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생 따위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요. 오빠? 2권 리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죽여도 소용없는 존재가 쫓아온다면 그 공포는 얼마나 클까요. 그것도 모습을 바꾸고 나이를 바꾸는 전생을 거친다면? 그게 엄마(사망하고 안 계시지만)가 될 수 있고, 이웃 아줌마, 소꿉친구, 학교 선생님, 옆집 할머니 등 이세계 모든 여자가 여동생 일 수 있다는 공포. 본 작품은 울트라 슈퍼 얀데레 여동생에게 쫓기는 오빠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러브 코미디 같은 요소는 없으며 얀데레 여동생이 히로인이 되는 요소 또한 없습니다. 얀데레 여동생은 철저한 빌런(악당)으로 등장하며, 이세계 먼치킨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으면서 얀데레를 통한 호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개그는 있을지언정 여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성인물급 꽤 잔인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죠.
현실에서 5년 동안 여동생에게 감금되어 고문 당한 끝에 간신히 도망치나 했더니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은 1살 때 이쪽 세계에 먼저 환생해서 기다리던 여동생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만 했습니다. 사투 끝에 겨우 물리치긴 했으나 여동생은 포기하기는커녕 숨넘어가는 순간(사망)에서조차 다음번엔 숨어서 지켜보겠다는 선언을 하죠. 그로부터 7년 후, 도적단에 납치된 주인공은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시 환생한 여동생의 기척을 느끼게 됩니다. 그로부터 다시 1년 후, 주인공 나이 9살인 현재 숲에서 아사 직전이던 스승(엘프녀)을 주운 그는 소꿉친구 필리네와 함께 그녀(엘프녀)로부터 정령술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두 번 다시 여동생으로 인해 주변이 희생되는 걸 막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2권은 1년 전 도적단 퇴치에 일등공신이었던 주인공과 소꿉친구 필리네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정령술 학원에 스카우트되어 학원 생활을 영위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세계물 하면 학원이 빠질 수 없고, 학원 하면 높은 확률로 미모의 여학생들과 썸을 타는 등 근본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본 작품은 이세계하면 이런 클리셰는 빠질 수 없지 하면서도 그걸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학원에 들어가지만 무능력은 아니며, 여학생을 만나지만 썸을 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근본 없는 호감도 상승 같은 짜증 나는 장면들이 없어서 매우 진지하게 읽을 수가 있죠. 그리고 학원 장르를 넣으면서도 풋풋한 청춘 러브 코미디 따윈 내 사전에 없다는 듯이 무사히 졸업하려면 급우들과 피 터지는 배틀을 해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읽다 보면 본말 전도된 듯이 이런 학원 이야기가 여동생과 무슨 상관일까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여동생을 대비해 수련을 한다든지 대비를 한다든지 그런 이야기 보다 마치 대학의 학점 이수처럼 다른 학생들과 싸워 승률을 올려야만 졸업할 수 있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보여준다는 것이고,주인공은 그에 편승해 내가 최고야를 외치며 정보를 모으고 그걸 이용해 다른 학생들과의 배틀에 대비하는 등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읽다 보면 이게 뭐지 싶어요. 근데 이런 슈퍼 울트라 호러 얀데레물에서는 이런 생활들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곤 하죠. 가령 주인공이 학원에서 이룩해놓은 모든 것을 여동생이 부숴 버린다면? 여동생은 이미 주인공의 학원 생활을 지켜보고 있기도 하거든요. 본 작품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호러물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쨌거나 고리타분한 학원물 같으면서도 파격적인 장면들이 제법 들어가 있어서 이게 또 흥미롭단 말이죠. 왕족에게 빵 셔틀 시키는 양아치 녀라든지, 로리 할매 학원장은 클리셰 중에 클리셰지만 이게 또 장면들과 잘 어울려서 식상하지가 않습니다. 학생들이 벌이는 배틀은 작가가 준비를 많이 했는지 식상한 소재이면서 집중을 할 수 있는 필력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무능력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이라는 역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혼자 다 해먹는 잘난 이야기는 아닌데요. 여타 학생들도 작은 사회인 학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졸업하기 위해 정보를 모아가고 그로 인해 주인공도 위협받게 되는 능력제를 도입함으로써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학원 생활을 보여주죠.
맺으며: 1권에서 보여줬던 여동생의 광기는 이번 2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1권에서 선언했던 대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고, 주인공은 그런 여동생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아가죠. 학원에서의 생활도 그 일환이고요. 아마 3권에서 조우하지 싶은데, 문제는 그 임팩트를 최고치에 도달 시켜야 할 이번 2권에서 깔아 놓은 복선들이 너무 밋밋하다는 것입니다. 입학하자마자 졸업을 대비해 배틀(학점 이수와 비슷)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지 그걸 중점으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지켜보고 있는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양...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작가의 필력이 우수해서 클리셰적인 부분들이라도 흥미를 돋게 한다는 것이군요. 배틀을 위해 무대로 올라가는 주인공을 향한 시선을 한 몸에, 주목받는 주인공 같은 방구석 폐인들이 바라는 이상향도 제법 들어가 있는데 이게 싫지만은 않다는 게 무엇보다 신기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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