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가 죽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마나토와 모구조를 그렇게 보내 놓고 뭐가 아쉬웠는지 진히로인격인 그녀마저 리타이어 시키다니 정말 충격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찌끄레기만 모인 파티에서 희생은 어쩔 수 없었겠죠. 이세계 먼치킨 애들도 아니고 전쟁터 소년병처럼 평범한 아이들에게 초보 마법과 기술을 가르쳐 놓고 나가서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고 하니 생존 확률이 낮을 수 밖에요. 사실 처음엔 고블린도 제대로 잡지 못해 굶는 걸 밥 먹듯이 했던 이들이 이렇게 길게 살아 있는 건 오히려 신기한 것이죠. 그러고 보면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연명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언제나 지지리 궁상이요. 돈 좀 벌어볼 요량으로 떼쟁(1)에 참여했다가 윗사람에게 바른 말했더니 돌아오는 건 목숨 값일지니. 도망가다 들어간 곳은 멸망한 지구가 아닐까 하는 복선이 투하된 다룽갈이더라. 북극의 밤처럼 온종일 어둠만 지배하는 곳에서 개고생 끝에 그림갈로 돌아왔더니 초보 마을에서 몇백 킬로나 떨어진 고렙존이라니 이보게 이게 무슨 말이요. 그래도 어찌 하오리까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듯 열심히 구르고 또 굴렀건만 끝끝내 덧없이 떠나간 그대여...

울고불고 해봐야 변하지 않는 노라이프 킹의 저주를 받은 좀비요. 화장하자니 업으로 삼는 신관이 없네, 내 손으로 땅에 묻자니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밝은 하늘 아래 목 놓아 그대를 불러 보아도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요건 각색), 좋아했다고 되뇌어도 이미 버스는 떠나간 뒤라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였던가, 태곳적부터 이어져온 생명의 질긴 인연은 다시 그녀에게로 이어질지니, 내가 받은 생명을 그대에게 베풀리라, 부디 그 생명을 소중히 간직하시구려
 

살아났습니다.


누가? 메리가요. 아니 뭐 메리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를 늘려서 또 다른 모험을 할까 했는데 작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마냥 순풍 산부인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순풍 나아버립니다. 아니 부활해버립니다. 울고불고 '네가 좋아, 네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라고'라며 목놓아 울었던 하루히로는 바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시(2)는 자신의 마을이 궤멸된 것은 하루히로 파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용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을 불살라 메리를 살려주는 모습에서 숭고한 희생정신이라기 보다 연가시가 다음 세대를 이으기 위해 숙주를 물로 인도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왜 연가시를 들먹였냐면 개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메리를 살려주고 자신은 생명을 다한다. 무슨 메리트가 있길래? 이것은 그녀가 제시에게서 물려받은 기억에 비밀이 있지 않나 했습니다. 먼 과거부터 이어져온 것 같은 타인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물려받은 메리, 그녀는 메리 본인이 맞나? 단순히 껍질만 메리이고 내용물은 타인의 것이 아닐까, 마치 뇌만 이식해서 다른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영화처럼요. 그 기억이 연가시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숙주를 발견하면 지금의 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기억과 경험을 물러 주는 것, 물론 필자가 소설을 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똥 덩어리 란타의 달갑지 않은 귀환


그냥 죽어주면 안 될까요. 사실 란타는 솔직한 성격입니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닌 나오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뱉어내죠. 때론 사이다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로 단체나 사회생활할 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이 받는 불합리를 애써 참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란타는 이걸 왜 참아야 하냐는 식으로 타인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을 못 받는 것이죠. 분위기를 망치니까요. 란타는 단체 구성을 파탄 내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합리라도 모두를 위해선 참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란타는 모르는 것이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위에서 그걸 알려 주어도 뇌가 인식하길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 성격은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도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조금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바탕은 변하지 않는, 그런 인간을 하루히로 파티가 다시 받아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아마 이번에 뒤쫓아온 사무라이 아저씨에 의해 키워지고 하루히로 파티에겐 중간 보스격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군요. 여전히 자신의 파탄 난 성격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하지만 없을 때야 비로써 소중한 것을 안다고 하루히로 파티와 이별 후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에선 처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요.


맺으며, 좀 밋밋해졌습니다. 매너리즘이라는 것일까요. 적을 만난다->까부순다->적을 만난다->까부순다. 이긴다. 이긴다. 그 상대가 무엇이 되었든 우린 이긴다. 고블린도 제대로 잡지 못해 굶는 걸 밥 먹듯이 했던 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 것일까요. 물론 상처하나 없이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매번 생사를 넘나들긴 하는데 진짜 끈질긴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할까요. 바퀴벌레의 생명력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라고하는 것보다 보리 싹 같다고 해야 할까요.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그래서 더 이상 찌끄레기만 모인 인간 군상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사실 메리가 죽은 것도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죠. 삐끗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일, 물론 전투에서 한순간의 실수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건 맞지만요.


 

  1. 1, 단체전이라는 인터넷 게임 용어(?)
  2. 2, 제시렌드라는 마을 통치자, 하루히로 파티를 간단하게 제압함, 여성진에게 성희롱을 일삼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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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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