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타쿠마는 게임 폐인이다.


주인공 타쿠마는 MMORPG '크로스레벨리'에서 던전을 만들어 놓고 최강의 마왕을 목표로 정진한 끝에 레벨 150이라는 아무나 못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덧붙여서 그는 히키코모리에 대인기피증도 앓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취미는 게임 속 커플 죽이기, 자기가 만들어 놓은 던전에 들어오는 커플을 보는 족족 죽이며 리얼충 폭발해버려라고 서글프게 울부짖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돼지 오타쿠 냄새가 나는 듯하지만 그의 일러스트라곤 핸섬가이 마왕 디아블로의 모습 밖에 없어서 진짜 돼지 오타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광기(?)를 보이며 게임에 몰입하던 그에게 신은 벌을 내리는데요.


이세계로 전이, 아니 게임으로 전이


벌이라고 해도 전조도 없고 그 흔한 트럭도 안 나옵니다. 눈을 떠보니 이세계고 눈앞에 미소녀 둘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뿐, 그중 하나가 1권 표지 엘프녀 셰라가 되겠고요. 나머지 하나는 표인족(고양이) 렘, 이 둘에 의해 타쿠마는 현실에서 게임 '크로스레벨리' 세계관을 가진 이세계에 소환되어 마왕 '디아블로'의 삶을 살아가는 게 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사실 히키코모리 +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중생에게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벌이기도 하죠. 현실에서 인연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미소녀 둘과 커뮤니를 하라고 하니 폭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거나 다름없을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으로써 개화와 약속된 능욕 풀코스


셰라와 렘은 서로가 자기가 디아블로를 소환했다고 아웅다웅, 커뮤니 장애는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리둥절, 평생에 엄마 말고 여자와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어쩌면 좋아하다가 나온 결론은 마왕 디아블로의 인격으로 대응하면 문제없겠지 하며 중2병을 작렬 시킵니다. 현실에서였다면 매장각이겠죠.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셰라와 렘은 디아블로(타쿠마)를 노예로써 소환했는데 그만 타쿠마가 가지고 있던 장비가 노예 마술을 반사 시켜버린 것인데요. 네, 타쿠마(이하 디아블로)는 게임 크로스레벨리의 자기 캐릭터 마왕 디아블로의 모습과 장비를 가진 채 이세계(크로스레벨리 게임 세계관)에 소환된 것입니다.


주인에서 노예로 인생역전(?)이 된 셰라와 렘, 남은 건 능욕 코스? 이런 작품 더러 있긴 하죠. 자, 우리의 커뮤니 장애 디아블로에게 차려진 밥상일까 엎어진 밥상일까. 하지만 그렇게 흐뭇하게 흘러가진 않습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불행한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암울한 미래를 살아가는 플래그를 세워버린 렘, 이것에서 벗어나고자 디아블로를 소환했지만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품고 있는 불행을 알고 나면 모두가 떠나버리기에, 보고 있는 커뮤니 장애가 그녈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래서 생각난 게 그녀를 고문이라 쓰고 능욕 코스, 몸으로라도 말하게 하겠다는 양 디아블로는 음탕한 짓을 벌입니다.


전연령가에서 사실적인 능욕 코스라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비록 일러스트는 안 나오지만 역자 분 이거 번역하느라 분명 엄청 고생했지 싶더군요. 역자 분 얼굴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히키코모리 + 대인기피증 환자가 14살짜리 소녀에게 저지르는 능욕 코스, 그리고 하루도 안 되서 렘의 마음에 하트를 꼽아 버립니다. 19금이었다면 볼만했겠다 싶은, 너의 불행은 이 손으로 없애 주겠다(스포 때문에 정확히는 못씀).라고 하니 이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울림은 없었겠죠. 노예를 써서라도 자신의 시궁창 미래를 타파하고자 했던 렘은 오히려 그에게서 양지바른 미래를 보게 됩니다. 그럼 셰라는? 셰라는 1권에서 플래그만 세우고 2권에서 구원을 받는 듯하더군요.


분위기 메이커와 알뜰한 이야기 구성


예종의 목걸이를 찬 셰라와 렘이 마을에서 받는 굴욕이라던지, 셰라의 생기발랄하고 멍청한 모습은 입가에 웃음을 떠나지 않게 합니다. 서로가 디아블로를 소환했으니 자기가 주인이라며 둘(셰라와 렘)이 티격태격하며 정이 들어가는 정석적인 모습도 흐뭇하게 하죠. 디아블로는 늘 속으로 쫄면서도 겉으로는 당당하게 중2병식 대사를 내뱉으며 죽자 살자 달라붙는 불똥을 처리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 갑니다. 그러면서 렘의 불행한 인생에 관여하기 시작하고 마을에 쳐들어오는 마족과의 싸움에서 마왕으로써의 입지를 다져가죠. 이 과정이 한편의 개그 같기도 하고 한편의 국산 영화 같기도 합니다. 웃기면서도 어딘가 슬픈...


1권은 맛보기로 구매했었는데 이런 재미였다면 2권도 같이 구매할 걸 하는 느낌이 들었군요. 히키코모리 + 대인기피증 환자의 인생 역전기 같은 흔한 것이지만 작가가 싸구려스럽지 않게 잘 풀어 가고 있습니다. 정석적으로 하렘이 등장하고 수인족의 모에도 있기도 합니다. 아무리 못난 주인공이라도 이세계에 넘어가면 핸섬가이로 변모한다는 클리셰의 정석이기도 해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 거기다 먼치킨 같은 주인공이기도 하죠. 하지만 만능은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한번 싸우면 에너지가 떨어져서 며칠을 앓아눕기도 하는군요. 거기에 히로인들이 그런 주인공에게 들러붙어서 발딱 세우는(?) 전개도 있고요.


맺으며, 혼자의 고독을 아는 사람은 혼자가 된 사람의 기분을 잘 안다.라는게 1권의 포인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자신이 안고 있는 불행으로 인해 혼자이기를 강요하는 렘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방구석 폐인 디아블로의 츤데레 같은 모습은 가슴을 울리죠.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소환되고 나니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도 조금식 징검다리를 건너는 그의 모습에 위태로움도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 주인공이기에 히로인들이 달라붙는 건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정석적이라서 씁쓸하기도 하죠.


여튼 인종 박람회같이 여러 수인족이 나와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거기에 거유와 빈유가 혼재해 있고요. 성격도 다양합니다. 고고한 고양이처럼 홀로서기를 주장하는 렘은 어딘가 슬프게 합니다. 먹는 것에 환장해서 언제나 밥밥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많은 밥의 에너지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셰라는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거의 전라의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길드 마스터라든지, 자신만의 정의에 취해서 멸망을 부르는 찌끄레기와 혼돈의 도가니 등 이야기가 알차기 그지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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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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