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신자 0명 여신님과 시작하는 이세계 공략 2권 리뷰 -이세계는 마치 전남친에게 안기는 여친과도 같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수명 앞으로 11년, 버스 사고로 반 전체가 하직하고 눈 떠보니 이세계였죠. 이세계 전생 치트물 답게 반 친구들은 치트를 받아 자칭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모두 떠났고 주인공은 무쓸모 스킬을 받아 1년이나 지나도록 아무도 찾지를 않아 홀로 여행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어찌어찌 '루시'라는 엘프와 마족 혼혈 히로인을 주워서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고,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는 있지만요. 아무리 노력해도 마물에 쫓기기만 하는 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아무리 수련해도 스킬 능력치는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성장할 기미가 없고, 다른 모험가들은 차곡차곡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동료랍시고 주워온 이멋세의 메구밍 같은 루시는 이런 주인공의 착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파티원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 소외감과 패배감이란, 주인공 눈에 비치는 이 세계는 마치 전남친에게 안기는 여친을 보는 거 같더란 말이죠.
그런 주인공에게 여신은 계시를 내려줍니다. 저짝에 있는 대미궁에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1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주인공과 그의 반 친구들이 이세계로 전생하던 때, 모두가 전생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대미궁 심층에서 어떤 마물이 눈을 뜹니다. 사실 그동안 주인공이 자판기로 환생하고, 칼(소드)로 환생하고, 슬라임으로도 환생하고, 드래곤으로 환생하는 등 인간의 궤에서 벗어난 이세계 전생물들은 있어 왔지만 히로인이 그 대상이 되는 건 정말 흔치가 않죠. 이번 2권에서는 세상을 전남친에게 빼앗긴 여친보듯 했던 주인공이 현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기에게 말 걸어주고 친하게 대해줬던 여자애를 다시 만나면서 자기가 가진 힘의 진가를 발휘해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제목을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고 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아내면 조회 수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게 다 조회 수에 미친 유툽 영상 때문임.
리뷰어로서 항상 딜레마가 있는데 주된 내용이 되는 걸 밝혀가면서 써야 될까입니다. 본 작품에 비유하자면, 여신에게서 계시를 받아 대미궁으로 향한 주인공이 만나는 히로인 '아야'에 대해서 어떻게 써야 될까죠. 그래도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중하면서 언급해 보자면, 그녀가 이세계에 환생하고 1년간 살아온 스토리는 주인공의 고생은 고생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다들 인간으로 환생했는데 그녀만은 다른 생물로 환생하게 되었고, 주변 환경 또한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항상 자기를 노리는 적들이 우굴 거리고, 먹을거리는 인간의 감성을 가진 그녀로서는 도저히 먹지 못할 것들이었거든요. 그 삶에 대한 함축적이자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대미궁 심층에서 그녀가 흐릿하게 비추는 태양빛을 바라보는 장면은 개그라는 장르가 아닌 드라마 장르였다면 분명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포기보다는 희망을, 주저앉기보다는 일어서기를, 주어진 삶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낳아준 마물을 엄마로 여기고, 같이 태어난 자매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가족을 노리는 적들에 맞서 싸우며 지금의 생물로 태어난 것에 고마움을, 그야 가족을 지키는 힘이 주어졌으니까. 하지만 새가 창공을 그리워하듯, 인간일 적의 기억과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건 약간 각색)은 대미궁 심층을 떠나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기에 더욱 지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럴수록 가차없는 적의 습격은 그녀를 사지로 내몰게 되죠. 그녀는 주인공보다 더욱 인생 역경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건 주인공과 운명의 재회, 감동의 재회라는 대목은 본 작품의 장르가 개그가 아니었다면 분명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 극적인 장면이 없는 게 흠이랄까요. 마치 저녁 산책길에서 오늘 낮에 본 소꿉친구를 또 보는 듯한...
전남친에 간 여친따위 잊게 만드는 재회를 거치고, 그녀(아야)가 처한 현실과 그녀가 바라는 목적을 듣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스킬이 무쓸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본인만 자각이 없지만요. 이미 주변은 주인공의 능력을 거의 용사급으로 보고 있건만, 이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활약하고 숭상을 받아도 무쓸모 주인공 그 이상은 되지 않는다는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추켜 세우고 서로 모셔갈 사태까지 번지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무쓸모 캐릭터라는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것이군요. 그 내막으로 주인공은 사신(신자 0명 여신)을 숭배하고 있으며, 루시는 엘프와 "마족"의 하프, 아야는 어떤 생물이라는 조합은 이세계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무쓸모 캐릭터를 관철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하지만 그가 숭배하는 여신은 주인공의 활약을 바라고 있고, 그동안 도움을 받은 주인공으로서는 활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에 대한 반역의 시간이 도래하죠,
맺으며: 하렘이라고 해봐야 어딘가 나사 빠진 하렘이고, 능력치라고는 물 생성이 다인 주인공이 좌절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세상에 보여줌으로써 마치 개천에서 용나듯 그런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히로인 '아야'를 만나는 장면은 그런 모티브가 숨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군요. 지구에서 유일한 이해자였던 '아야'를 만나 진정으로 지킬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위기에 처한 반 친구이자 빛의 용사를 도와주면서 자신을 괄시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대목은 마치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 같은 게 있다고 할까요.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자신을 괄시했던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당당히 내뱉고, 그걸 들은 당사자는 노발대발하기 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장면들은 어쨌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죠. 적절한 개그와 순애와 삶에 대한 억척스러움과 적절한 그리움을 섞는 재주가 상당히 좋습니다. 단순히 무능력 치트물이라는 클리셰로 치부하기엔 좀 아까운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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