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텔의 정조를 빼앗아간 장본인을 찾는 자리에서 이케맨 알렌을 지키고자 거짓으로 자기가 저질렀다고 둘러댄 다나카는 에스텔의 아버지에 의해 목이 댕겅 썰린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했었는데요. 이렇게 사면초가에 빠졌던 이케맨을 지킴으로써 에스텔을 그에게 붙이는데 성공한 다나카는 자신의 영지로 돌아와 소피아랑 이러쿵저러쿵하는 느긋한 인생을 즐기려 했지만 재상(왕 보좌관)을 조사하라는 왕의 비밀 지령을 받은 터라 근면 성실하기로 정평이 난 간장 얼굴은 오늘도 두문불출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재상이 에스텔의 영지에 눈독을 들인다는 복선 중급 편입니다. 해답 편은 조금 멀었군요. 간장 얼굴은 이거저거 신경 써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마련하려고 남이 요구하는 거라든지 남의 기분이나 신경을 많이 살피는지라 간략하게 끝내도 될 일을 자꾸만 크게 키우는 경향이 있죠. 이러니 일본 샐러리맨은 일벌레 혹은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겁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여튼 에스텔의 영지를 조사 중 폐광산에서 어떤 마법진을 발견하게 되고 무심코 흘러 넣은 마력에 마법진이 반응을 하게 되는데요.


눈을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곳, 그리고 거기서 만납니다. 새로운 로리신의 등장이랄까요. 이번 표지모델이기도 한 10살 전후로 보이는 곳골족 '로코로코'가 임시로 살던 곳에 떨어진 다나카는 커뮤니를 시도하게 되고 이래 봬도 내가 간장 얼굴이지만 타인을 가려서 사귀는 게 아니라는 듯, 아니 처녀라면 애라도 덮치지도 모를 그였기에 로코로코와의 만남은 일대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곳골족은 4권에서 조피 아버지가 언급하면서 복선이 투하되었죠. 다나카를 향해 곳골족 앞에서도 바른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이 말은 곳골족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었죠. 그러나 온통 여자와 그렇고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다나카로써는 이런 복선을 알리가 없습니다. 그런 정신 상태 덕분인지 첫 만남에서 로코로코는 자신의 집에 느닷없이 쳐들어온 다나카를 기막혀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알렸지만 떠나지 않는 그에게 호감을 드러내는데요. 요컨대 무지가 낳은 호감인 것이죠. 엇갈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들통나는 것보다 할짝 할짝에 더 우선시 할테니 떠날 리는 없었겠지만요.


그런데 문제는 로코로코가 무려 하이곳골족으로써 일반 곳골족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남녀 가리지 않고 다나카 주변은 초토화되죠. 즉, 은근슬쩍 간장 얼굴이라도 그에게 마음이 있었던 자들은 이것보다 벼락 맞을 일은 없는 것입니다. 다나카를 향한 마음이 로코로코에게 들통나서 다나카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특히 천하무적 크리스티나가 로코로코를 피해 다니며 정색+우왕좌왕하는 게 굉장히 귀엽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로코로코 신변 문제는 녹록지가 않습니다.


로코로코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 마음이 멋대로 흘러 들어오는 통에 마을에 사는 것은 물론이고 교류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타인에게 알려지는 걸 뭣보다 두려워하죠. 그래서 그녀는 배척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항상 타인과의 접점에 목 말라 했고 마침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나카의 등장은 구원이나 다름없었죠. 이후 그와 함께 있기 위해 그녀가 저지른 그로테스크한 일들은 상당한 충격을 낳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에피소드는 4권에서 언급되었던 암흑대륙 정벌(?) 에피소드입니다. 에디타 선생이 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돌아왔다던 금단의 땅, 리x지로 치면 잊혀진 섬이라는 녀석입니다. 코카트리스의 따발총 공격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공포로 다가옵니다. 마도귀족 조차 가기를 꺼리는 곳, 하지만 천하무적 크리스티나라면? 그런 곳을 방문한 다나카, 하지만 재미없어요. 정신 상태가 안드로메다로 넘어가버린 에스텔이 거의 리타이어 되다시피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 할까요.

이번 이야기는 꿍꿍이를 꾸미는 재상 조사및 암흑대륙에서 채집해서 만드는 젊어지는 비약과 곳골족의 만남이라는 복선 해결을 겸하고 있는지라, 에스텔이 빠진 빈자리는 이미 4권에서도 드러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3권이 최대의 백미가 아니었나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마왕과 용사 그리고 성녀에 대한 새로운 복선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런 금단의 땅이라도 사람의 발길은 이어졌으니 근데 하나같이 정신 상태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듯한 인간들만 나옵니다.


그래서(뭐가) 중반까진 암흑대륙에서 만난 용사들과 안면 교류를 하며 마왕이라던지 성녀라든지 앞으로의 복선을 다지는지라 크게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분위기가 4권에서 드래곤 시티를 만드는 과정 되풀이랄까요. 에스텔의 영지를 노리는 재상의 꿍꿍이가 약간 드러나지만 이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로코로코의 만남과 그녀와 커뮤니를 이어가는 중반 이후까진 조금 그로테스크한 면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지 않고 올바르게 마주한다는 클리셰 범주라서 딱히...


여전히 섹드립과 성희롱이 난무하지만 이것도 계속되니 슬슬 식상하군요. 로코로코는 그의 이런 섹드립과 성희롱에 기막혀 하면서도 자신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준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게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닐까 싶은, 그러나 로코로코를 만나게 되면서 다나카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다음 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종족을 곁에 두었으니 귀족을 상대하든 그 무엇을 상대하든 상대의 패를 보며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죠.


어쨌건 에스텔이 리타이어 되고 에디타 선생이 진히로인으로써 입지를 더욱 다져 갑니다. 하지만 이번에 젊어지는 비약 관련해서 이룰 수 없는 바램을 약속한 것에 다나카에게 들통날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그걸 알아버린 다나카가 또 대인배 기질로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다나카+에디타 페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장벽은 없어졌다고 할까요. 불쌍한 에스텔, 이름만 두어 구절 나올 뿐 전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다나카의 마음엔 지워지다시피 했군요.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엔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암흑대륙과 젊어지는 비약의 복선 해결과 곳골족 로코로코의 만남으로 새로운 로리의 등장 정도랄까요. 그래서 조금 지루해요. 매너리즘이라는 것입니다. 초중반 암흑대륙에서 계속 반복되는 어중이떠중이 만남은 짜증을 불러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배척받는 종족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동안 숱하게 언급이 되었던지라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책임질게 같은 클리셰도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복선으로 마왕과 용사 그리고 성녀가 있겠군요. 다나카를 보고 마왕이 아니냐고 했던 용사, 마왕 맞다고 고자질을 해버린 로코로코,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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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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