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신(神) 에히트의 간섭


그동안 복선으로 계속 투하되어 왔던 에히트가 하지메의 무쌍에 짜증을 내며 본격적으로 인간계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재미 삼아 가지고 놀던 인간이라는 장기판에 이물질이자 방해물인 하지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것인데요. 그래서 신의 사도를 한 마리 내려보내 그를 이단으로 지정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코 선생을 납치, 그를 특정 장소로 유도해 격파하려고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미수에 그칩니다. 

이유는 감히 주인공을 이기려 들다니 100년은 빠르다 같은 거겠죠.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 건 신의 사도와 인간인 하지메가 보여주는 전투가 일방적으로 역전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장면에서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의 사도가 일방적인 공격을 보여주고 주인공은 의지와 집념으로 그것을 뛰어넘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닌 입장이 반대로 진행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고 시의 사도가 의지와 집념으로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요.


친구는 가려서 사귀자.


일전에 시미즈라는 남학생이 일으켰던 우르 마을 습격 사건은 그가 현세에서 찌질함을 극복 못하고 이세계로 넘어와 동경하던 용사가 될 수 있다며 제멋대로 들떠 있다가 코우키에 의해 좌절되곤 마족과 결탁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다 하지메에 의해 격퇴된 것이었죠. 그리고 지금 또다시 그 사태가 재림 되는데요. 1권에서던가 잠옷 차림으로 하지메의 방을 찾아가던 카오리를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보던 인물이 있었죠.

그동안 피눈물을 닦으며 카오리를 향한 추악한 집념에 키워왔던 남학생(이하 A)과 코우키를 향한 일그러진 사모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여학생(이하 B)가 합체해서 전대미문 대 학살극과 좀비화를 일으킵니다. 뒤통수 때린 것이죠. A와 B는 마족과 결탁해서 자신들의 바램을 이루기 위해 친구였던 아이들을, 이세계로 넘어와 동료라 불렀던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도륙하고 좀비로 만들면서 하인리히 왕국은 멸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B의 주도로 왕과 수뇌부까지 절단되어 좀비로 변해 버렸고, 교회는 종사자 전부 일심동체 절찬 광신도가 되어 신의 사도와 싸우는 하지메에게 디버프를 거는 등 아수라장이 있다면 여기가 아수라장이지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지상에서는 B가 코우키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며 친구들을 전부 좀비화 시키려 아등바등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왔던 카오리(1)는 시즈쿠의 간절한 외침에도 A에게 붙잡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이 작품은 친구는 가려서 사귀어야 된다는 걸 예전부터 보여주고 있는데요. 카오리의 무지몽매 때문에 하지메는 이지메를 당해야 했고, 친구의 시샘으로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했죠. 용사라는 놈은 자기 세상에 갇혀 자기중심적이고 클래스메이트들이란 놈들은 하지메를 자기들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업신여기질 않나, 그리고 지금은 A와 B에 의해 소중한 사람이 하나의 나라가 친구가 동료들이 죽게 생겼습니다. 이걸 두고 나비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고 하는가 봅니다.


싸우는 히로인은 눈부시다?


필자는 항상 이런 히로인이 좋습니다. 주인공이 지켜주길 바라지 않고 자기 힘으로 적과 마주하고 불리한 입장이라도 분연히 맞서 싸워가는 것을요. 그리고 그를 돌아보게 하는 것, 이 작품은 그게 있죠. 유에와 시아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아는 괴물이라 불리는 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죠. 오히려 괴물이라 불리는 것에 고맙다며 이제야 그의 곁에 당당히 설 수 있다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근데 문제는 애가 너무 강해서 주인공 따윈 필요 없지 않나? 하는 물음을 던진다는 겁니다. ​혼자서 골디언 해머를 지름 2m, 무게 10톤짜리 죽방울까지 꺼내서 다 도륙하고 다니니 치트도 이런 치트가 없을 정도였군요. 그래도 죽은 애인의 복수라며 찾아왔던 마족에게 보통 사정을 끝까지 들어주고 감정이입될 수 있게 장면이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녀는 그런 거 관심 없다며 단칼에 툇짜놓는 장면은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롭게 추가되는 하렘, 이제 그만 좀 하지?


이번 에피소드 히로인은 아이코 선생이 되겠습니다. 나이에 비해 조그마한 키로 꼬물꼬물 거리는 게 귀엽게 다가오는 그녀, 시미즈에 의해 죽을뻔하였을 때 입으로 약을 먹여준 하지메에게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고 간직해오다 이번에 납치되어 앞날이 캄캄할 때 또 구출 받게 되는데요. 이후 신의 사도와 싸우는 하지메에게 디버프를 거는 광신도들을 혼내주려다 전원폭사 시키는 바람에 살인했다는 자책감에 티오 등에서 토하며 정신 붕괴까지 일으키는 자신을 다독여 주는 하지메에게 완전히 넘어가버립니다. 힐끗힐끗... 그리고 B에 의해 죽을뻔한 자신들을 구해준 하지메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시즈쿠와 릴리아나 왕녀까지... 해인족 모녀 등을 합치면 지금 대략 9명쯤 되나요? 파티에서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인 만큼 꼴불견도 없다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말입니다.


뭐든지 내 마음대로, 라이트 노벨의 특권?


하지메는 신의 사도와 전투에서 여전히 연성이라는 편리함을 이용해 도라에몽 주머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무기를 꺼냅니다. 이젠 뉴건담의 핀판넬을 이용한 i필드까지 선보이더군요. 궤도위성을 이용한 쏠라 레이저는 덤이고요. 궤도 위성을 이용한 대지 공격은 사실 SF 마니아에겐 로망이죠. 작가가 뭘 좀 안다고 할까요. 여튼 여기에 더해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울고 갈 정도로 민첩한 몸놀림은 혀를 내두릅니다.

차라리 시아의 미래시 같은 거라면 수긍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뭐 먼치킨의 정도를 넘어선 게 아닐까 했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감 따윈 전혀 없고 일방적인 살육이 되어 가다 보니 흥미진진한 것도 없습니다. 그 모습은 괜히 시즈쿠가 중2병이라고 놀리고 흑역사를 퍼트린다고 협박했던 게 아닙니다. 작가는 그런 하지메가 얼마나 중2병에 쩔어 있었는지 이번에 보여고 싶었던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결국 이 작품도 드래곤 볼 화로 넘어가는군요. 얘들 싸우는 게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결국 신화 대전으로 이어지니 당연히 이럴 수밖에는 없겠지만 중력과 물리와 원심력을 얕보지 말라고요. 특히 시아의 골디언 해머는 가히 압권입니다. 몇 톤이나 되는 걸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게 어디가 판타지란 말인가 싶었군요. 그리고 일러스트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는 절세 미녀인데 괴리감이 장난 아닙니다. 


 

  1. 1, 하지메와 대미궁 공략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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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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