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지금 마인의 인생이 요동치는 건 다 자기가 저지른 일 때문입니다. 책에 목숨 걸었다가 체력적이나 주변 환경 등에 의해 진짜로 죽을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죠. 거기다 주변에서 필사적으로 그녀에 대한 정보 통제에 나선 걸 비웃듯 싸돌아다니는 바람에 빵빵한 마력과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고 결국 노림을 받게 되어 가족과도 생이별을 해야만 했었죠.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책 책하며 빨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 통에 주변 사람들의 위는 빵꾸가날 지경입니다. 뒤치다꺼리하느라요. 그래도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고 우여곡절 끝에 영주의 양녀라는 신데렐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손익 계산에 의해 이뤄진 일인지라 딱히 마인이 구원받았다고 할 수는 없죠.


그녀는 지금 신전장의 일, 고아원 원장의 일, 공방의 일, 다가오는 수확제의 대응과 자기중심적 개똥같은 오래비 때문에 마음이 타들어가기만 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다 자기가 판 무덤이라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언제나 충동적으로 돌진하는 성격 때문에 정신 차리고 보니 일이 벌어져 있고 주변은 그 대응하느라 솔직히 이용 가치가 있는 그녀의 능력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일나도 일났지 싶군요. 그런 상황에서 또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수확제와 새로운 공방 문제로 들린 근처 핫세라는 마을에서 마인이 충동적으로 고아들을 대려 오면서 또 사태가 커져 갑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전까지는 가족 간 유대가 테마였다면 지금부터는 이세계에서 사람이 지녀야 할 상식과 지위에 따른 책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인이 고아들을 데려온 이유는 인간적으로 사람을 사고파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인데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 합니다. 핫세에서 마인이 고아들을 대려오는 과정에서 항명과도 같은 촌장의 행동과 마을 사람들에 의한 신전 습격이 벌어집니다. 이것은 곧 영주에 대한 반역이라는 결론으로 넘어가는 건 자명한 일이고요.

페르디난드(신관장, 마인의 양아버지와 이복형제)도 같이 있었지만 그는 둘째 치고라도 영주의 명을 받고 온 영주의 양녀(마인)에 대한 불손, 그녀(마인)의 소유인 신전에 대한 습격, 이 정도면 마을은 멸족을 피해 가지 못할 터이지만 이번엔 마인을 귀족으로써의 책임과 상식을 공부를 시킨다는 명목하에 이 사태를 해결하라는 숙제가 페르디난드로부터 내려옵니다. 마을 전체를 멸족 시킬 것인가 원흉만 골라내고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살릴 것인가... 이세계 상식 결여인 그녀에겐 내가 이러려고 영주의 양녀가 되었나 싶은 일이죠.


그녀는 우라노 시절의 상식과 이세계의 상식이 충돌하면서 괴리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사람은 평등하다는 이전 세계와는 다르게 이세계에선 계급에 따라 물건 취급하고 내가 살기 위해 고아들을 팔아서 겨울을 나는 행동이 과연 옳은가 하는 걸로 끙끙 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신전의 일과 고아원의 일을 처리하고 양아버지인 영주를 찾아가 이거저거 보고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요. 그런 그녀의 고생은 생각도 안 하고 자기중심적인 오래비가 자꾸만 시비를 걸어옵니다. 여기서 오래비란 양아버지인 영주의 친자식을 말합니다. 이게 참 사람 사는 맛을 살려준다고 할까요.


영주의 아들이 되어 놓으니 다이아 수저도 이런 다이아 수저도 없는 것입니다. 아비인 영주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오냐오냐로 키워 놓은 통에 내가 왕이로소이다.랍니다. 공부는 죽어도 싫어하는 데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농땡이 필거 다 피다 보니 귀족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년배(참고로 오래비는 마인과 동갑)의 고아들도 벌써 글자를 깨우쳤는데 아직도 가나다라도 못하니 마인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거기다 질투심은 뭐가 그리 큰 지 일 때문인데도 마인만 아빠와 만난다느니 마인이 뭘 좀 하면 심통이 나서 만날 때마다 트집을 잡는 통에 결국 마인은 뚜껑이 열리고 맙니다. 여담으로 이후 일어난 에피소드는 두세 번 읽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군요. 자세한 건 지면 부족으로 생략...


난 도망치지 않아요. 체력이 없어서 조금만 걸어도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주제에 일 처리 능력은 정말로 기가 막혀서 어떻게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래는 영주는 물론이고 오래비에게 함부로 말하는 건 사형감이지만 애가 겁도 없이 자기주장을 펼치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직언하고, 사실 겁이 없다기보다 이전 생의 상식 때문에 이러는 거지만요. 더욱이 주위에서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안 하니 문제는 없겠죠. 그것보다 빨빨거리며 싸돌아다니지 말라는데도 하고 있으니 이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눈만 뜨면 일을 저지르는 통에 뒤치다꺼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앙이 따로 없죠. 그 역할은 신관장인 페르디난드로써 그녀의 고삐를 잡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이 정도 써놓으면 마인이 무슨 문제 덩어리 아이인 걸로 비칠 텐데 꼭 그렇지마는 않습니다. 주변 사람에겐 재앙이지만 작가가 이러려고 마인을 7살로 맞춘 거 같은데 행동 하나하나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특히 레서 버스 꺼내서 타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표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합니다. 여튼 그녀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은 주변에 나쁘게 피해 가는 게 아닌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라 수긍할 수밖에 없어요. 최종적으로는 자기 취미 때문이긴 하지만 뭐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하면 되겠죠. 주변은 또 얼마나 살뜰하게 챙기는지 한번 품에 들어온 사람은 기필코 지키려는 그녀의 마음은 빛나기까지 합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가 손익계산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인은 책을 만들기 위해 주변을 이용하고 주변은 삶의 질을 높이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거나 징세를 위해 마인을 이용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건 현실에서도 응용되고 있는지라 속이 시커먼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 선한 사람들의 희생이 따르지 않는 이익을 계산 해나가고 악인만 제거되고 있으니 딱히 어둡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인의 귀여움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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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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