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주인공 제로스가 이세계로 넘어가 생활하는 이야기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대부분 이세계 전생물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나이가 많아야 20대인 반면에 이 작품의 주인공은 40살이라는 것입니다. 다나카가 35살로 최고령을 갱신하였는데 그보다 5살이나 더 많군요. 물론 죽어서 갓난 아이로 태어나는 환생물에서는 최대 90살도 있었긴 합니다만. 환생의 경우엔 아이부터 시작하니까 정신적으로는 문제(?) 있어도 육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솔직히 현실에서도 40살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될 나이잖아요.


머리카락은 빠지지, 배는 나오지,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 나가지, 나날이 기억 감퇴하며 밤엔 또... 그런 아저씨가 이세계로 넘어갔으니 제대로 생활이 될 리가 없잖아요. 자신이 하던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그대로 받았다곤 해도 체력적, 외모 등에 있어서 여러모로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인공은 초식남이 되어 버립니다. 주변에 10대 여자애들이 바글 거려도 주인공이 그런 여자애들과 엮이면 범죄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작가의 배려(?) 때문인지 그 이상의 관계도 맺지도 않게 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라이트 노벨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야 흥미 위주인 도서에서 주인공과 히로인, 나아가 하렘을 형성하며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게 최대 포인트이잖아요. 이 작품에서도 히로인들은 꽤 나옵니다. 이번 2권까지만 해도 벌써 5명이나 되요. 게다가 전부 10대(아마도)이고요. 그런데 그 히로인들과 엮이는 것도 없고, 복선은 고사하고 플래그조차 없는 것입니다. 팥 없는 찐빵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죠. 물론 생활하면서 부대끼는 건 있지만 이걸 두고 복선이니 플래그니 하진 않습니다. 그걸 반증하듯 히로인 1호이자 본처로 보였던 '세레스티나'는 제로스와 계약했던 2개월이라는 교육 기간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냉큼 가버립니다.


떠날 때 '우리 다시 만나요.'라든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얼굴 붉어지며 어쩌고 같은 게 일절 없는, 필자가 살면서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했군요. 물론 40살과 15살(아니 16살인가) 커플은 솔직히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고 할까요. 아닌 게 아니라 세레스티나의 성장을 위해 수련을 떠난 대산림에서도 그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세레스티나는 서자지만 일단 귀족) 같이 온 기사들이 더 설치는 본말전도 같은 일도 일어납니다. 그래놓고 작가는 남녀가 서로 끌리기 위해선 코드가 맞아야 된다는 이상한 설정을 꼽아 버리는데요.


세레스티나 이후에 만나는 여자애들로 구성된 3인 용병을 만나고 나서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재미가 없다는 걸 작가도 인지했는지 그중에 하나에서 코드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복선을 내놓기도 하고, 마을에서 고아들을 보살펴주는 수녀 '루세리스'에도 필이 꼽히는 등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어 가요. 만나는 애들은 많은데 범죄 성립에 이상한 집착을 보여줘서 그 흔한 아이쿠 미끄러졌네 쪼물딱 같은 이벤트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거기다 같은 날 여신의 계략으로 인한 하던 게임이 폭발(?) 하는 바람에 휘말려 죽은 동향 일본인 여자애도 끼여 있지만 주인공의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밥의 도토리가 되어 버리고요.


그건 그렇고 비인간(가령 드래곤, 칼, 자판기) 환생물에서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복선이 나오듯, 나이 많은 전이물 가령 다나카와 마찬가지로 젊어지는 비약이라는 복선이 나와 버렸군요. 이럴 거면 뭐 하러 비인간, 고령으로 설정을 잡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고생을 하며 손에 넣은 성과물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를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요. 아니면 소소한 보상이라는 개념일까요. 차라리 갖은 고생 끝에 우연찮게 손에 넣는 거라면 성취감이나 충족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뭐 아무렴 어때요. 그것을 위해 10대 여자애들을 기용하는 떡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시황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좌우지간 윤리관은 괜찮은 거냐...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우라도 심던지, 자기 의지로 이세계로 넘어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꿈을 꾸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잖아요. 힘을 이용당한다는 우려로 숨어 지내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로 인해 슬로우 라이프를 보는 독자들도 좀 생각해줘야 되지 않을까요. 애들을 가르치고,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광석을 캐고, 겸사겸사 위기에 빠진 여자애도 구해주고, 그러면서 난 위대하다며 각종 마법식 등을 만들어 나 대단하지? 잘랐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악용될지 모르니 비밀입니다? 드워프 따라 공사판에도 몸담고 늙어가는 것을 한탄하고 후세에 이름이 회자 되는걸 희망하는 주인공...


맺으며, 이 작품은 농촌 슬로우 라이프 그 이상은 아닙니다. 사실 히로인들이 많이 나오더라도 주인공같이 늘그막에 나이차로 인해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면서 지나간 세월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생활을 영유한다는 그런 아이덴티티일 수도 있어요. 제목 그대로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실시간 방송으로 써가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마법이 가미되어 있고요. 어쨌건 보이는 족족 노예로 잡혀간다는 엘프 복선과 저런 주인공이라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귀족들 간 알력이라는 복선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조금은 발전할 가능성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저씨가 주변이나 다른 사람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는 초식남이다 보니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 제로스가 워낙 강해서 달려드는 불똥은 간단히 떨쳐 낼 수 있기도 한지라 인원을 대규모로 동원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을 이길 사람도 없어서 이런저런 일에 엮일 일도 없어 보였고요. 물론 세레스티나같이 자기가 알고 지내던 여자애들 특히 루세리스가 위험에 빠진다면... 뭐, 세계는 멸망하겠지만요. 여튼 아저씨가 현실에서 하던 게임, 이세계 여신이 마왕을 봉인했다는 그 게임에 대해서 의문과 위화감이 등장하며 복선이 투하되기도 했지만 어디 복선 없는 작품이 있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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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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