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방패용사 성공담 3권 리뷰
지렁이 지렁이 꼬물꼬물 아주 지겨워 죽겠어! 그냥,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는 걸 보여 주지라며 나오후미는 결국 자신을 소환한 왕국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참 길고도 길었습니다.라고 해도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요. 라프타리아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며 얻은 커스 시리즈라는 진화를 개방한 나오후미는 꽤 강해졌습니다. 그동안 방어 일변도였던 것이 드디어 공격 수단까지 손에 넣은 것인데요. 이게 다 쓰레기 왕과 쓰레기 3용사 + 비치 왕녀 덕분이죠. 일시적이긴 하지만 3용사보다 강해진 것에 기고만장해서 왕에게 엿 먹어를 시전하며 '나 간다잉?'를 한건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군요.
그런데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마치 드래곤 볼의 방금 강해졌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더 강한 적을 마주한 상황 같은 파워 인플레랄까요. 지금이라면 2단 변신한 프리져를 만난 피콜로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고 할까요. 주인공은 이세계에 소환되지 않았으면 100% 방구석 폐인 코스 밟았을 겁니다. 의욕도 없고 지혜도 없어요. 당하면 대갚음해준다는 마인드 따윈 개나 줘버렸고요. 그러다 보니 강해질 거라는 의미도 퇴색하고 실제로 강해지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요.
데스노트에 한번 잡은 기회를 살려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작가는 죽는다고 끄적이기라도 한 걸까요. 진화하면 뭐 해요. 3용사는 물론이고 이번에 만나는 최강의 적에게 바로 간파 당하고 한 방에 제압 당해버리는걸요. 라프타리아의 헌신적인 노력을 돌려줘!라는 심정이죠(나오후미 폭주 때 몸을 던져 제정신 들게 함). 물론 다른 용사들보다 성장이 느린 건 주변의 견제와 괴롭힘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그걸 타파할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잖아요. 그게 없어요. 이게 없다는 건 곧 카타르시스도 없다는 것이죠. 이건 작가의 필력 문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1~2차에 이어 3차 파도에 맞서는 나오후미와 일행에게 최강의 적 '글래스(표지 빨간 눈)'가 모습을 들어냅니다. 3차 변신한 프리져를 만난 피콜로의 상황이랄까요. 계왕권을 쓰는 손오공 역할을 해야 할 모토야스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그동안 몬스터만 쏟아내던 파도에서 처음으로 나온 지적 생명체 '글래스'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3용사는 한방에 나가리 되고요. 나오후미는 나메크 별 촌장에게 가능성을 확장 받은 손오반처럼 개화한 커스 시리즈로 맞서지만 글래스는 단박에 커스 시리즈의 약점을 파악해버립니다.
갑자기 찾아온 절체절명이라는 시추에이션, 근데 여기서 글래스는 매우 신사적(?)으로 나오후미와 대결을 펼치면서 처음으로 파도에 대한 의문점이 찾아옵니다. 너무나 큰 힘에 취해 어울리지 않는 배려를 하는 셀처럼 쓰러져 바닥에 뒹굴고 있는 3용사를 신경 쓰는 나오후미를 배려해 장소를 옮기기도 하고 존댓말도 꼬박꼬박 하고 정중하게 물러나는 등 처음으로 이세계에서 만난 개념인 글래스를 보고 있자니 이쪽 세계 따위 버리고 글래스편에 붙는 건 어때? 하는 생각마저 들었군요.
아, 의문점이란 그동안 몬스터만 쏟아내던 파도에서 어째서 지적 생명체가 갑자기 찾아온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이긴다'라는 그녀의 읊조림에서 파도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 너머에 존재하는 건 선악일까 다른 무엇일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지어스(일본명: 우리들의)'를 보는 것 같았군요. 평행 세계(지구)와의 전투의 승패로 삶과 죽음이 직결되는, 여튼 그녀의 등장과 대사 하나하나가 복선이 되어 앞날은 예상되는 가운데 갑자기 세계관이 넓어지고 시리어스 해집니다.
어쨌건 '메르(표지 나오후미 뒤)'라는 신규 NPC가 나오후미의 파티에 가입합니다. 필로리알을 너무나 좋아해서 자신의 임무조차 망각하고 필로리알을 쫓아다니다 길을 잃어버리고 나오후미를 만나 필로에게 꽂혀선 헤벌쭉하는 제 2왕녀, 그 비치 왕녀의 여동생이 파티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배배꼬인 나오후미의 성격을 볼 수 있고 거기에 응하기라도 하듯 아빠(쓰레기 왕)를 두둔하며 화해해!라며 얼토당토않는 말로 나오후미의 멘탈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근데 근본은 언니와 다르게 착하다는 정석적인 설정
사실 메르는 적어도 왕국의 본질을 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방패 용사는 배척받는 용사가 아니라는 것, 아빠가 쓰레기라고 불릴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 언니의 기행은 잘못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왕국 자체가 거대한 복선이라고 그녀의 등장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죠. 즉 원래 이런 나라가 아니라는 것, 나오후미에게 아빠와 화해하라는 대사는 그녀가 쓰레기 왕의 딸로서 아빠를 두둔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 아빠의 원래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여튼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나오후미를 궁지로 모는 모든 원흉은 비치 왕녀라는 귀결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더해 방패 용사를 악으로 규정한 삼용교의 대두, 그것이 메르의 등장으로 가속화하는데요. 언제부턴가 왕의 성격이 변해버린 점, 언니만 바라보는 왕, 나라 전체가 방패 용사를 괄시하는 점, 그것을 이상히 여기는 여동생을 죽이기 위해 비치 왕녀가 움직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나오후미는 몸을 던집니다. 대놓고 여동생을 죽이려는 만행을 말릴 생각도 없는 3용사의 암 걸리는 상황과 더불어 또다시 나오후미의 속으로만 하는 테클은 질리다 못해 학을 떼게 합니다.
맺으며, 그동안의 성인(聖人)질로 왕국 내에 인지도가 조금 올라간 나오후미의 가능성을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가지만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복선이 엄청 나왔군요. 데릴사위는 최종 엔딩에 쓰일 복선인데 여기서 투하하면 어쩌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글래스의 등장은 새로운 세계와의 전쟁이라는 복선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비치 왕녀의 정체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복선, 또 뭐가 있었던 거 같은데 너무 많아 생각이 안 나는군요. 어쨌건 남은 복선은 비치 왕녀는 왜 나오후미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인가 하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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