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스 우라노'는 책을 좋아 합니다. 나이 22세, 대학을 곧 졸업하는 여학생,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녀의 독서열은 대학을 졸업해서 도서관 사서로 취직할만큼 자신의 인생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존재 입니다. 책벌레라고 소문이 나고 다들 기피해도 오로지 그녀는 책에 파뭍혀 죽는게 소원이라할 만큼 책을 좋아 합니다.


이런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어느날 신(神)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 줍니다. 여느날과 같이 집에온 그녀는 서제에 틀여박혀 책을 읽던 순간 지진으로 무너진 책더미에 깔려 세상 하직하고 마는데요. 그리고 활자는 물론이고 종이도 제대로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중세시대 어느 가정에 병마에 몸져 누운 5살난 여자 애가 눈을 뜹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책을 끔찍히 좋아하는 여주인공(22살)이 책에 깔려 죽어서 눈을 떠보니 5살난 여자 애의 몸이더라...

흔히 이세계에 떨어지면 다들 먼치킨이 되고, 하렘을 만들고, 하다못해 내가 가진 지식을 이용해 위기를 돌파한다. 같은 뭔가 주인공으로써 최대한의 보정을 받아 눈꼴시련 장면이나 뭔가 비현실적인 일생 생활을 보여주기 마련인데요. 이 작품은 그런게 없습니다. 그야 5살난 여자 애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 작품은 휴먼 드라마 입니다. 그렇다고 식상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도 이세계물 입니다. '우라노'는 죽어서 이세계로 넘어 왔습니다. 필자는 '또 이세계물이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래에 들어 구입하는 작품마다 이세계물이 아닌 작품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왕 구입한 거 혹시나 하는 마음에 5살 여자 애라도 유녀전기 타냐처럼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우라노의 환생체 5살 여자 애 이름은 '마인' 입니다. 마왕계의 마인(魔人)이 아닌 그냥 이름이 마인(1), 마인은 병치레가 잦아서 걸핏하면 앓아 눕습니다. 병치레가 얼마나 심각하면 5살이면서도 체격은 3살정도, 한살 터울인 언니에 비해 체격은 반정도(유추) 밖에 되지 않는 병약 그자체 입니다. 5층인 집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데만 힘에 부쳐 쉬어야 하고 아버지 일터까지(어른이면 10~20분 거리) 갔다가 며칠을 앓아 눕는건 예사, 이런 애를 주인공으로해서 뭔 이야기를 펼쳐갈까 필자는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이 시대의 아이들은 5살에 숲으로 나아가 땔감과 버섯같은 부식재를 구해오고 7살이면 각 업종의 수습생으로 들어가 일을 배웁니다.

눈을 뜬 마인(우라노, 이하 마인)에 비친 병약한 자신도 경악이지만 위생 상태가 최악인 주거 환경에 또 한번 경악 합니다. 거미줄 투성이인 천장, 흙으로 더러운 바닦, 화장실은 없고요.(공중 화장실 개념도 없습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가려워 죽겠고, 꼬질꼬질한 피부와 냄새 쩔어주는 의복, 매트리스 없는 침대가 간신히 눈을 뜬 마인을 반겨주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마인에게서 이런것보다 더욱 충격으로 몰아 넣은건 책을 찾아 집안 어디를 뒤져도 찾을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책에 죽고 책에 사는 그녀에게서 책은 목숨과도 같았지만 집안 어디를 찾아봐도 책은 고사하고 종이 쪼가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성 통곡하는 마인... 영문을 모르는 언니 '투리'... 참고로 마인은 부모와 언니 4인 가족 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습니다. 책이 없으면 만들면 그뿐 입니다. 그래서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고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종이 만드는 정보를 긁어 모아 종이 만들기에 들어 갑니다. 섬유질을 추출하고 점토판을 만들고 기타등등... 근데 어째 도전하면 할 수록 좌절감만 키워 갑니다. 이 시대에도 책과 종이는 있습니다. 양피지도  있고, 잉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건 귀족들의 전유물이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해 도저히 아버지 월급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력으로 만들려고 했고, 잇몸으로 열씸히 음식을 씹을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만 했습니다. 결국 그 반동으로 좌절감만 높아져 결국 또 앓아 눕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부던한 노력으로 체력을 기릅니다. 차음엔 계단 내려가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녀는 이제 아버지가 일하시는 성문까지 갈 수 있게 되었고, 땔감과 부식재를 구하기 위해 성문 밖 숲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종이를 만들기위해 무던히도 노력 합니다. 머리속에 종이 만드는 방법은 있지만 워낙 낙후한 시대다보니 만들 여견이 안될뿐, 그래서 그녀는 주위 사람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슬슬 이세계로 건너간 주인공이 보정 받는다고 할까요.


뜬금없지만 환생하자마자 그녀가 한 일은 청결 입니다. 떡진 머리를 어떻게 하기 위해 샴프를 개발 하였습니다. 호기심으로 처다보는 언니에게 권해 봅니다. 효과가 뛰어나자 어머니도 머리를 들이 밉니다. 양초를 만들때 공정과정을 달리해 고품질의 양초를 얻고, 요리를 개선해 영양공급을 원활히 해봅니다. 요리 레시피를 보급해서 주위의 평판을 끌어 올리고,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글자를 깨우쳐 벌써 직장을 잡습니다. 이정도면 먼치킨 맞네...도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마인은 주변 또래에 비해 머리가 좋습니다. 이것을 간파한 어느 인물들로인해 그녀는 정체를 의심 받기 시작하고, 그녀(마인)의 주변을 시작으로 나비가 날개짓을 시작 합니다.


마법과 검술이 날아 다니는 세계가 아닙니다. 전형적인 중세시대를 표현하고 있으며 월동준비하지 않으면 겨울에 굶어죽고 아이들은 당연하게 부모를 돕고, 나이가 차면 일을 합니다. 교육은 꿈도 못꾸고 옷은 누더기, 떡진 머리와 꼬질꼬질한 피부의 아이들, 오물이 넘치는 거리와 공동 우물, 이런 세계에서 현대의 위생관념을 가진 마인(우라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지만 작품은 그에 아량곳하지 않고 분위기는 굉장히 밝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공동생활에 익숙하여 나이가 많은 아이가 어린 아이를 돌보는등 서로가 돕습니다. 특히 마인의 언니 투리는 끔찍하에 동생을 아낍니다. 어머니는 때론 야단을 치지만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걸 말리기 보다 지켜보며 도움을 요청하면 손을 내밀어 줍니다. 아버지는 딸 바보 입니다.


뭐랄까 이런 이세계물도 있구나하는걸 알게해준 작품이랄까요. 22살이라는 인생 경험을 가진 여자 애가 병약한 몸으로 처절하면서도 우아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 가면서 벌이는 휴먼 드라마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병약한 딸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가족 애가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전투, 하렘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들어가지 않은 일상 생활만 가지고 이렇게 잘 풀어가는 작품은 극히 드물지 싶군요.


마지막으로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세계에 걸맞는 이야기가 펼쳐질 듯 합니다. '마인'이라는 떡밥과 후반에 들어난 마인의 병약한 체질과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언급하는 그녀의 몸에 관련된 비밀은 마인의 가족을 혼돈으로 몰아 넣지 싶군요. 아마 본격적인 마법의 시대가 도래하지 싶습니다. 이미 그 전조도 1권에 조금식 들어가 있었구요.


 

  1. 1, 근데 끝까지 읽어본 바로는 여기에 뭔가 떡밥이 숨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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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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