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눈 떠보니 공주님 2권 리뷰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우리 공주님이 미운 7살이 되었습니다. 7살... 7살... 작가 양반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닙니까? 1권에서 겨우 1살이었던 주인공을 대뜸 7살까지 뻥 튀겨 놓으면 어떻게 따라가고요. 이 작품의 모토는 육아와 비앙카의 귀여움이잖아요. 그런데 아기 때의 귀여움을 1권으로 끝내 버리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표지를 보고 설마 했는데 7살이 되었다는 글귀를 접하고 '헐'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요. 작가님이 그럴 마음을 먹었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미운 7살의 진가를 바랄 수 밖에요. 그래서 은근히 비앙카가 속마음이 아니라 대놓고 엄마에게 쇼핑이 좋아 내가 좋아? 같은 대사를 바랐는데 이것도 없네요. 하아~ 김빠져...
좌우당간 전생에서 재벌가에 태어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온 '조안(비앙카)'은 환생 후에도 왕족이라는 것에서 인생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자평한 것도 잠시, 아비라는 작자가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돈 받고 옆 나라 할아비에게 시집보내버리겠다고 하니 이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있을까요. 뭐, 귀족이나 왕족에게 있어서 딸이라는 존재는 그 정도 밖에 안 되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정략결혼의 희생양, 처절하다시피(아마도) 귀여움을 어필해온 비앙카의 노력에 엄마는 딸 바보가 되었지만 엄마도 이것(정략결혼) 만큼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16살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입니다.
아비도 생각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는 않고, 이대로는 정말로 옆 나라 할아비에게 시집갈 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여타 전생물을 보면 전생에서의 물건을 이세계에서 재현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돈을 버는 경우를 많이 보죠. 비앙카도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문화 침략이니 어쩌니 해도 뭐 지식이 있으면 써먹는 것도 좋겠죠. 단 걸 처묵처묵 하다가 몸에 흘린 초콜릿을 씻어야 하는데 그때 등장한 게 냄새나는 빨래비누라는 녀석이군요. 당연히 비앙카는 기겁하고 이에 향기 나는 비누 만들기에 도전, 참 쉽죠~! 같은 일을 벌이며 성공 시키고 그걸 돈벌이로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함으로써 시집을 안 갈려는 꿍꿍이를 펼치지만...
그런 와중에 첫째 오빠에게 봄날이 찾아옵니다. 17살, 한창 사춘기 끝물을 달릴 나이임에도 세자(왕자)라는 이유로 나랏일을 도와야 되는 비운을 맛보고 있는, 얘도 애정결핍에 걸려서 아빠에게 관심 좀 받겠다고 하루 두 시간만 자면서 제왕학이니 국내 대소사 등 애한테 뭘 시키는 거야랄 만큼 자신을 혹사하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연애다운 연애도 못하고, 그전에 왕족이나 귀족은 부모가 정해준 혼사 이외엔 자신의 의사가 들어갈 여지가 없기도 하죠. 결국 엄마는 세자비를 뽑겠다고 면접을 준비해 가는데요. 그러나 비앙카의 덕분인지 마음에 여유를 찾은 엄마는 아들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찾아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앙카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시집을 피해 가겠다고 아등바등 거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첫째 오빠의 결혼 문제에서 돌파구를 보게 됩니다. 첫째는 엄마가 결정해주는 세자비 보다 꽃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비앙카 덕분에 엄마에게 있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첫째와 둘째는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렸습니다. 죽어도 철이 들지 않겠다고 선언 해놓고 어느새 불혹의 나이가 다 되어 철이 들어버린 엄마,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만나는 사람 있느냐?는 엄마에게 아들은...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싸옵니다.라는데?
왕족으로 태어나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생활에서 우연찮게 만난 첫사랑(아마도), 첫째는 귀족 영애 '헤스터'라는 여성에게 꽂혀 헤벌쭉이 되어버리는데요. 이 녀석(첫째) 비앙카를 만날 때마다 못생겼다느니 쭈굴쭈굴 하다느니 무겁다느니 하며 여자로서는 참을 수 없는 망발을 일삼았는데 사랑을 해서 그런가 알고 보니 츤데레였습니다. 1권에서는 나가 죽어 포지션이었는데 결국은 쑥스러움, 그런데 비앙카는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디스 하는 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첫째 오빠가 자신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될 롤모델임에도 눈치를 못 챕니다.
그게 뭐냐고요? 사랑은 쟁취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정해주는 혼사가 아닌, 오빠도 그랬는데 자신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그런데 내 사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엔 온통 여자 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 사교계에 나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비앙카, 이게 다 아비가 매매혼을 들 먹이는 바람에 그녀의 시야가 좁아져 버린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양과 귀여움의 부작용으로 엄마는 폭주 상태로 들어가게 되고 옆 나라 할아비와의 결혼은 기정사실로 만들어 가버림으로써 지금까지 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 벌어지는게 암울하기 짝이 습니다.
맺으며, 뭐랄까 굳이 왕족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군요. 우리가 아는 판타지 세계의 왕족과는 사뭇 다릅니다. 육아를 바탕으로 하는 순정물에 왕족이라는 배경만 넣었을 뿐 일반 서민적인 생활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데요. 가령 가족이라도 태어난 순간 파벌이 형성되어 함부로 만날 수 없다거나, 사실 고리타분한 정석적인 판타지 세계의 귀족이나 왕족에 비해 이 작품은 다가가기 쉽다는 점에서는 무난 합니다. 즉, 돌려 말하면 판타지 클리셰에 해당하는 설정을 파괴하고 있는지라 좀 더 전형적인 왕족 분위기를 바라는 분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좀 더 비앙카의 아기 때의 귀여움을 바랐는데 순식간에 7살이 되어서 좀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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