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던만추 외전 소드 오라토리아 9권 리뷰 -가족의 유대-
피가 이어진 가족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아 충돌이 일어나는 게 다반사인데 하물며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의붓가정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여기선 부모와 자식 간의 경우인데요. 7살, 한창 유아 반항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엄마라면 일상에서 피가 마르고 답답한 심정을 풀길이 없어 우울증까지 오기 십상인 일들을 많이 경험하죠.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합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언제까지고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 하지만 아이는 이런 사랑을 간섭이나 통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죠.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면서 떼를 쓰기도 하고요. 정작 엄마의 마음은 몰라준 채 말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아마조네스 자매, 베이트에 이은 벨이 동경하는 아이즈의 에피소드인데요. 그동안 숱하게 그녀의 과거에 대한 복선이 투하되면서 그녀의 가족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이번에 풀릴까 했더니 그런 건 없고 아이즈의 어린 시절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부모를 잃고 바로 로키 파밀리아에 주워진 듯한데 부모의 최후를 봐서 그런지 아무것도 못한 자신을 책망하듯 강함만을 추구하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귀기 서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번 표지가 작중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한데요. 현재의 아이즈가 밝은 양지에 머물고 있다면 어린아이즈는 야차 같은 표정으로 어둠에 물들어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녀(아이즈)를 궁지로 몰아넣었는가, 작가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최대의 복선은 내놓지 않습니다. 그녀는 강함만을 추구하며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주변의 만류와 조언도 마다한 채 죽어라 던전에 내려가 몬스터를 때려잡기를 반복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에 보다 못한 리베리아(로키 파밀리아 부단장, 하이엘프)의 개입은 더욱 그녀를 사지로 내몰기 시작하는데요. 어중간하게 엄마 역을 맡아 그녀를 보살피게 되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흔한 이야기입니다. '내 맘도 몰라주고 간섭이나 하고 자빠진 가짜 엄마 따위' 피가 이어진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오늘 만난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죠.
결국은 이런 겁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와, 아이를 길러본 적 없이 그 아이를 입양한 엄마(리베리아)의 관계, 잘 될 리가 없죠.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으니 흔한 양육방식 FM대로 대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진실된 애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겁니다. 그렇담 무엇이 해답일까, 마음을 터놓고 온기를 나눠주는 것, 예전에 필자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입양된 아이에겐 백 마디 말보다 한번 안아주는(포옹) 게 그 아이에겐 무엇보다 따뜻하게 다가온다고, 이건 사실 입양한 자식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죠. 예전에 육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들은 말이 말보다 안아주는(포옹) 게 유대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더군요.
어긋남의 연속, 갑자기 애를 돌보라 하니 잘 될 리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생판 남인 여자(리베리아)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반항을 이어갑니다. 사실 보고 있자니 유아 반항기를 어쩜 이렇게 잘 표현 해놨을까 싶더군요. 자식을 키워본 경력이 없는 독자가 본다면 암 걸리기 딱 좋습니다. 뭘 가르쳐도 싫어 싫어, 네가 뭔데? 뭘 봐? 이런다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떨까요. 지금은 멍한 백치미를 보여주며 순백에 가까운 이미지인 그녀가 어릴 땐 이렇게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갭은 사실 충격에 가깝기도 합니다. 그렇담 아이, 엄마 둘 다 언제 회개하나? 늘 그렇듯 자신은 사랑받고 있었다는 자각을 깨우칠 때죠. 그리고 엄마도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눈앞에서 부모를 잃은 충격과 궤멸되는 마을을 직접 목격하고 그걸 막을 힘이 없던 자신을 한탄하게 된 나머지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고 서술은 하고 있지만 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암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았군요. 그리고 서투르게 아이를 대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교훈도 던집니다. 그런데 아이즈의 친엄마는 살아 있다는 복선이 또 투하되는데? 자신을 맞이할 영웅을 이야기하는지 친엄마였는지 애매하지만 '내가 구할 거야'라는 부분을 보아하니 아직 그녀의 엄마는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거 같기도 하고 이놈의 3초 기억력이 한탄스럽군요.
맺으며, 결국은 진히로인이 결정되지 않고 있은 이 작품에서 진히로인이 될지 모를 아이즈의 과거를 들춰보며 그녀가 안고 있는 아픔과 이겨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혼자라 여겨져 세상 모든 게 다 적이고 내편 따위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소녀와 내리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며 서툴지만 상처받은 아이를 보다듬어 주려는 신참 엄마의 이야기, 넓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 또한 지적하고 있습니다. 리베리아는 엘프고 아이즈는 인간, 언젠가 이별은 찾아올 것이고 그때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그 해답으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신(神)과 인간 소년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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