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근미래 VR MMORPG가 보편화된 현실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VR MMORPG 장르의 선구주자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떠올리면 본 작품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물론 로그아웃 불가에 따른 데스매치 그런 건 아니고 설정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딴판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실 말이 VR MMORPG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온라인 게임에 빗대어도 큰 무리 없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느 게임처럼 각종 콘텐츠를 즐기며 나만의 캐릭터를 키워가는 그런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 차별점으로 두고 있는 건 여주인공 '레아'는 정도의 길을 가는 것보다 게임사가 설정한 것보다 앞서가는 사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선 '레아'를 소개하자면, 여성이고, 나이는 20살 넘은 거 같은데 친구는 없어 보이죠. 실전 무술을 전파하는 가계에서 태어나 나름대로 예절을 배웠고, 부모가 자산이 많은지 불편함 없이 자랐다고 합니다. 보통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집의 자녀는 이면에 약간의 어두운 감정(혹은 나사 빠짐)을 가졌다는 클리셰를 동반하는데 그녀도 비슷한 감정을 보입니다.

그녀는 베타 때부터 테스터로 뽑히기 위해 노력하였고, 거기서 얻은 정보와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정식 오픈 시작부터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의 성격이 어딘가 좀 모나 있다 보니 모험심이랄지 남들은 잘 안 하는 행동을 좋아하는 변태 기질이 있다는 것인데, 보통 사람이라면 선택할 초보존보다는 마물이 사는 대삼림 동굴에서 시작는 걸 선택하죠(물론 여길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지만 리뷰 재미를 위해서 생략). 도착해 보니 도적고양이 수인 4명(NPC 그녀들)이 있길래 뚜까패서 부하로 만들고, 늑대 무리가 있길래 사역해서 부하로 만들고, 개미 여왕과 똘마니들이 있길래 사역해서 부하로 만들고, 대삼림 전역을 나와바리로 만들어 가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눈앞에 고양이 수인 그녀들, 늑대들, 개미들이 있으니까 테이밍 해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스킬 트리를 그렇게 짰더니 어째 점점 더 어둠의 계열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정보 처리 능력은 있으면서, 저런 행동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없는지, 눈앞의 일만 신경 써서 일을 키워가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죠.

이래서 조언을 구할 친구를 사귀어야 하건만, 1권 내내 그녀의 친구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이왕 이렇게 된 거 부하들이 벌어오는 경험치에 빨대를 꼽고, 부하들을 희생 시켜 뭔가를 실험하려는 악당 기질이 더해집니다.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황금의 경험치의 의미는 여기에 있죠. 레벨 업 시스템은 없고 오로지 경험치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몬스터를 잡든, PK를 하든, MPK(NPC PK)를 통해서 경험치를 얻어야만 합니다. 여주인공은 부하들을 이용해 이 시스템을 단 2주 만에 효율적으로 완성 시켜 버리죠. 그래서 다른 유저보다 압도적으로 경험치를 얻게 되고 빠르게 성장해 나갑니다. 운도 얼마나 따라주는지, 고찰해서 얻은 답이 있다고 해도 실패할 우려가 있음에도 결단을 내려 성공 시키는 운빨을 보유하고 있죠. 다르게 말하면 주인공 버프겠지만요. 이렇게 그녀의 군단은 날로 번창합니다. 그런데 번창은 하는데 부하들 상판떼기가 고양이 수인 그녀들 빼면, 늑대에 개미에 해골까지 더해지면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군대가 되어 가고, 결국 이 세계에서 [특정 재해 생물]로 판정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을 꼽으라면, 주변 환경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들 수 있습니다. 비록 게임 진행에 효율적으로 선택했다곤 해도 엘프로 시작하며 빛 계열로 가는가 했습니다만, 마침 도적고양이 수인 소녀들(NPC)이 거지꼴로 옹기종기 모여 있고, 동굴 밖으로 나갔더니 커다란 늑대들이 있고, 개미 떼가 있고, 배회하는 해골들만 있다면 어째야 쓰겠습니까. 결국 이들을 활용하려다 보니 스킬 트리가 어둠의 계열이 되어 버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둠 계열로 아예 발을 들여서 다른 유저들과 적대 관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곤 해도 그녀 스스로 선택해가는, 여 캐릭터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일부러 얻어맞으려는 변태 기질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대놓고 PK를 선언하고, 죽은 유저가 부활하는 곳에 죽치고 앉아 오는 족족 죽여 버릴까 같은 악마 같은 생각도 하고요. 이때쯤 되면 그녀의 군단은 호러쑈가 되어 있어서 다른 유저들이 떼로 덤벼온들 늑대 1호의 발차기 한방이면 나가리 되는 아주 저세상 모드가 되어 있죠.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고삐를 스스로 내던지고 세상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맺으며: 단점을 꼽으라면 스킬과 능력 설명입니다. 그 왜 있잖아요. 이세계를 가든 어디를 가든 본 내용보다는 스킬과 능력치 설명에 더 치중하는 거요. 본 작품도 알고 싶지도 않은 스킬 트리를 열거하고, 그에 따른 능력을 고찰하는 게 반 이상입니다. 이게 뭐가 중요하지? 아주 지겨워 죽겠어요. 그나마 거미입니다만처럼 감정을 넣어 설명을 하면 읽는 맛이라도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그냥 가전제품 설명서 읽듯이 하니까 지루하기 짝이 없어요. 작가가 밀어주는 여주인공에 대한 버프(운빨)도 좋아서 실패하는 것도 없고, 뭘 만들어도 뚝딱, 테이밍 하는 족족 성공, 꼬질꼬질 수인 소녀들과 약간은 개그성이 보이는 늑대를 활용 못하는 어이없음, 여주는 일찌감치 실력을 키워놔서 위기를 맞는 것도 없어요. 무슨 이세계 지침서 마냥 이걸 들고 가면 나도 먼치킨 길라잡이죠. 꼬질꼬질한 수인 소녀들도 NPC와 유저의 차이점은 메시지 받는 유무라고 해놨으면 풍부한 감정이라도 보여주던지. 다른 유저들과는 일찌감치 파워 인플레를 만들어 놔서 상대도 되지 않아 지리멸렬하고. 이럴 바엔 차라리 게임이라는 설정보다는 이세계 전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죠. 2권부터는 여주인공이 [특정 재해 생물]에 지정된 것을 좀 살리는 거 같긴 한데... 1권이 이러니....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6)
라노벨 리뷰 (898)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