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크리티컬 에어리어>라 명명되는 갑자기 도쿄 중심부에 나타난 타원형 보라색 장벽 속에서 수백만 명이 EOM <하멜른>에 의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로부터 2년, 오늘도 주인공 렌지 이웃집 누나 '오사토 유이'를 찾기 위해, 파트너 카나타 동생 소타찾기 위해 <크리티컬 에어리어>에 숨어듭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원흉 EOM <하멜른>을 쓰러트리고 소중한 사람을 구출하는 것,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2년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훈련을 받고 59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겨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60번째로 <크리티컬 에어리어> 침입하여 이번에야말로 <하멜른>을 쓰러트리고 구하고 말 것이라고...


모든 것을 거부하고 모든 것에 죽음을 공평하게 내리는 곳 <크리티컬 에어리어>, 그런 곳에 숨어드는 자가 있었으니 그들을 [레이더]라 부릅니다. 실종된 소중한 사람을 찾기 위해 혹은 버려진 도시에 값나가는 물건을 훔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침입하는 자들. 렌지와 카나타도 [레이더]입니다. 세간에서는 실종된 사람들의 물건을 훔친다 하여 악의 축이 되어 있는 그들, 그리고 이들을 단속하는 구무청(국가 기관)이라는 단속반과의 목숨을 거는 전투가 이어지고 이들을 노리는 미확인 생명체 EOM과 크립티드들의 습격, 지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이곳에서 렌지와 카나타는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하멜른>이 머물고 있는 구역까지 알아내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에어리어>에 침입하였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을 가로막는 구무청과의 싸움에서 카나타는 빈사상태에 놓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이전부터 렌지를 노렸던 의문의 [레이더]가 또다시 내습하면서 좀처럼 <하멜른>에게 접근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니편 내 편 없는 의문의 [레이더]로부터의 막강한 광역 공격,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이전에 렌지가 구해줬던 키무라라는 여고생이 나타나 렌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사태는 왜? 어째서 여기에?라는 의문 부호를 띄우며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뭐랄까 소재는 좋습니다. 인류 멸망 아포칼립스를 잘 표현하고 있죠. 그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렌지와 카나타의 모습은 눈부십니다. 거기에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란다.라는 듯 이들을 가로막는 구무청과 의문의 [레이더]와의 싸움은 처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온통 적 밖에 없는 곳에서 의지할 거라곤 파트너 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여 <하멜른>을 처치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되찾으려는 렌지에게 들이밀어지는 가혹한 현실, 인간과 EOM의 대결에서 인간 VS 인간이라는 구도가 되어 가고 감정이라곤 인간을 죽이는 것 밖에 없었던 EOM에게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면서 이야기의 향방은 중구난방이 되어 갑니다.


필자는 이 작품의 가치나 재미 부분은 상당히 높게 쳐주고 있지만 진행 방식은 단호하게 0점을 주고 싶습니다. 마치 클라이맥스 때 광고를 트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좀 흥미진진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맥을 끊어놓은 건 예사고 이야기에 필요한 부분이었다곤 해도 양다리를 넘어서 네 다리를 걸치는 주인공 형의 난봉꾼 기질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이거 보고 있자면 여자들은 눈치가 그렇게 없나 하는 선입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요. 더욱이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나세 마리오라는 구무청 여자 요원도 네 다리의 희생양이 되어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다 떠나서 이야기 진행이 중반부터 상당히 빨라집니다. 애니메이션 총집편 보는 것처럼 <하멜른>을 넘어서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리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물론 렌지는 <하멜른>과 싸웁니다. 하지만 목적은 그게 아닌 <하멜른>은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고 진짜는 주인공 렌지의 정체와 이용 가치에 맞춰간다는 것이군요. 갑자기 왜?라는 느낌, 그리고 <하멜른>을 잡고 끝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는 작가의 미온적인 대처는 짜증을 불러옵니다. 대체 뭣 때문에 그 애들이 그 고생을 했는데?라는 씁쓸한 입맛만 있었군요.


맺으며, 안타까웠던 건 오사토 유이를 쏘옥 빼닮은 '히마와리(표지 모델)'의 존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군요. 1권에서 중요한 포지션일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투하되고 2권에서도 중반까진 키포인트로 부각되어 갔는데 후반에 느닷없이 정체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쏟아부었던 복선을 말끔하게 말아 드시는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진진합니다. 마치 잘 여문 배추처럼 속이 알차게 들어가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중간중간 맥을 끊어버리는 통에 그걸 살리지 못합니다. 특히 후반은 거의 LTE급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따라가질 못하겠더군요. 거기에 추리력을 요구하지만 정작 추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짜증 났군요. 물론 뒤에 가서 해답을 내놓긴 하지만 읽는 내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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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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