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인물도에 낚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뭔가 좀 퓨어(?) 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며칠을 고심했더랬죠. 특히 히로인이 수인이라면 뭐 90%는 먹고 들어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덥석 물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교훈이었군요. 일본에서는 9권인지 10권인지 출판된 거 보면 그럭저럭 먹히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일단 이세계물입니다. 고등학생이 신의 실수로 죽고는 치트를 받아 이세계로 전생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필자는 더 이상 이세계물은 늘리지 않으려 했는데 저 여우 귀 소알라의 귀여움에 그만 낚이고 말았습니다. 근데 도서 내 일러스트가 한두 장 밖에 없고 그것도 수묵화같이 뭉개지는 화법이다 보니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어 필자는 비참한 기분을 맛봐야 했군요. 저 인물도는 광고용이거나 독자가 새롭게 그린 게 아닐까 합니다. 여튼쌩돈, 2권도 한꺼번에 주문해버려서 지금 강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뭐 어떡합니까. 읽어야죠. 내용도 필자의 기분은 배신하지 않더군요. 전형적인 이세계 전생물답습니다.


좌우당간 이 작품은 멍청함과 총명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요.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신을 갈궈서 내 입맛대로 유니크에 해당하는 창조소환 마법이라는 치트를 얻은 건 좋았지만 이세계에서 태어날 나라의 정보와 풍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선택하는 바람에 하필 검은색은 재앙과 저주라 믿는 나라에서 흑발흑안으로 태어나버린 것입니다. 신이 외모에 대해 언급했지만 주인공은 무시, 그 결과 7살까지 지하에 갇혀 썩은 밥을 먹으며 두 살 터울의 형의 무술(&마법) 수련용 허수아비가 되어야 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합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현세에서 집에서 티비 보다가 들이닥친 차에 치여 죽은 것도 억울한데(그것도 신의 실수), 이세계에서도 7살까지 비참한 생활을 강요하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이죠. 하지만 주인공은 긍정스럽군요.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회를 찾고 드디어 7살이 되던 해에 형과 부모를 몰살하고 길을 떠납니다. 이세계에 와서 단 한 번도 부모의 정을, 가족의 화목함을,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주인공은 길을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마의 숲에서 엘프 릴리안과 실비를 만나 가족이 무언지 알아가며 5년의 시간을 지내는데요. 릴리안과 실비는 주인공 츠구나를 친자식처럼 돌봐주며 그를 수련 시키고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5년 뒤 츠구나가 12살이 되던 해. 한 달이라는 기한을 주며 세상 밖으로 나갔다 오라는 특명을 내립니다. 그리고 만납니다. 12살이라면 길드에 모험가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말에 들렀던 츠구나 앞에 소알라가 나타나 나랑 파티할래? 이럽니다. 긍정맨과 어딘가 백치미가 있는 소녀의 만남, 그리고 여왕님 유디스와의 악연


1권은 길드에 모험가로 등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현세에서 억울하게 죽고 이세계로 전생하고 태어나 비참한 삶을 살고 엘프로부터 가족의 따스함을 배우고 소알라로부터는 동료라는 걸 배워갑니다. 이 과정에서 딱히 반전이나 역경 같은 건 없습니다. 이세계로 와서 부모와 형에게서 받은 수치와 굴욕 그리고 썩은 밥으로 인한 비참함 삶이었다곤 해도 이것은 그에게 앞으로 살아갈 밑거름으로 작용합니다. 현세의 기억과 경험이 있어서인지 삐딱하게는 나가지 않는군요. 사실 흔직세의 나구모처럼 초반엔 걸리 적 거리는 건 모두 다 사살이라는 노선을 타는 것도 괜찮을 법 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소알라의 만남도 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도 모험가 등록을 위해 들렀던 길드에서 여자라는 입장과 수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노림을 받고 있다는 걸 본능으로 깨우치곤 그렇지 않을 거 같은 주인공에게 말을 걸어 강제로 파티를 맺어버리는 통에 이야기는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녀가 주변 외세(?)로부터 츠구나를 방패로 이용하는 좋은 말로 하면 처세술이 뛰어나고 나쁘게 말하면 그를 이용한다고 할 수 있겠죠. 그 뒤 모험가 등록 시험에서 주인공과 페어가 되어 손발이 척척 맞는 게눈여겨볼만합니다.


맺으며, 대체적으로 1권은 프롤로그에 해당되어 1권 가지고 그 작품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이 작품 또한 그렇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좀 심각한 면이 있는 게 작가가 설명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화폐 단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령 앞으로 별 필요도 없을 1년 단위 날짜 계산이라던지 기초적인 마법과 스테이터스 세세한 설명과 자질구레한 것까지 걸핏하면 세세하게 설명하다 보니 아주 짜증 나 죽습니다. 성장할 때나 남의 스테이터스를 훔처보며 정성스럽게 꾸민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서 열거하며 설명하고 이거는 뭐다 저거는 뭐다...


초반 죽어서 신을 만나 스킬을 정하는 장면도 자그마치 40여 페이지나 소모해서 설명을 해댑니다. 저는 50페이지 정도 읽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누군 한 권 읽은데 두어 시간이면 된다지만 필자는 느리게 읽으며 그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 음미하는 부류인지라 매우 느린 편입니다. 40여 페이지를 그런 설명으로 채워 놨으니 책을 덮기를 수십 번이었군요. 거기에 주인공의 무속성이면서 먼치킨이 되는 클리셰도 어찌나 잘 따라가는지 신선한 게 없어요. 단지 있다면 자신이 생각해서 디자인한 소환수 정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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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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