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미 16권으로 완결된 작품인지라 이제 와 추리한다고 헛발질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주를 비롯해 반 아이들이 어떤 현상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하게 된 계기가 여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2권입니다(뭔 얘기인지는 후술). 여주는 하층에서 상층으로 가기 위해 현재 중층에 있는데요. 여기서 매기라든지, 해마 같은 걸 잡으며 레벨 업을 하고 진화를 거쳐 갑니다. 상층에서 뱀에게 쫓기더니 이번엔 장어에게 쫓기며 다사다난한 매일을 보내고 있죠. 2권에서 주된 행동은 이것뿐이어서 리뷰는 여주의 행동보다는 진화와 복선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복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누구라도 다 짐작 가능한 것들인데요. 일단 1권 첫 번째 장에서 "용사와 마왕"이 싸움질을 하다 시공 마법으로 고등학교 반(클래스)을 잘라 버렸다는 구절이 있죠. 이번 2권에서 여주는 맹독 계열로 진화하면서 7대 죄악 중 '오만'이라는 스킬을 손에 넣게 됩니다. 오만은 마족이나 악마들의 전유물이죠.

시작하자마자 얘 마왕 되는 거 아니야?1권에서도 복선이 나왔을 수 있으나 필자 기억력 3초 붕어 머리인지라 잘 모르겠고, 몇 페이지 지나 지옥 계열 스킬을 손에 넣으면서 이거 빼박이네. 이 이전에 용사 파티가 여주가 있는 엘로 대미궁에 진입했으니 필연적으로 이들은 싸우겠구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면서 도화지에 미래라는 그림을 완성 시켜버리는군요. 그렇담 여주는 인간들과 교류는 완전 불가능은 아니어도 많이 힘들지 않을까? 이세계는 마왕이 있고, 마족이 있고, 인간들과 싸움박질 중인지라 여주가 마왕으로 진화하면 결론적으로 인간들과 적대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여주는 인간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만, 진화를 거쳐가며 인간의 마음은 유지해도 그 외의 것들은 인간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로 구성되어 있어서 힘들겠죠. 거기다 교회에서 보였다 하면 때려죽이려 하는 '금기'라는 스킬도 입수했으니 종교가 우세한 이세계에서 여주가 있을 곳은 결국 마계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됩니다.

리뷰 끝?은 아니고, 결국 여주는 마왕이라는 스킬을 입수하고 이후 공간 마법을 손에 넣게 되죠. 이쯤 되면 대놓고 얘 마왕 된다고 광고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목할 것은 공간 마법, 순간 이동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나중에 시공 마법도 손에 넣을 거 같고, 그렇게 되면 1권에서 용사와 마왕이 싸우고 어쩌고는 사실 여주와 당대 용사가 싸우다 아이들을 말려들게 한 거 아닐까 하는 추측을 들게 하더군요. 물론 사고가 났을 때의 시기가 과거냐, 미래냐의 문제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추리해 봤는데, 일단 16권까지 보신 분들은 스포일러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점점 더 어둠 계열로 진화를 해가고 결국 까만 흑갸루가 되어 버리는군요. 2권 중반만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거미 특성상 불에 약하다는 건 여전하지만요. 매지컬 마법 소녀를 꿈꾸던데, 소원도 이뤄지고요. 분할 사고인지 자아 분열인지 내 안에 너 있다 식으로 자아도 몇 개 습득하고 지루할 틈 없이 노가다를 해댑니다.

한편 다른 아이들도 나름대로 성장 중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같이 말려온 선생님도 엘프녀가 되었다는 것이고. 이세계 본질에 대해서 많이 다가가 있는 거 같더군요. 여주에 대해서도 아는 거 같고. 여주도 진화하면서 관리자 어쩌구 같은 본질이 다가가 있는 상태입니다만, 대충 느낌으로는 신(神)의 존재 등등 이세계물 클리셰 같으니까 이건 넘어갈까 합니다(사실 머리 아픔). 이세계로 오면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기중심적인 애도 있고, 종교에 미친 애도 있고, 용사처럼 사람들을 돌보는, 얘가 남자 주인공이겠구나 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들은 이세계 전생물 왕도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눈여겨볼 것은 생명의 무거움을 어린 나이에 알아 버렸다는 철학적인 장면들이군요.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었어도 생명을 해친다는 것에서 오는 반발과 공포와 두려움을 남자 주인공(가칭)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권에서 여주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곤 해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로 퉁쳤던 장면과 오버랩 된다는 것인데, 어쩌면 이미 1권 시작부터 여주의 미래는 마왕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맺으며: 여주와 반 아이들 사이에 시간 개념을 달리해놓은 서술 트릭은 추리하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는 있으나 정해진 미래라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정해진 미래라고 여겨지게 만들어 놓고, 사실은 아니었다는 반전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나아가 여주로 보이는 마왕과 용사를 교차 투입해서 보여준다든지, 만나게 하지만 마왕이 진짜 여주이고, 당대 용사인지, 아님 평행세계인지 등 여러 가지를 추리하게 하여 서술 트릭에 목매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게 아닌 단순히 관리자의 복선은 여주를 어둠 계열로 성장시키고, 반 아이들을 빛의 계열로 성장시켜 서로 대립 시키려는 정도의 길을 가는 것일 수도 있겠죠. 아닌 게 아니라 외전에서 그런 흐름을 보이지만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패스. 이제 슬슬 본말전도가 되어 가는 스킬과 능력 설명은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층에서 벗어나려는 장면은 조금뿐이고 거의 다 능력 설명과 고찰이니 조금은 질리더라고요. 차라리 반 아이들이 나오는 외전이 더 흥미진진하다고 할까요. 그야 전생하면서 성별이 바뀌었다든지, 여주와 마찬가지로 마물로 태어나 펫이 된 경우라든지... 필자, 단순한 게 맞나 보네요. 아, 참. 여주가 강해지는 이유를 넣어 놓긴 했더군요. 마물은 원래 성장이 빠른데, 인간의 지혜가 더해지면 먼치킨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다른 먼치킨물도 이런 식으로 합리화해두는 건 어떨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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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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