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다 보면 골 때리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판 무덤에 자기가 들어간 다는 것인데요. 주인공 츠구나는 전생할 때 기본적인 마법 가령 흔히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엘레멘탈 마법은 필요 없다고 자기 입으로 선을 그었더랬죠. 거기다 환생하는 나라는 이 엘레멘탈 마법이 주류라는 걸 알면서도 거부했고요.

그리고 신이 권유 했음에도 외모마저 고치지 않아 환생하고 나서는 무능력, 저주받은 아이, 재앙 덩어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7살까지 아주 개고생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건 자기가 판 무덤이니까 자기가 감당해야 될 일이죠. 근데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자기가 무덤 파놓고 '나 죽을 만큼 고생했어'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겁니다.


이런 삽질로 인한 고생을 마치 세상의 부조리처럼 여기고 성장하는데 밑거름으로 이용해 강해지니 자기 살 뜯어먹고 배부르고 살이 찐다는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이번 2권에서 신의 농간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복선이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주인공의 삽질이 희석되긴 하지만 주의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주인공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여기에 더욱 주인공을 두둔할 수 없는 게 2권이 끝날 때까지 이런 부조리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군요. 가령 전생할 때 망할 신이 가르처 주든 안 가르처 주든 내가 눈치 챘다면 고생은 안 했을 텐데..라는 자기 성찰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개고생 덕분에 릴리안과 실비라는 가족과 소알라라는 동료를 얻었지만요.


여튼간에 이번 2권은 1권 후반에 언급되었던 칠황교회가 본격적으로 대두됩니다. 그들의 교리는 인간 이외의 종족 말살과 무지갯빛인 일곱 색을 찬양하고 흑색(검은색) 배제, 칠황교회는 한마디로 종족 우월주의에 빠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뭐 앞으로의 이야기는 예상이 되죠. 소알라는 여우 족이고 릴리안과 실비는 엘프, 츠구나는 흑색이니까 부딪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마의 숲에서 나와 처음 들렀던 마을에 정을 들이면서 인간에 대한 애착이 생긴 츠구나로써는 무고한 희생을 보고만 있을 순 없게 되었고요. 여담으로 츠구나가 이세계로 환생했을 당시의 부모가 이 교회의 골수 신자였던지라 츠구나 갈구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합니다.


뭐, 라이트 노벨에서 이 정도면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동료들과 힘을 합쳐 사람들을 지킨다. 같은 흔한 영웅물, 그런데 이 작품엔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우선은 저 위에서 언급한 자기가 판 무덤에 자기가 드러누워 놓곤 세상을 원망하는 주인공이 있겠고요. 그 담으로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도라에몽 주머니 같은 주인공 스킬입니다.

적과의 전투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질 않아요. 모험가 수십 명이나 달라붙어도 좀처럼 꿈쩍을 하지 않던 키메라를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거대 칼을 꺼내서 단독 격파하는 것이나 서너 시간을 달려가야 도달하는 마을에 갈 일이 있었는데 느닷없이 전이 게이트를 꺼낸다던지...


또 설명은 어찌나 좋아하는지 '너 님 이거 모르지? 내가 친절히 가르쳐 줄게'같은 진행 방식은 학을 떼게 합니다. 전투 때는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뚝딱 만들어낸 무기라든지 저번에 릴리안에게 배웠어라며 무쌍을 찍어대는 통에 긴장감이라곤 눈 씻고 찾을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뭐든지 배우면 다 쓸 수 있나? 쓸 수는 있습니다.

배우는 이유가 실전에서 쓸려고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작가 사전엔 카타르시스라는 단어는 없나 봅니다. 그냥 썰듯이 해버려요. 뭐 보통 이세계 전생물은 성장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닌 치트를 얻어서 무쌍을 찍어대는 것이니 이런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찾는 건 잘못되었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이런 작품을 보고 있자면 마법이라던가 스킬 기술명이 반드시 일본식이라는 겁니다. 이 작품은 유독 더 심한데요. 주인공은 일본인이니 그렇다 치지만 이세계 인간들까지 일본명으로 마법이나 스킬을 쓰는 건 국x 수준이 좀 심각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군요. 아니면 작가의 지식수준이 딱 여기까지인가 싶기도 하고요. 

몇 번 쓰면 부러져서 몇 자루나 들고 다녀야 했던 일본도(刀) 찬양이 좀 거식합니다. 것보다 중세풍 이세계에 일본도가 당당히 존재하는 것부터가 에러고요. 그 외에도 뻔한 무능력자의 먼치킨 루트라든지, 위에선 동료들과 힘을 합친다고는 했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문제점은 주인공 혼자서 95% 다 해 먹는다는 겁니다.


맺으며, 좋아질 건더기가 없는 작품이었군요. 물론 필자 개인적은 느낌이지만 수백 권을 읽어온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두 번째로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졸작이니 쓰x기니 그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작일 수 있겠고, 이 작품을 집필한 작가는 혼신의 힘을 다하였을 테니까요. 그 노력은 치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닙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들을 지킨다는 사명에 눈을 뜨긴 했지만 일상이든 전투에서든 의미를 찾을 수 없었어요. 주인공은 뭣땜시 살아가고 있는 건가요?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내용에 두서가 없었다고 하면 확인사살을 하는 걸까요.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5)
라노벨 리뷰 (897)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