 가고, 마음이 통하면 척하면 착이 된다고 주인공이 뭘 하고 싶은지 랏미스가 감으로 알아맞혀가는 장면들은 훈훈하고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꿀꺽 꿀꺽 삼켜대고(자판기에서 제품을 살려면 돈을 넣어야죠), 제품 충전도 안 하는데 계속해서 쏟아지는 자판기를 노리는 무리도 당연히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또 인연으로 이어지 것이어서 강제 이벤트성이 엿보이긴 하지만 랏미스의 친구 휴루미와 이어지면서 또 한 번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데요. 어느 날 도적들에 납치되어 가보니 같은 소굴에 갇혀 이제나저제나 하는 휴루미(참고로 여자)를 도와주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은 착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위에 인간관계가 성립되는가 보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군요.
맺으며, 기존 이세계 전생물의 틀을 이어가고 있지만 작가가 차별을 두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주인공을 먼치킨이면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는, 예로 자기가 접한 제품은 무엇이든 꺼낼 수 있지만 도움 없인 움직이지 못한다거나 제품을 팔아서 포인트를 벌지 못하면 기능 상실에 빠진다거나 같은 적절한 제어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다만 이세계로 넘어가면 여지없이 천성이 착해지고 예쁜 히로인을 만난다는 주인공 버프를 이 작품도 도입하고 있어서 이것 때문에 점수를 다 갉아먹고 있기도 합니다.
몸 관련 위기 회피 능력이랄지 감이 좋아 관련 위험을 잘 피해 가는 랏미스, 넉살도 좋고 붙임성도 좋은 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녀의 능력은 400kg이 넘는 주인공을 둘러매고도 아무렇지 않는 괴력, 이것이 또 매력입니다. 괴력으로 인해 다들 파티를 맺어주지 않아 굶어 죽어가다 주인공이 내준 음식에 기사회생하곤 그 뒤부터 주인공을 챙겨주며 나중엔 아예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에선 어쩐지 애처롭기도 하였군요. 여기에 후반에 등장하는 휴루미는 독설가이면서도 착한 주인공에 감화되어 그녀 또한 주인공을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은 읏프기까지 합니다.
좀 더 사설을 늘어놓자면 여느 라이트 노벨에서 비슷한 성(性)에 관련된 것도 나옵니다. 표현도 꽤 적나라하게 되어 있고요. 하지만 이게 노골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올바른 성교육 같은 것도 있어서 제법 흥미가 돋습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여담으로 일러스트가 잘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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