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3권 리뷰 -나이 한 살 먹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한정판에 소책자 형식의 외전이 부록으로 제공된 적이 있습니다. 소책자에는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프란'의 부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부모가 속한 종족의 조상들의 나쁜 짓 때문에 신(神)의 분노를 사 저주가 내려져 진화의 길이 거의 막혀 버리고, 종족 전체가 노예로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했는데요. 프란의 부모는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는 길은 진화의 단서를 찾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 세계를 방랑하였으나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타지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죠.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것이라곤 '프란'이라는 딸이고, 그 딸도 종족의 운명처럼 노예로 전락해 생을 마감하는 미래밖에 없었으나 주인공(검)을 만나 갖은 고생 끝에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이유는 프란의 부모가 어릴 적부터 살았던 곳, 프란이 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모험가 등록을 한 도시를 다시 찾아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군요.
그동안 어째서 검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지금 깃들고 있는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던 주인공(검)은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의 안내로 처음 환생하고 깨어났던 마랑 평원에 오게 됩니다. 여기서 주인공(검)은 왜 검에 깃들게 되었는지 하는 그 근원을 찾아가죠. 그리고 자신이 깃들었던 검의 정체에 대해서도요. 사실 네가 특별해서 선택된 용사라는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지만, 여느 작품과는 다르게 디테일 있는 설정을 보이면서 클리셰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근데 사실 독자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태생이니 근원이니 하는 건 크게 상관없어요. 그냥 개연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했군요. 또 앞으로도 주인공과 같은 신검과 만나는 일이 많을 테니 그에 따른 복선을 미리 깔아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온 김에 그동안의 격전으로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도 하고, 수복하는 동안 프란은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기도 하죠.
그래서 프란의 부모가 살았고, 주인공과 프란이 처음 모험가로 등록한 도시로 돌아왔는데도 그에 따른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무덤은 없지만, 부모가 자랐던 고아원에 들려 자신(프란)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알리는 뭐 그런 애틋한 게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군요. 왜 이런 느낌을 강요하냐면, 프란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끌어안고 부비부비 하는 '아만다'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소책자를 못 본 분들이라면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한정판으로 제공된 소책자에 의하면 프란의 부모가 살았던 고아원은 '아만다'가 운영하는 고아원이었죠. 이들이 성장하여 진화를 위해 떠나고 얼마 후 갓 태어난 프란을 안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잘 살아가고 있나 했는데 객사해버리고, 시간이 지나 성장한 프란이 다시 찾아왔을 때 '아만다'는 무슨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같은 걸 풀어놓는 애틋함이 없는. 프란은 아직 아만다가 자신의 부모와 연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상태고요.
아직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종족의 비원인 진화의 단서는 찾았지만 신이 내린 저주는 풀리지 않았기에 프란이 하고자 하는 소원(저주 풀기)에 방해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13권에서는 주인공의 근원 찾기와 더불어 마랑 평원에서 그동안 여행했던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들여 고위 마물들과 싸우며 더욱 힘을 기르는 모습들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사실 크게 와닿거나 의미 있는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의미를 찾으라면, 프란이 더욱 성장하고 주인공이 수복되면서 연계가 더욱 강화되어 아만다에게 주먹이 닿게 되었다는 것 정도? 참고로 아만다는 랭크 A의 모험가로 꽤 강하게 묘사됩니다. 이전에는 프란과 주인공이 무슨 수를 써도 아만다에게 닿지 않았죠. 아만다는 프란이 마랑 평원에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일직선으로 쫓아왔고(이게 좀 웃김), 신급 대장장이도 찾아오는 등 소소하게나마 인연을 엮어가는 게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관심 없으면 머리에서 바로 지워버리는 프란의 마이웨이가 더욱 노골적이 되어 재미있습니다. 마랑 평원에서 고블린의 뒤를 추적하며 은밀성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데 그만 아만다가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좌절하는 모습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프란이 감정을 보이는 몇 안 되는 귀한 장면이기도 하죠. 주인공이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 위해 장시간 셧 오프하고 돌아올 때 보이는 감정이라든지, 주인공 없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하며 노력과 고생을 정말 많이 하는 장면 등 이번에는 감정을 주제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수련하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의 근원 찾기나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은 좀 지루했군요. 결국은 일본 작가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관한 것들만 주야장천... 어쨌거나 이번 13권은 1부 완결이라는 느낌입니다. 여행한 것보다 더 시간을 마랑 평원에서 지내며 성장하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마치 손오공이 초사이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이후 더욱 강한 적들과 마주해야 된다는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프란은 13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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