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하나둘씩 모여들어 서로가 106호실을 빼앗겠다고 으르렁거리다가 너도 나도 개인 사정이 드러나고 서로가 힘을 보태주면서 정이 들어버렸죠. 여자애들은 악에 맞서 싸우며 굽히지 않는 신념을 보여줬고 그에 응하듯 주인공은 몸을 사리지 않고 적과 맞서 싸웠더랬습니다. 사실 티아의 어머니 엘파리아(표지모델)가 정변을 피해 지구로 오는 에피소드까지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참 많았죠. 가슴 후련하게 고생한 애들에게 보상을 내려주는 것 같은 상황도 참 많았고요. 기승전결도 좋아 한때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기승전결 하면 이 작품이다라고요. 그런데 그때 책이 좀 많이 팔린 것일까요. 엘파리아가 지구로 오고 나서부터는 기승전결은 개나 줘버리고 이야기를 정말로 가느다랗게 질질 끌기 시작합니다. 포르트제편 시작하고 십수 권이 지나 일본에서 28권이 나온 현시점에서도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어요.


솔직한 심정으로 드럽다.라는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뭘 이렇게 질질 끄냐, 그 클라이맥스로 이번 23권은 정점을 찍어줍니다. 포르트제로 쳐들어 가면서 슬슬 완결을 짓나 했더니 느닷없이 외전을 터억 내놓는군요. 송강호의 배신이야 배신이라는 대사를 이럴 때 써먹어 주면 참 좋습니다. 식상한 말을 더 붙이자면 맥을 끊어도 유분수지라고도 하죠. 그렇담 23권의 내용이 뭐냐면 아홉 명의 여자애들과 유부녀 한 명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감정을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담 본편에서 필요한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하면 필자가 이렇게 흥분하지도 않죠. 작가가 쓴 후기를 요약하자면 WEB판 외전 몇 편 써 둔 걸 버리긴 아깝고 본편에 끼워 넣자니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그래서 중편 한 개 더 써서 한 권 따로 냈다.고 합니다. 앙? 이래서 L노벨을 찬양하자고 부제목으로 썼습니다. 지금 본편 갈 길도 구만 리인데 뭐 어쩌고 저째? 솔직히 다른 출판사였으면 절판 각이 아닐까요. 다른 출판사들 사정이야 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내용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그동안 SF였다면 이걸 뺀 순수한 순정물로써 이 분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달달함을 넘어서서 아주 녹여줄 겁니다. 그동안 주인공 코타로를 바라보는 9명의 여자애와 한 명의 유부녀의 호감도는 일찌감치 MAX를 찍어둔 상태라서 솔직히 'ZUKI樹(1)'가 그렸다면 매 에피소드마다 성인물 찍어 댔을 정도고 상태에 빠져있었죠. 그걸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연적이 등장하면서 이대론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품은 아홉의 여자애와 한 명의 유부녀가 현재에 머물지 말고 한발 더 내디뎌 보자는 의미가 강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9명+1명 다 선택하지 못할 텐데?라는 복선도 깔려 있는데 이건 결국 지구에선 맺어지지 못하고(1부 1처제) 포르트제에서 맺어질 수밖에 없는 떡밥 투하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 이전부터 착실하게 떡밥을 깔아 오면서 모습은 같아도 살아온 생태계가 틀려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못을 박아 놓고선 선대 족보를 파보니 우리 모두 뿌리가 같네?라며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결해버리는 등 그렇다면 결국 이중 하나와 맺어지고 나머진 첩으로 들이면 되겠네 같은 발상도 하게 만듭니다. 미친 거 같아...


맺으며, 좋고 나쁘고 솔직히 ZUKI樹 작가의 작품에서 베드신만 뺀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나 ZUKI樹 작가의 작품이 동인지나 싸구려 상업지라고 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여튼 엘파리아가 지구로 오는 에피소드까지는 그래도 이런 감정은 적었는데 이후부터는 딱 그렇게 흘러가더군요. 사실 9명의 여자애와 한 명의 유부녀는 주인공이 누굴 선택하든 시기나 질투하지 않고 존중하겠다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로 발전은 했는데 이게 너무 농익어 버렸습니다. 수박을 잘랐는데 흐물하게 변한 내용물이 흘러나오는 그런 기분... 죽창 부대는 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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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물도입니다. 제일 왼쪽부터 마키, 클란, 루스, 티아, 유리카, 주인공 코타로, 사나에, 하루미, 시즈카, 키리하, 엘파리아(티아 어머니) 사실 처음엔 이렇게 하렘을 형성해도 여타 라이트 노벨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이성의 관계라기보다 전쟁터의 동료나 전우의 느낌이 강했죠. 그렇게 서로가 도와가며 적과 맞서 싸우기도 했고, 그런데 어디서 클레임이 들어왔는지 어느 시점부턴 전형적인 하렘 라이트 노벨로 변질되어버립니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 싶은 게요. 2천 년대 초중반까지 엔터테인먼트계를 이끌었던 사실적인 SF 성향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1. 1, 상업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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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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