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환수조사원 1권 짧은 감상
분위기는 마녀의 여행과 유사합니다. 그렇다는 건 키노의 여행 하위 호환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엔 좋습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새로운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옴니버스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주인공이자 히로인 페리는 사역마 토로와 최강의 환수 어둠의 왕 크슈나와 함께 한 곳에 정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환수와 인간의 대립을 해결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책에 기입하며 때론 인간의 이기심을, 때론 인간에게 정이 들어 떠나지 못하는 환수를 바라보며, 그녀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그저 올바른 판단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타인을 제물로 바치는, 가령 카르네아데스의 판자(검색의 생활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당신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기도 합니다. 옛날에 봤던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은 모두가 살 길을 찾겠다고 했었던 게 기억에 아직 남아 있군요.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때론 구분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돌봐주던 소녀를 강도떼에게 넘긴 마을 사람들의 이기심에 상처를 받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와이번(용종)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누구보다 약하다고 서술합니다.
자신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었던 마을 남자에게 보은이랍시고 많은 물고기를 잡아줬던 머메이드(인어)의 선행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혜택을 받으면 누군가는 질투한다는 진리, 인간의 꿰어 잡아먹기도 하고 인간에게 속아 사람을 헤치는, 그래서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구분을 힘들게 합니다. 그것이 안타까운 페리, 모두가 사이좋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마음은 언젠가 보답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종말에서 배신을 낳습니다. 이게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른들의 서슬 퍼런 노기에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며 꿋꿋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그녀였기에...
그 흔한 벗기기나 하렘(여기선 역하렘)은 없습니다. 최고로 많이 보여준 게 네코미미군요. 이전 작 B.A.D.에서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보다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여기에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소소한 개그라고 해야 할지 어둠의 왕 크슈나와 사역마 토로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흐뭇하게 합니다. 언제까지고 그녀를 보좌하며 언제까지고 함께하겠다고 했던 이들, 그렇기에 페리는 여행을 하며 외롭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엔딩은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 또 다른 결말이자 시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심각한 스포일러라서 못 전하는 게 아쉽군요.
매회 옴니버스식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수와 인간의 공존을 바라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만화 충사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사실 마녀의 여행보다 충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벌레를 보는 긴코가 각지를 돌며 벌레가 일으키는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그 과정에서 인간과 공존해 살아가는 벌레도 있고 나쁜 짓을 하는 벌레도 있고 긴코는 이들을 중재해서 서로가 공존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역설하고 있죠. 이 작품도 그와 유사합니다. 어둠과 빛의 관계인 인간과 환수가 일으키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상처받는 것에 가슴 아파하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페리의 눈물겨운 노력은 가슴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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