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창강의 모독자 2권 리뷰 -너도 다를게 없구나-
이세계 전생 혹은 전이자를 주제로 한 작품 중에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작품을 찾기가 참 힘이 듭니다. 이세계로 넘어가는 주된 원인은 사고이고 이세계로 넘어가서 현대의 지식으로 문화적 충격을 주는 것, 가령 이세계엔 없는 물자를 만들어 낸다던지 지식으로 신문물을 만들어 내는 것 말입니다. 많은 이세계물들이 이런 걸 기반으로 하고 있죠. 그래서 캐릭터 개성은 다를지언정 내용은 붕어빵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의 연속이 됩니다. 결국 겉모양은 같고 속으로 팥이 들어가냐 슈크림이 들어가냐 기타 여러 속이 들어가냐의 차이죠. 돌이켜보면 이런 점들은 이세계 사람들은 무지몽매하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침략, 아웃브레이크 컴퍼니라는 작품이 한창 인지도를 올려갈 때 이런 말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죠.
학교에서 공부만 하던 학생이 농사에 대해 잘 알고, 문과이면서 이과의 지식에 풍부하다던지 같은 어떻게 이세계로 넘어가면 다들 현실에선 배우지 않은 지식을 설파할 수 있는가 물음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게 이세계물이 아닐까 하는군요. 그나마 로또 400억의 경우엔 현실과 양방향 통행하면서 지식을 전수하는 개연성이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슨 만물박사라는 것마냥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지식이 끝없이 흘려내죠. 작가는 개연성을 부과하기 위해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주인공이 현실에 있을 때 책을 읽어서 지식이 있다는 둥 같은 걸로 얼버무리기 바쁘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도 죽기 전 도시에 살던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게 그의 정체입니다. 이세계로 넘어와 연금술로 만든 육체에 혼이 깃들어서 그에 대한 지식은 있다지만 그 외에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수도에서 교황 등 교회 관계자들을 살해하고 변방 깡촌 프리트랜트로 흘러든 주인공 유키나리와 그의 동행자 다샤, 토지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이 남아 있는 프리트랜트에서 마침 제물로 끌려가는 베르타를 구해줌과 동시에 토지신을 죽여 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리는데요. 생각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가 낳은 불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키나리의 개입으로 졸지에 토지신을 잃은 프리트랜트는 멸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이에 유키나리는 할 수 없이 토지신으로 자리 잡게 되죠.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이고 지금부터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뒤처리입니다. 여기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나오게 되는데요. 토지신이 관장했던 대지의 풍요를 대신해줘야 되는 유키나리는 관개수로를 만들어 밭을 개간한다던지 비료라던가 이런 걸 준비해 가는 장면들은 역시나 이세게 전생물 답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필자는 1권에서 보여줬던 토지신에게 제물이 바쳐지는 시스템을 타파하고 물러터진 생각을 두들겨 패서 사람들을 각성 시켜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2권은 역시 이세계 전생물 정석대로 흘러가는군요. 이세계 상식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곤 해도 사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 질려는 모습은 칭찬해 마지않을 수 없긴 하죠. 뭐, 일본에 있을 때의 지식과 법률의 잣대를 이세계 사람들에게 들이대도 소용없는 것이라서 타협점을 찾아냈다고도 할 수 있지만요. 여튼 관개수로 등 농사를 촉진하는 방법과 토지신이 사라짐으로써 제물로 육성되던 고아들의 처우가 대두됩니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길러지던 고아들이 앞으로 처할 비참한 생활, 거기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실직 등이 맞물려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그걸 타파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 새로운 토지신을 만나게 되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의 연속입니다. 어느 정도 능력을 얻은 몬스터(작중엔 다른 이름으로 불림)는 일정 구역에 자리 잡고 토지신이 되어 땅을 윤택하게 해주는 대신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인신공양을 받아야 되는 시스템인 변방의 이세계, 하지만 유키나리의 등장으로 이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오게 되죠. 수백 년을 살아온 토지신 이그두라의 만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비춥니다. 그것은 인신공양이 없더라도 토지신은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이 아니라 오해에서 시작된 싸움에서 우정이 싹터 친구 사이가 된 이그두라와 유키나리의 관계에서 토지신은 꼭 나쁜 녀석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렇게 흘러 갑니다. 마물이라도 대화가 통하는 상대, 이런 것들이 이세계 전생물에서 빠지지 않는 클리셰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세계에 없는 지식을 동원해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 마치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아마테라스의 강림이랄까요. 너무 오버하는 거 같지만요. 물론 현 시중에 나와 있는 이세계 전생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 대부분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개중엔 이세계 전생이나 현실에서의 지식에 연연하지 않고 캐릭터 개성을 살려 이세계 전생은 껍질일뿐 본질은 이것이라는 것마냥 날아다니는 작품도 많죠. 그런 부분에서 이 작품이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유키나리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복선은 계속해서 투하가 되는데 절대적인 긴장감 제로, 캐릭터 개성 부재 등은 뼈아프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군요. 사실 구입해두고 4개월이나 방치해뒀었습니다. 이럴 줄 알고요. 그래서 굳이 한 줄 평으로 평가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지만 소문 안 난 잔치에도 먹을 게 없다. 1권은 그나마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2권은 전형적인 이세계 전생물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평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재미없는 리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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