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방패용사 성공담 1권 리뷰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주의하자-
이 작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인공 나오후미가 방패 용사라는 이세계에선 별로 쓸모없는 직업을 받아 왕따+이지메를 당하고 여자에게까지 배신 당하면서 인간+여자 불신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창, 칼, 활에 이어 방패 '용사'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방패는 규약에 따라 공격무기를 들 수 없다나요. 그래서 쓸모없는 놈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낌새를 느껴놓고도 난 기죽지 않아를 외치며 잘해보자 하는게 이럴 때는 제깍 자기 갈 길 가는 게 나았을 텐데 애가 좀 외로움을 많이 타나 봐요. 괜히 빌붙으려다 된통 당하는 게 가학성에 취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눈 뜨고 코 베이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겁니다. 자기들이 불러 놓고 용사 주제에 도움도 안 된다는 비웃음을 내뱉지 않나, 방치 플레이까지, 이때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마인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는데요. 소환 주체인 왕은 물론이고 같이 소환된 다른 세 용사들까지 아무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동행을 해준다고 하니 이보다 기쁠쏘냐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뭐 당연한 수순으로 그날 밤 그의 속옷과 방패 빼고 홀랑 다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쳐들어온 병사들에 의해 연행 당해보니 졸지에 강간범이 되어 있네요? 누가, 누굴? 네가(나오후미) 마인을
누굴 탓하겠습니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의심치 않은 자기를 탓해야죠. 보면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애가 갑툭튀한 마인을 뭘 믿고 따르나 싶은 게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친절의 대명사인 일본인을 꼬집는 듯했군요. 사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좋게 말하면 순진한? 그래서 그러다 뒤통수 당하지 말고 조심해라라는 메시지도 함께 느껴지기도 했지만, 뭐 여튼 자기를 홀랑 벗겨내 자신이 추앙하는 창술사 모토야스에게 몰아줘 버린 것도 모자라 강간범 누명까지 씌운 마인에게서 심한 충격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느끼지만 울부짖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고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매몰찬 지탄뿐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럴 때 자신을 이렇게까지 추락 시킨 놈들을 죄다 암살을 해버려야 카타르시스이자 포텐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방패는 사람은 물론이고 몬스터조차 공격할 수가 없다는 것이군요. 정확히는 할 수는 있지만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아요. 이 부분이 좀 아쉬웠는데 조금은 대갚음해 줘도 되지 싶은데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찾아간 곳이 노예시장, 그곳에서 자신의 칼이 되어줄 한 명의 노예를 삽니다. '나프탈리아'라는 라쿤족 소녀를... 이 날 나오후미나 나프탈리아에게나 운명 같은 날이자 만남이 아니었나 합니다. 여자 불신에 빠진 남자와 인간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버린 소녀가 만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처음은 최악 그 자체입니다. 여자 불신에 빠져 얘(나프탈리아)도 그렇지 않을까, 나보다 모토야스(창술사)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빼빼 마른 10살짜리 소녀가 병들어 콜록거리는데도 죽으면 그때 다시 노예를 구입하면 되지 같은 쓰레기급으로 타락해간다는 것이군요.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일본에서 살 땐 부모가 어리광을 다 받아줬는데 여기선 그런 환경은 고사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까지 당했으니 그 충격은 장난 아니었겠죠. 근데 사실 이 부분에서는 자신의 미숙함을 탓하는 건 찾아볼 수 없고 타인을 탓하는 경향이 강해서 보기가 좀 그랬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주의하라는 걸 배우지 못했나 싶은 게요.
그래도 천성은 착하다는 주인공 보정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그녀(나프탈리아)에게 호의를 베풀어 가면서 나는 그 녀석들(마인을 필두로 모든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병을 치료받고 맛있는 밥도 꼬박 먹여 주자 나프탈리아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인공에게 끌리는 히로인 탄생이죠. 처음엔 말도 잘 못 붙이다가 이젠 몸소 나서서 나오후미를 보살펴 주는 게 딱 연인 그 이상으로 보였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인 특성으로 어릴 때 광렙하면 체형이 커진다는 설정을 들이밀며 정신은 10살이고 체형은 16~7세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10살 체형이 나았는데 말이죠.
여튼 마인의 꼬드김에 넘어간 모토야스(창술사)가 보여주는 자기중심적이자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는 성격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흔직세의 용사 고우키는 상대도 안 돼요. 나프탈리아가 억지로 나오후미의 명령을 듣는다고 멋대로 해석해서 싸움을 걸었다가 된통 당할 때 마인의 개입으로 간신히 이겨놓고 눈치채지 못하는 둔함은 전율 그 자체였군요. 특히 후반 그의 에피소드는 가관인데요. 살려 달라는 여자의 비명을 어떻게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자기 동료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실황중계로 나불나불 거리는데도 몬스터가 현옥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건 하나(모토야스)를 빛내 보이기 위해 희생양이 되어 버린 나오후미, 보통 현실에도 있잖아요. 누굴 짓밟고 일어서며 나는 저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같은 거, 그 밟힘 대상이 나오후미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분함, 그래서 그나마 하나 있었던 나프탈리아까지 빼앗아 갈려는 모토야스와 그 일당들을 바라보며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그를 감싸 안으며 자신이 받았던 온기를 이번엔 그에게 되돌려 주며 부활 시키는 장면에선 찡함을 넘어서서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맺으며, 발암이 심하다고 해서 구입할까 말까 고심했던 게 1년하고 수개월이군요. 근래에 들어와 점점 발암물이 좋아져서 구입은 했는데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이 발매될 당시엔 심했을지 몰라도 그동안 항암제를 너무 먹어 버린 것인지 아님 신경줄이 쇠약해졌는지 그렇게 큰 발암적인 요소는 없었군요. 다만 주인공이 그렇게 당하고도 나만의 길을 가지 않아 이 부분에서는 발암이 좀 심했다랄까요. 특히 나프탈리아를 놓고 모토야스와 쌈질에 들어갔을 땐 올게 왔구나 싶었습니다. 권력과 자신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이성으로써의 존재를 떠나 그녀를 잃으면 당장 사냥을 못해 굶어 죽을 판인데도 고작 왕이 돈 좀 준다고 세 용사들을 냉큼 따라가서 못 볼 꼴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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