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런 왕국의 정변을 해결하고 당초 예정했던 월연제를 구경하기 위해 바르보라 항구도시에 온 프란과 스승(주인공), 처음 보는 요리 길드에 흥미가 동하여 들어갔다가 스승이 만든 카레가 세계 제일이 아니라는 평을 들어버린 프란은 빡침주의보를 발령합니다. 스승이 만든 거라면 무엇이든 잘 먹는 프란은 그중에 카레를 으뜸으로 치고 있었는데요. 지고의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열렬한 카레 신봉자였습니다. 그런 카레를 인정 안 해주니 프란으로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수 밖에요. 기어이 인정받겠다고 며칠 뒤에 열리는 요리 콘테스트에 나가기로 하는데...


애가 아주 그냥 나날이 먹는 것에 환장을 합니다. 마치 강아지처럼 밥그릇을 빼앗지 않으면 배가 터져도 먹겠다는 양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무엇이든 먹어댑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도 살이 찌지 않는 게 참으로 용하다고 할까요. 보통 엔터테인먼트에서 히로인이라고 하면 12살에게도 쭉쭉 빵빵 거유를 강요하는 이 바닥에서 프란은 참 이질적인 존재죠. 부지깽이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사실 그녀가 음식에 집착하는 건 과거 노예였기 때문이겠죠. 음식이 또 언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둔다는 습성을 가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이야기는 요리 콘테스트를 치르는 프란과 스승이 자기도 모르게 구데타를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주의 차남이 주관이 되어 타도 아빠를 외치며 시작한 쿠데타는 악의 연금술사가 끼어들면서 졸지에 세계 멸망급으로 격상하기 시작하는데요. 가만 보면 프란이 가는 길은 명탐정 코난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건이 생기고 사람이 죽고 범인은 이 안에 있어!!를 외치며 동분 서주 끝에 해결 v^^v 은 개뿔, 이세계 전생물이라고 다 먼치킨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그야 스승과 스킬을 공유할 뿐인 프란이 아무리 강해도 한도가 있는 것입니다.


애가 먹보도 먹보지만 호전적인 게 있어서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칼부터 내지르고 보는데요. 그냥 댕강 잘라버립니다. 그런 프란도 급이 다른 적을 만나면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열혈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근성으로 어떻게 될 수 있어 같은 근성론은 판타지에선 개나 줘버리라지요. 이번 적은 그런 급의 적입니다. 사실 진짜 최강의 적은 2권인가에서 나왔지만 이번 적도 그런 수준이랄까요. 불 마법을 맞아 팔과 다리가 탄화하고 내동댕이 처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스승은 어떻게든 프란을 살리고자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들을 구해주는 건...


뭐랄까...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이랄까요. 중반까진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인연을 중시하기 시작합니다. 필자가 이 작품을 접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읽은 구간이군요. 이곳저곳을 떠돌며 친구다운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던 프란과 스승에게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장면은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군요. 어느새 친구도 만들고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도 있다고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얼마나 극적이냐면요. 무표정의 대명사였던 그 프란이 눈물을 다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인연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맺으며, 강하다고 표현은 하는데 정작 알고 보니 보통 사람보다 약간 더 강할 뿐인 주인공과 히로인이랄까요. 진창이들에겐 강하지만 자신보다 두어 단계 높은 급의 적에겐 맥을 못 추는, 아무리 주인공과 히로인이라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프란과 스승을 멀리하는 게 좋다라고도 하는 거 같았는데요. 이번엔 세계 멸망급입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어요. 걸어오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 애가 조금만 더 인간관계에 소극적이었다면 이 작품도 여기서 끝을 맺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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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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