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치 왕녀를 물리쳤더니 삼용사가 튀어나와서 그 자리를 꿰차버렸군요. 그 자리란 나오후미를 왕따시키는 포지션, 나오후미는 3차 파도에서 라르크와 테리스, 글래스까지 격파(정확히는 후퇴 시킴) 하면서 자타 공인 용사가 되어 버렸는데요. 그런 나오후미를 못마땅하게 여겨 모토야스를 필두로 렌과 이츠키는 나오후미를 폄하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는군요. 다들 라르크가 그냥 휘둘렀을 뿐인 견제구에 나가떨어진 주제에 치트 써서 이겨 놓고 기고만장한다는 둥 이전 교황과의 싸움에서도 패배 이벤트였다느니 절대 죽지 않는 가호가 있다느니(그딴 거 없음) 온갖 쓰레기 같은 말만 내뱉더니 기어이 너 밤길 조심해(정확하진 않음)라는 말만 남겨두고 돌아서 버렸습니다.


게임 감각으로 이세계에서 용사질을 해가고 있었던 삼용사, 그러다 보니 위기감은 하나도 없고 자신의 성장보다 오로지 좋은 무기만 추구해서 나오후미에게 어디서 그런 사기 무기(방패)를 얻었냐는등 남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에서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작가가 독자 역린을 건드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할까요. 그동안 나오후미는 갖은 개고생하며 자신을 단련하고 레벨을 올리고 임기응변을 터득해 사태에 대응해온 것뿐이죠.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방패 용사는 원래 약한 존재라고 자신들이 했던 게임의 법칙에 따라 자신들보다 아래로 여겼던 그 강해지자 현실을 부정한 채 치트 썼다고 매도하는 모습은 여간 꼴불견이 아닙니다.


이지메의 피해자 보고 죽고 싶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화해하라는 필로리알 여왕 피트리아의 엄한 경고(1)도 있고해서 어떻게든 삼용사와 손을 잡아야 되는 나오후미, 하지만 손을 잡기 위해선 삼용사를 어느 정도 성장시켜야 되는데 도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삼용사는 기어이 '우리를 설교하는 게 재미있냐?'라는 비아냥까지 서슴지 않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되고 여왕이 중재에 나서지만 삼용사는 오히려 여왕을 죽이려 들기까지 하는군요. 이로써 완전히 갈 데까지 가버리게 됩니다. 참 안타까운 게 피트리아의 경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말 안 듣는 삼용사를 죽여 버리고 용사를 새로 소환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만큼 막장 테크를 탑니다.


어쨌건 이번부터 세계관이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파도만이 아니고 선대 용사들이 봉인했던 '영귀'가 부활하여 난동을 부리게 되면서 이에 대응이라 부르고 쓰러트려 나오후미 못지않은 치트 무기를 얻겠다고 나섰던 삼용사는 리타이어, 여기서 또 안타까웠던 건 작가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동안 온갖 잘난 채 떠들고 다녔던 용사들이 찌부러지는 모습을 보여 보상받는 기분 정도는 느끼게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정확히는 완전한 리타이어는 아닌 듯하지만요. 그래도 꼴좋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긴 합니다. 그렇다고 나오후미도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피트리아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는지라 파도와 더불어 영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삼용사들의 궁극적인 막장 테크와 나오후미의 새로운 동료 영입, 그리고 영귀사건 해결입니다. 이전에 복선이 나왔던 '리시아'라는 소녀와 변환무쌍류라는 유파를 가진 할망구(작중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음, 아마 일본어로는 ばば가 아닐까 함), 그리고 라프타리아의 동향인 키르가 동료로 들어오는데요. 리시아는 이츠키의 동료로서 이전에 못된 귀족에게서 구해진 후 이츠키 맹신에 빠져 있는 소녀입니다. 렙은 높지만 힘은 형편없고 스테이터스도 매우 낮음에도 이츠키에 의해 소질이 없는 전열을 담당하는 등 성장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짓밟혀온 아이이죠. 그러다 보니 이츠키 팀에서 카스트가 제일 낮아 매번 쓰레기 밥만 얻어먹고 빵 셔틀도 하는 등 처우가 이만저만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맹목적인 이츠키 바라기를 자처하며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합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정기를 쪽쪽 빨리고 있었던 차에 3차 파도에서 활약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팀에서 방출되어 버리고 맙니다. 구해줄 땐 언제고 나보다 잘난 놈은 필요 없어하며 내쫓는 정의의 용사, 이에 충격을 받은 리시아는... 정말 시간은 느리게 흐르지만 진행 속도가 빠른 작품이다 보니 그녀에게 할당된 분량이 별로 없었던 게 오히려 독자에겐 다행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요. 이후 나오후미에게 구해진 후 '내가 너를 강하게 해줄게'라는 온갖 똥폼을 잡는 나오후미에게 기대어 그의 팀에 합류하게 되는군요.


