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7권 리뷰
몇 권인지 잊었는데 작가가 후기에 자기 입으로 이 작품은 중2병이 작렬한다고(비슷할 겁니다.) 공공연하게 언급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말대로 주인공 하지메가 보여주는 중2병식 대사와 등장하는 무기들은 그걸(중2병) 부정하지 않겠다는 양 거침이 없었죠. 그 최대의 백미가 6권에서 보여준 인공위성을 이용한 대지 공격이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로망인 SF적 중2병의 발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거침없이 중2병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이야기 자체는 분명 시리어스하고 위기감 넘치고 때론 감성적인데도 중2병이라는 고명이 얹어진 덮밥이 되어 다른 감정들은 표출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요컨대 필자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리뷰어에게 있어서 짜증 나는 부류라고 할 수 있겠죠. 거기다 이번 표지 때문에 도통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군요. 왜 저리 밝게 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8권이 유에 에피소드인데다 이야기 후미에 꽤 큰 복선을 투하해서 유에의 존재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히로인 시아의 일족인 하우리아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지금의 상황에 머물기 보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갈려는 두 명의 히로인들을 그리고 있지만 분위기가 중2병적으로 흐르다 보니 분명 서정적이 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참으로 야리꾸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시아의 일족인 하우리아족은 격세유전을 타고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아인족들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던 '시아'를 지키기 위해 그들의 고향 하르치나 수해를 등졌다가 노예제도가 있는 제국 병사들에게 들켜 일족 상당수가 노예로 붙잡혀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언급뿐이지만 이때 시아의 가족도 꽤 많이 잡혀가 버렸죠. 이 작품이 워낙 중2병스럽고 코믹스러운 분위기에 덮여 심각하게 흐르지 않고는 있지만 사실 자기 때문에 일족이 뿔뿔이 흩어진 정도가 아닌 아인족에게 있어서 지옥이나 다름없는 노예로 끌려갔으니 그녀(시아)가 받았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겁니다.
특히 하우리아족은 가족의 유대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종족이고 그럼에 같은 종족인 시아가 받았을 심적 부담감과 고통은 매우 심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작가가 중2병 익스프레스를 타기로 작정을 해버린 관계로 결국 하지메와 유에의 '스파르타식 교육'이 감성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시아의 감정을 차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죠. 그리고 두어 달 뒤 그 부작용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벌어지는데요. 하우리아족은 불과 백수십 명의 인원으로 몇만 명의 병사가 있을지도 모를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더 이상 나약하고 빼앗기는 종족이 아닌 우리 힘으로 우리라는 존재를 쟁취하겠다는 의지, 최약체의 긍지를 보여주겠다는 그들은 중2병을 폭발 시킵니다.
그 중심에 하지메가 있지만 모 작품의 청력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처럼 딴청을 피우는, 그러면서 시아가 안고 있었던 트라우마(위에 언급된 내용들)를 떨쳐 내게 해줌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다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부분은 이게 이번 에피소드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자신 때문에 일족이 노예로 잡혀갔다는 진실, 그리고 그 원흉 중 하나와의 대면은 불과 두어 달 전의 일이었다곤 해도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에 머물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의 분기점에 해당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고 난간에 기대어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밝은 미래를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왕국의 왕녀 '릴리아나' 얘도 차츰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왕녀임에도 하지메에게 받은 취급은 언제나 박하여 이젠 '왕녀인데...' 하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을 정도죠. 마족의 침공과 더블어 내부 분열 그리고 성교회의 궤멸로 인해 왕국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자 전력 강화를 위해 정략결혼을 하러 제국에 가게 되는데요.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한 사람으로 여자로써의 행복보다 왕국의 미래라는 왕족에게 내려진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될 제국의 황태자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 그런데 쓰레기 확정이라는 부분에서 오히려 그녀에게 닥칠 위기감보다 밝은 미래를 엿보는 아이러니를 맛보게 됩니다. 그야 하지메가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가지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더이상 빼앗기는 삶을 살지 않겠다며 제국을 상대로 분기탱천하는 하우리아 족 이야기, 또 하나는 시아와 릴리아나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장이라고 해서 외적이 아닌 내면적 성장이라는 게 맞겠습니다만. 시아의 경우 자신 때문에 일족이 고통을 받았다는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고 릴리아나의 경우 왕족의 책무도 책무지만 보다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좋다는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하지메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놈은 갈수록 삼천궁녀 의자왕 포지션을 만들어 갑니다. 많은 여자들의 가슴에 하트를 심어줌으로 죽창 부대는 안 보는 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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