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순진한 시골 꼬맹이가 사기당하고 열받아서 복수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14살 성인(?)이 되면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나타난다는 클래스(직업)에 기대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노라 했던 소년 '케얄'은 14살이 되던 날 치유(회복술사)라는 클래스와 세상에 10명 밖에 없다는 용사에 선택되었습니다. 이 시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족과 전쟁 중이었던 인간들은 용사와 영웅을 갈망하였고, 소년은 시대의 부름을 받아 용사가 되어 사람들을 지키겠노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날, 자신을 마중 나온 왕녀이자 마술의 용사 '플레어'의 인도로 왕도에 간 케얄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의 바람대로 용사로써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까?


주인공 케얄의 클래스인 치유의 능력은 단순히 힐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육체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인데요. 그런데 그러려면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하고, 무엇이 정상인지 상대에 따라 다 다름으로, 그에 따라 육체에 새겨진 상대의 경험을 체험해야 비로써 치유가 성립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시간 역행과도 같은 것이죠. 망가지기 전으로 되돌린다는 의미, 그러기 위해선 상대가 경험했던 모든 것을 알아야만 된다는 것, 문제는 이 체험이라 게 대상자가 그동안 걸어왔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시술자에게 주입되는 것임으로 당연히 뇌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이건 순수한 시골 소년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체험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안 하겠다고 땡깡을 부리게 되죠. 그의 치유 능력을 본 플레어는 국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쓸모는 있지만 몸 일부가 잘려나간 영웅들을 불러 모아 그에게 치료를 시키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나라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구슬려 가며 너님(케얄)이 좀 희생하세요. 같은 상냥한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낫겠는데 케얄의 치유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게 그녀의 실수가 되어 갑니다. 그녀는 그를 전열, 후열에도 써먹지 못하는 무 쓸모 치료 용사라 낙인찍고 인간 이하 취급을 시작으로 뽕을 놔서 약물중독에 빠트리는데요.


근데 작가가 이것만으로는 뭔가 약했는지 이상한 설정을 두 개 박아 버립니다. 첫 번째로는 등장인물들이 죄다 사이코패스 성격 파탄자 안드로메다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기부여나 개연성 때문에 주인공 주변엔 악인만 심어놓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히로인 '플레어'는 중증 사디스트, 극단 주의자, 차별 주의자, 성격 파탄 등 S 기질이 있는 여왕이 가져야 할 덕목(?)을 두루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 최강 법사이자 용사인 그녀에게 치유 외엔 별 볼일 없는 주인공 케얄이 가진 가치는 언급해서 무얼 하랴 같은 것이죠. 후반부에 보면 이게 어떻게 전연령가로 발매될 수 있었지 같은 일을 그녀는 서슴없이 합니다.


더욱이 그나마 여자에게 당하는 거라면 일말의 흥분(?)이라도 있지 소애 성애자(주로 남아)를 앓고 있는 남자 동료는 그에게 등짝 좀 보자고 합니다. 자신이 사모하는 플레어에게서 사랑(?)을 받는다고 시기한 진성 레즈 검의 용사에게 매일 죽도록 맞기도 하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뭐 무난한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의 체액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하면 인간은 무슨 짓을 할까요. 용사 케얄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체액을 상대에게 줌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한계 돌파의 여지를 주는 능력, 이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체액이라 하면 피나 침도 효용이 있지만 제일 확실한 건 아랫도리의 그것을 받는 것...


이 정도면 주인공 케얄이 받았을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실 겁니다. 일단 초반에 나오는 [검성]이라는 '크레하(히로인)'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고통을 받게 돼요. 그래서 케얄은 복수를 다짐하고 제2의 인생을 갈구하게 되죠.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인생의 종착역 마왕전을 끝으로 내 다시 시작하여 그동안 나에게 고통을 준 너희들에게 단죄를 내리겠노라, 그렇게 회복술사는 인생을 재시작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업그레이드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흔직세에서 김빠진 분들에겐 이 작품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나를 나락으로 빠트린 사람에게 단죄를 내린다.를 정말로 잘 표현 해놨습니다.


그런데 처절한 반격의 서막을 올리지만 이게 참 어딘가 2% 부족한 필력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설명에 엄청 집착해요. 스킬이나 상황적 등, 스테이터스를 열어 놓고 부가 설명을 참으로 꼼꼼하게 설명을 해댑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뒤로 갈수록 별로 필요 없는 것들이죠. 그러다 보니 맥이 끊기고 분위기가 살지 않아요. 능욕신에선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내뱉을만한데도 감흥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이 당했던 부조리를 대갚음해주는 장면들은 부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첫 번째 인생에서 그토록 고통을 받았으니 너희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두 번째 인생에서 굳이 첫 번째 인생을 따라가며 복수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것도 있습니다.


플레어가 가진 용사 레이더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데다 괴물 같은 플레어에게 당해낼 수 없으니 지금은 조용히 당하자 같은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첫 번째로 치유를 쓸 때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자기가 가진 가능성을 내비쳤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레이더를 기만하고 도망 다니면서 힘을 키웠더라면? 이미 첫 번째 인생에서 자신의 체액이 가진 능력(?)을 알았으니 이걸 이용해 전사 노예를 구한다던지? 열린 가능성을 내버려 두고 굳이 사디스트에 가서 괴롭힘당하고 복수한다. 개연성이 좀 문제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거기에 플레어가 아무 짓도 안 하면 굳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없다 같은 착해빠진 생각도 하는데 그러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플레어의 몸을 원해서이진 않을까. 자신이 강간 당했다고 똑같이 대갚음해 주겠다는 양 일부러 사선에 뛰어들어 고통을 받고 대갚음해 준다. 사실 이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히틀러를 죽인다고 해서 2차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같은 문제와도 같습니다. 저 사람은 분명 앞으로 나쁜 짓을 할 테니 그전에 없애자,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없애는 건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닐까 하는 대립을 하게 하죠. 그래서 그렇다면 역사대로 흘러가게 하면 문제없겠지가 되어 버립니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선이고 누가 나쁜지 도통 모르게 돼요. 고작 가볍게 읽는 작품에서 너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위화감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쨌건 복수물답게 신사적으로 사양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플레어를 필두로 전열로 쓰기 위해 대려오는 아인족 세츠나까지 주인공은 거리낌 없이 아랫도리를 흔들어 댑니다. 정말 이런 걸 어떻게 전연령가로 발매했는지 제이노블 능력이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거기다 등장인물 연령까지 들먹이고 있어서 자칫 아청법에도 저촉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발매되었으니 법은 비켜갔겠죠. 여튼 흔한 이세계물답게 회복 밖에 쓰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만 쓰라는 법 없다는 듯이, 나약하게 만들어 놓고 괴물로 승화 시키는 전개를 이 작품도 따라갑니다. 마치 드래곤 볼의 셀처럼 능력을 마구 흡수하면서 최약의 존재가 최강이 되어 가는...

맺으며, 글 좀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군요. 여튼 복수물으로 본다면 수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보통은 상대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비장하게 폼 잡고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보내주는 신사적인 반면에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할 건 다 합니다. 특히 그 대상이 여자가 되었을 경우 아무리 적이라도 비참하기 짝이 없죠. 그리고 아랫도리를 마구 휘둘러 대는 것에서 고자물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잘 맞을 겁니다. 하지만 노예 세츠나를 보더라도 그녀를 강하게 키운답시고 아랫도리를 가져다 대니 앞으로 만나는 여자마다 그러지 않을까 싶은 게, 처녀 히로인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맞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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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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