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애를 다 망쳐놨어요. 유머랍시고 유튜브나 인터넷에 떠도는 동물 관련 동영상을 보다 보면 곰 혹은 호랑이 같은 맹수가 고양이나 개에게 쩔쩔매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하죠. 보통 자연에서 정상적인 부모(주로 엄마)라면 자식에게 사냥법 같은 살아가는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상하 관계나 무엇이 먹을 것이고 무엇을 피해야 되는 것인지 새끼가 다 클 때까지 꼼꼼하게 가르쳐 주죠. 근데 이것이 결여되었을 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수사자에게 덤볐던 하이에나의 머리통이 깨지고 하이에나에게 덤볐던 사자는 다리를 잃게 됩니다. 이건 실제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내용이기도 하죠.


요컨대 고양이나 개에게 쩔쩔매는 맹수는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가르침을 받지 못한, 그러다 보니 휩쓸리듯 떠내려가며 여기에 부딪히고 저기에 부딪히고 결국 고양이나 개가 내민 손에 따스함을 느껴 그만 의존하고 말게 되죠. 그 순간 맹수는 집 지키는 개나 고양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던져주는 먹이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그런 입장입니다. 엄마는 그녀에게 네 뜻대로 살라고만 했을 뿐 그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맹수로서의 입장보다 개나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 무엇을 해보고 싶지만 맹수의 손 발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즉, 그녀는 허울뿐인 속빈 강정과 같은 것입니다. 인텔리전시 도도한 고양이 같은 그녀라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으면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른 채 이것이 올은 일인양 자신을 몰아붙일 뿐입니다. 그 결과가 6권에서 나왔죠. 그리고 유키노는 엄마에게서 찾아야 할 자리를 하치만에게서 찾아 버렸습니다. 방향성과 기댈 곳이죠. 결국은 맹수는 맹수로써 살아가기보다 개나 고양이로 살아가길 원했던 것이고 이것으로 이들의 관계는 파탄으로 몰려갔습니다. 같은 생각과 의지를 가진 존재라도 본질적으로 종족이 틀린 것들은 섞여 살아갈 수 없는 것이죠.


위 비유들이 사실 적절한지는 논외입니다. 그저 글자 그대로 비유적일 뿐 유키노가 진짜 맹수라느니 하치만이 고양이고 유이가 개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들의 입장을 표현한 것뿐이니 테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지상 그렇게 보이긴 해요. 여튼 유키노의 홀로서기가 시작됩니다. 더 이상 남이(주로 하치만) 방향을 정해주는 것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발로 일어서고 먹이를 잡고 맹수로써 살아갈 의지를 내비치는군요. 그 첫 번째로 또다시 악마 짓을 해대는 잇시키의 의뢰를 유키노 혼자 처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그리고 의지로 무언가를 잡을 것이다라는, 그리고 하치만과 유이는 그것을 지켜보기로 약속하고요.


마치 연어가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무사히 상류에 도착해 결과를 낼 것인가 중간에 곰이나 늑대에게 잡혀 먹힐 것이냐, 그것에 응하겠다는 듯이 유키노의 엄마와 언니가 찾아와 깽판을 놓기 시작하는군요. 시련이라는 것입니다. 깽판짓에 힘들어하는 유키노, 손을 내밀어 주려는 하치만, 여기서 뜻하지 않는 결과가 하치만을 기다리고 있군요.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반동이랄까요. 어리광을 받아준 참혹한 결과랄까요. 하치만에게 있어서 유키노와는 다른 성격의 의존이라는 문제점이 대두됩니다. 보기에 따라 저열하고 비참하고 더러운 감정에 속할 수 있는 의존, 그렇기에 하치만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습니다.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

영원할 거 같았던 현재라는 시간은 지금의 관계와 상관없이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쪼그마했던 동생이 어느새 훌쩍 자라 자신의 발로 걷고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치만의 동생 코마치의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결과, 그리고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한 유키노, 요리 솜씨를 부쩍 늘려가는 유이, 그리고 이별을 예고하는 어느 분, 이번 에피소드는 어딘가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를 떠 올리게 했습니다. 웃고 떠들고 학교를 오가며 생활했던 모든 것이 영원처럼 계속되거나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을 의식한 순간 저 멀리 손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10년 후에 이들도 지금의 일들을 최고의 추억이라고 되뇌는 날이 올까요.


...라고 감성적으로 써봤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유키노의 성장과 유이의 속내, 그리고 하치만류 의존 법을 다루고 있군요. 사람이 자기의 의지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근사하고 멋진 일이죠. 그리고 그걸 애달파하며 보살펴 주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과한 보살핌은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바라보며 거짓 관계를 이어 갈려는 또 한 사람의 의존증은 왠지 서글프며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주로 유이가요. 슬슬 이들의 관계가 정립되고 나가떨어질 건 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유키노 엄마의 깽판 짓 때문에 이야기는 장기화로 내달립니다.


맺으며, 유키노가 자력으로 일어 설려는 모습이나 코마치의 고등학교 입학시험 에피소드는 어딘가 서정적이고 살아가면서 잊어버린 애달픈 감정을 되찾아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잇시키의 의뢰로 인해 12권이 완결인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되는군요. 하기사 유키노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이의 마음이라던지 하치만의 저열한 의존증도 해결해야만 해서 당분간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런데 그전부터 하치만이 아니면 의뢰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이 학교의 인재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떠올랐군요. 나름대로 도내에서 제법 편차치가 높은 학교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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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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