그리고 할망구는 예전에 오늘내일하던 것을 나오후미가 약으로 구해준 인연이 있었던 터라 자연스레 합류하는군요. 그때 나오후미가 내민 약 먹고 기운 팔팔하게 차리더니 파도에서 쏟아지는 몬스터에게 달려가 곡갱이(괭이였나)로때려잡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죠. 키르는 라프타리아와 함께 소아 성애자 귀족에게 붙들려 갖은 고초를 겪다 이들에게 얼마 전에 구해진 후 몸을 추스리고 합류하게 됩니다. 개의 수인인데 일단은 남자 애, 지금은 열렙중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에클레르'도 합류하게 됩니다. 여왕이 알선한 여기사로 할망구와 더불어 나오후미 일행의 수련 교사로 활동하게 되는군요. 정보 찾아보니 엑스트라는 아닌 듯...


이거 참, 1~4권만 재미있고 이후는 무미건조하다는 말을 들어서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필자에겐 오히려 1~4권 보다 5권부터가 진짜배기처럼 느껴지는군요. 세계관과 이야기가 확장되고 새로운 위협과 동료들과의 만남, 하나같이 아픔을 간직한 동료들과의 여행,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제야 모험 판타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필자는 이런 게 좋습니다. 궁극적으로 세계를 구하는 용사물이라는 클리셰 이긴 한데 역시나 필자는 아날로그 세대다 보니 고생 끝에 빛을 보고 동료들과 길을 떠나 성장하며 세상을 구원해가는 스토리는 언제나 짜릿하게 만들죠.


맺으며, 그러다 보니 꼭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품은 글이 길어집니다. 자중하자고 각성하지 않으면 한없이 길어지는 패턴이랄까요. 여하튼 간에 이렇게 흥분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한 하나같이 성격이 괴팍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주인공 나오후미는 이런 단어 조합이 되나 모르겠는데 보수적에 가까운 합리주의자죠. 삼용사(모토야스, 렌, 이츠키)는 뭐 자신들이 나오후미에게 가했던 불합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피해자인척하는 우주 쓰레기급, 왕녀 빗치는 말할 것도 없고요. 리시아는 속물입니다. 싫어요 하다가도 먹이를 들이밀면 좋아요. 하는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팔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필로는 새 대가리...


참 잘도 굴러간다 싶습니다. 하나같이 어딘가 나사 빠진 듯한 이야기가 이 작품의 매력입니다. 읽다 보면 울컥울컥하게 만드는 묘미가 이 작품엔 있어요. 특히 삼용사와 빗치가 나오는 부분은 그 정점이죠. 우주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할까요. 남에게 가하는 불합리는 정의이고 자기가 받는 불합리는 악, 캬~ 주모 여기 탁주 한 사발~~ 그러면 주인공이라고 제정신을 차려서 쓸모없는 놈들은 리타이어 시키고 편한 길로 가면 좋으련만 곧 죽어도 십자가를 짊어지고 갑니다. 외골수랄까요. 피트리아에게 죽임 당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삼용사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비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 품에 들어온 사람은 어떻게든 지키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1. 1, 사실 여기엔 세계를 위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습니다.
    결국 이런 거죠. 세상을 위해 네가 조금 양보해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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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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