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방패용사 성공담 4권 리뷰

라노벨 리뷰 | 2018. 4. 3. 19:28
Posted by 현석장군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는 건 이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었군요. 나오후미 일행은 남편(왕)에게 국정을 맡겨놓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외교대사 일을 하고 있는 여왕이 방패 용사에게 우호적이라고 해서 여왕을 찾아 국경을 넘기로 하는데요. 그동안 온 나라가 아주 그냥 방패 용사를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었죠. 그래서 한동안 정체를 숨기고 행상을 하며 어느정도 인지도를 올리고 우호적으로 만들어 놨더니 이번엔 전 국민을 세뇌했다는 둥 빗치 왕녀는 기가 막힌 선동을 시작합니다. 창잡이 모토야스는 거기에 편승해 나오후미를 어떻게든 말살하겠다고 기어이 앞을 가로막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달리는데요.


빗치 왕녀는 뭣 때문에 이토록 방패 용사를 갈궈대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심플 '그냥 심심해서', 옛날부터 그래왔다네요. 이번엔 방패 용사가 그녀의 노리개감으로서 이지메 당하는 역할이 된 것이죠. 그녀의 아비 데릴사위이자 쓰레기 왕은 이웃 아인(수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용사가 못마땅해서 빗치 왕녀의 이지메질에 편승한 것이고요. 여기엔 옛날부터 아인 나라와 전쟁으로 골 깊은 앙금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자기들과 싸움질 중인 아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가 꼴보기 싫었던 것이죠. 이 얼마나 추잡하고 밴댕이 소갈딱지란 말입니까. 하지만 모든 일엔 결과는 따르게 마련이죠. 이제 반격의 서막이 오를 때입니다.


국경을 넘으려는 나오후미 일행을 가로막은 빗치 왕녀와 모토야스, 여기서 조금 전으로 돌아가 나오후미는 필로리알(타조같이 생긴 생물)의 여왕을 만나게 되는데요. 거기서 세 용사를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화해하라는 뚱딴지같은 말을 듣습니다. 순간 이 부분에서는 작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했군요. 이지메 시킨 놈들과 이해하고 화해하라고 하는데 순간 제정신인가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 죽여 버리고 용사들을 새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요. 어째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머리 숙이고 화해를  신청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여기서 더 기가 막힌 건 필로리알 여왕의 힘이 강대해서 방패 용사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위력으로 피해자를 겁주며 가해자에게 머리를 숙여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필로리알 여왕의 말에 따라 모토야스를 만나 머리를 숙이려 하는 나오후미를 보고 있자니 정말 잘못된 인간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아무리 나오후미를 콩쥐(콩쥐와 팥쥐)로 만들려고는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창잡이 모토야스가 이지메를 사주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그를 이해하고 화해하라는 말은 틀린 건 아니죠. 하지만 빗치 왕녀의 말을 맹신하고 피해자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모토야스는 빗치 왕녀와 다를 게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발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나오후미와 모토야스가 투닥투닥 거리는 곳에 느닷없이 삼용교 교황이 나타나 너 님들 다 죽어버리세요.를 외치며 메가 입자포를 날려댑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여, 압도적인 성력(聖力)으로 나오후미 패거리들을 쥐포로 만들려는 교황에 맞서 힘을 빌려달라는 모토야스, 우와 이거 막 가자는 거지요? 방금 전까지 죽이려 했던 놈이 자기가 죽을 판이 되자 힘을 빌려 달라네요. 왜? 나오후미는 방패로 교황이 쏘는 메가 입자포를 막을 수 있거든요.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뭐가 잘못인지, 쪽팔리는 것도 모른다는 것에서 박수를 보내게 되요. 어찌어찌 전황을 뒤집어 가는 나오후미에게 응원군이 도착하니, 그토록 만나길 고대했던 동굴 속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자, 이제 빗치 왕녀와 쓰레기 왕에게 단죄를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전에 삼용교 교황은 어째서 방패 용사를 죽이려 했던 것일까. 쓰레기 왕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인 나라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에다 나오후미가 전국을 돌며 방패 용사를 우호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에 상처를 받은 것이죠. 요컨대 종교심을 떨어 트리고 적국(아인 나라)이 숭상하는 방패 용사 따위 꼴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 게요. 허탈하기도 합니다. 찌질함의 극치죠. 세계 평화 따위 안중에도 없어요. 하지만 그동안의 울분을 받으라며 날뛰는 나오후미를 말릴 자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몸을 깎는 고통보다 그동안 당해왔던 서러움, 이제 콩쥐의 세상이 도래합니다.


동굴 속 호랑이가 지배하는 나라, 이것은 그겁니다. 호랑이라는 여왕제의 나라에서 남편인 왕은 여우라는 것이죠. 호랑이의 권력에 기대어 마치 내가 왕이라는 것마냥 호랑이가 잠시 출타한 틈을 노려 권력을 휘둘러 대는 통에 선량한 사람이 고통받고 주변 나라의 침공을 받기 직전으로 만들어 버린 여우, 쓰레기 왕이 여우짓을 한 것입니다. 딸인 빗치 왕녀도 한몫 거들었고요. 그래서 귀가한 호랑이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나오후미에겐 천군만마나 다름없었죠. 여왕은 방패 용사에게 우호적이거든요. 다만 하렘 구성원 같은 것이 아닌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다분했지만요.


여왕 왈: 자, 나오후미 님은 뭘 바라시죠? 나오후미 왈: 그야..., 악은 단죄를 받게 되는데 그 단죄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시길 권장합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훌륭한 판결이 내려져요. 이로써 나오후미의 고생담은 막을 내립니다. 진정한 콩쥐의 탄생이죠. 이걸 보기 위해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린 매미의 심정이랄까요. 사실 뚱딴지같은 이야기입니다.  


맺으며, 결국은 소환되지 말아야 될 땅에 소환된 용사의 고생담이었습니다. 요컨대 적국에 추락한 파일럿 같은 경우랄까요. 이게 다 쓰레기 왕 때문이긴 하지만요. 어쨌건 아쉬웠던 건 주인공 나오후미에 초점이 맞춰줘 있다 보니 한 번은 제대로 들춰내야 할 가슴 아픈 라프타리아의 과거가 묻히듯 지나갔다는 것이군요. 귀족에게 붙잡혀 갖은 고초를 겪고 병을 얻어 오늘내일하던 것을 나오후미기 거둬준 이레 언제 그녀의 마음도 양지바른 곳으로 올라올까 했는데 지나가는 식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로 간략하게 끝내버리니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깃발'이라는 복선을 투하함으로써 그녀의 인생도 순탄하지만 않을 거라는 예고를 하는 거 같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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