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눈 떠보니 공주님 1권 리뷰 -가볍게 읽기에 무난한 작품(글이 조금 깁니다.)-
이 작품은 사고로 죽은 주인공 '조안'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느 나라 공주로 환생해서 자기 인생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이 전세의 기억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것에서는 여느 이세계 전생물과 다를 게 없지만 그 흔한 능력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권만 한정해서 언급하자면 마법이나 그와 유사한 것 일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필자는 무엇보다 이게 마음에 들었는데요. 걸핏하면 먼치킨이 되어 주변을 볼 쏘시게로 만들지 않는 면에서 식상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공주라는 존재가 가지는 정치적인 입지와 권력은 또 다른 능력물이 될 수 있겠지만 왕족이니까 이건 어쩔 수 없겠죠.
귀족이나 왕족이라는 집안에서 태어나면 으레 그 자식들의 인생은 자신들의 의지보다 집안의 사정에 따르게 되죠. 이 작품의 주인공 비앙카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녀도 왕족의 셋째 딸로 태어난 운명에 따라 그녀가 성인이 되면 옆 나라 할아비에게 '돈 받고' 정략결혼 시켜버리겠다는 아버지의 말은 그녀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는데요. 그렇다고 전생에서 가족들에게 귀하게 대접받은 그녀로써는 쓰레기와 같은 지금의 아버지를 책벌레의 하극상의 마인처럼 마력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전에 마력이 존재하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선택한 게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해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아버지의 발언을 취소 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사실 비앙카가 이렇게 마음먹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는데요. 집안이 일명 콩가루 집안입니다. 아버지(왕)는 돈과 국정에만 신경 쓰고 가족엔 무관심, 엄마(왕비)는 자식보다 드레스 삼매경, 첫째 오빠는 부모의 관심을 갈구하며 만능 엔터테인먼트를 꿈꾸고, 둘째 오빠는 엄마의 사랑을 얻지 못해 여자 불신에 빠져 있었는데요. 셋째는 계획에 없었는지 그녀가 태어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엄마는 자기가 낳아놓고 딸의 이름도 모릅니다. 보려고도 하지 않아요. 딸을 보러 와서 디자이너가 왔다고 하자 딸은 보지도 않고 냉큼 가버리고, 아버지는 그녀가 돈이 되는지에만 관심이 있고, 오빠 둘도 무관심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참으로 서글프기 그지없습니다. 전생에서 비명횡사한 것도 억울한데 새로 태어났으면 그만큼 행복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이대로 있다간 얼굴도 모르는 할아비에게 시집갈 판이죠.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딸이자 동생으로써 입지를 다져 누굴 주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심어주자. 그러나 이 또한 가시 발길일지니. 그녀를 본 가족들 첫인상이 최악, 마치 미연시를 하는 듯이 조금식 호감도를 올려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콩가루 집안을 떡가루 집안으로 만들어라!
그녀에게 하달된 특명입니다. 다들 그녀보고 못생겼다고 그러는데 못생기면 어때요.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니,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정략결혼 익스프레스였겠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정신만은 성인, 이보다 더 저주스러운 게 있을까요. 하지만 어찌하오리까.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아기 특유의 귀여움을 떨며 '나, 여기 있어'를 어필할 수밖에요.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육아에 무관심한 엄마, 가족들에 무관심한 아빠, 그러다 보니 필연적인 부모의 정에 굶주린 오빠들, 내게 남겨진 건 암울한 미래, 누가 되었든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구도죠.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읽다 보면 이 가족이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무관심과 관심병이라는 키워드, 이것은 왕족이나 귀족들에 흔한 질병과도 같은 것입니다. 세례를 받지 못하면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아 몇 살까지 부모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본다던지 같은, 그러다 보니 유모나 시종의 교육에 의지해 배운 가족이라는 유대는 썩은 동아줄이나 다름없죠. 그래서 흔한 판타지물에선 가족들끼리도 파벌을 꾸려 전쟁을 일으키는 게 다반사입니다. 괸심좀 주지?라며, 이 작품에서 가족들 간 파벌에 대해선 아직 안 나오지만 그 초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주인공 비앙카는 가족의 화목을 이끌어 내고 융합하고 나아가 자신의 미래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게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 아닐까 하는군요.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의 매력을 꼽으라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한글의 우수성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일어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가 있던가요. 유사한 건 있겠지만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없겠죠. 이 작품은 그런 매력이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비앙카가 환생하고 처음으로 한 말이 꿀빤다였고, 이쁜 자신을 두고 못생겼다고 하자 눈병신?이라는 대목은 사레들리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합니다. 인생 참 더럽다던지 그 외 욕설 아닌 욕설 등 표현에 있어서 작가가 거침이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걸 매력이라고 해야 될지 좀 난감하긴 한데 자신의 미래를 잡기 위해 무던히도 자신을 이쁘게 포장하는 비앙카는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한편으로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게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군요.
필자가 생각한 진짜 불쌍한 사람은...
그건 바로 비앙카의 유모 '올가'가 아닐까 합니다. 비앙카의 엄마(왕비)와는 대조적으로 비앙카를 아주 친딸처럼 키우고 있는데요. 그러나 정작 비앙카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죠. 입으로는 좋아를 외치고 의지하고 있지만 언제나 비앙카의 관심은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해야 하는 진짜 가족들, 엄마는 헌신과 희생이라고 누가 말했던가요. 올가를 보고 있으면 딱 그렇죠. 헌신과 희생, 자신에게 내려진 책무라곤 하지만 공주에게 정을 너무 들이는 게 아닐까 했군요. 작가가 이 부분에서 조금 유연하게 대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비앙카에게도 감정이입 시켜놓았다면 성장해서 떠날 때 조금 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요약,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보면 무관심과 관심병이 나은 비극을 다루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내용은 현대의 가족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일에 치여 가족들에 소홀한 아빠, 그런 아빠가 못마땅한 엄마의 허영심이 낳은 드레스 쇼핑 삼매경,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자신을 혹사하는 첫째, 허영심에 찌들어 자식을 돌보지 않는 엄마를 보며 여자 불신에 빠진 둘째는 마치 드래곤볼의 피콜로를 따르는 손오반과도 견줄만했습니다. 그런 가족들 사이에서 비앙카가 움켜잡아야 될 건 무얼까...
서실 여기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누구나 바라는 가족상을 엿보이게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성은 악(딸을 돈 받고 매매혼 한다는 게 정상일까?) 하고 무정하지 않다는 듯 중간중간 그런 허물을 덮어쓰고 있을 뿐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 변화는 엄마부터 시작해서 둘째로 이어지는... 그 과정은 비앙카의 눈물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긴 합니다만, 이것도 그녀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니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개연성은 약간 부족한?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비앙카의 귀여움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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