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세상 유능한 스킬 중에 하필이면 전투에선 써먹을 길 없는 [감정]을 받아 뭐 평범한 상인이나 하고 살라는 하늘의 계시를 전면을 비트는 주인공.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겠죠? 주인공은 성인이 되던 날, 스킬이 뭐가 발현될까 봐줬던 신관이 EX 중에 E자만 보고 형편없는 놈이라는 평가절하 당했었습니다. 주인공도 그런가 보다하고 싸돌아다니다 뭔가 이상해 자세히 알아보니 글쎄 이 세계 최고 등급인 S 클래스를 뛰어넘는 EX 클래스라네요? 단순히 주변 물건이나 사람의 [감정]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능력까지 카피해서 내 능력으로 삼고, 세상 모든 것을 감정하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까지 첨부되어 있으니 이건 뭐 신(神)급 사기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러니까 강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능력을 카피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대상이 죽어 있다면 강령술인지 빙의인지로 불러내서 카피하면 되니까 이런 망게임 같은 거 잘도 세상에 내놨다 싶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감정] 스킬이 세상에 드러나면 그 위험성을 인지한 사람들에게 목숨이 노려진다며(악인인지 구분할 수 있으니까) 숨어지내야겠다는 초반의 다짐은 개나 줘버리고 활약하기 시작하는데, 기억을 잃은 소녀를 구하고, 어느 도시에서 뽑으면 용사로 인정된다는 검을 뽑아서 당당히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등 작가 스스로가 정했던 설정을 마구 파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이 뽑은 그 검은 무적의 가호를 내린다는 밸붕급을 겸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하늘의 게시가 내려와 세상을 멸망시킬 악룡의 부활할지 모르니 용사가 되어 무찔러 달라네요. 이로써 조용히 지내야 될 분위기는 진작에 사라졌고, 주인공은 악룡을 퇴치하기 위한 길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되죠. 그리고 당도한 왕국에서 주인공이 구한 기억을 잃은 소녀의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 글쎄 기억을 잃은 소녀는 왕녀이고, 엄마는 여왕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엄마 아니 여왕으로부터 악룡에 대해 듣게 되고, 왕녀는 역대 용사들의 빙의체가 되어...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군요.

요점은 주인공 보고 악룡을 퇴치하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끝!

이번 2권을 읽고 느낀 점: 이런 이야기와 설정으로 어떻게 도서로 내놓을 생각을 했을까. 막 갖다 붙이면 능력이 되는 개념 없는 주인공 능력, 라이트 노벨에서 빠질 수 없는 하렘을 만들면 무조건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하렘을 만듭니다만, 문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만든다는 것인데요. 그 히로인들 면면을 보면, 경박해 보이는 여신, "메인 히로인은 미성년", 판타지하면 빠질 수 없는 노예 수인 소녀, 목욕탕에 쳐들어오는 지조 없는 애 딸린 유부녀(여왕), 싸우지도 못하면서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를 왕녀 호위 여기사, 그나마 밥값 하는 떠돌이 여자 사무라이, 멍청하고 입만 산 요정 여왕, 추켜 세워주면 부모님도 팔아먹을 한량 요정(아마도 암컷인 듯), 나이 200살 "로리 할망구" 마족, 방구석 폐인들이 좋아할 만한 히로인들을 총출동 시켜 놨습니다. 그나마 판치라와 눈꼴 시려운 여자들 간의 알력은 없다는 것이 위안이군요. 그런데 남자 등장인물들은 죄다 악인으로 나오는데 괜찮은 건가? 여자 등장인물들도 변변찮긴 한데...

이들로 악룡을 토벌하러 간다는데 비장함도 없고, 각오하는 것도 없고, 어디 소풍 가듯이 왔다 갔다. 남의 충고는 개무시. 악룡에 협력하는 정령이 있다고 해서 낯짝이나 보자 해서 갔더니 왜 악당은 남자인가?라는 물음은 차지하더라도 그 악당이 세상을 멸망 시키겠다는 논리는 되지도 않는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는 빈약한 설정에 주인공 앞에서 맥도 못 추는 빈약한 분량. 안타까움이라든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없고, 읽으면 읽을수록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이걸 대체 왜 읽고 있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되더라고요. 성장하는 데 있어서 노력보다는 지름길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마인드는 차라리 시원시원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면죄부를 깔아놓고 단숨에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러 가고, 뭔가 굉장히 강해 보이는 데몬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그리고 구출되는 200살 먹은 로리 할망구 마족(작중 실제 표현). 이 캐릭은 이후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는데 왜 나온 거지?

맺으며: 결론적으로 1권에서 속아가지고 2권을 구매한 것입니다. 정신적 대미지가 장난 아니군요. 이렇게 헐렁하고 개념 없는 스토리는 두 번째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첫 번째도 같은 출판사 작품이었다는 것이고요. 메인 히로인 빼고 뭐 하러 나오는지 모를 히로인들 하며,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먼치킨 계보 주인공이라지만 그것을 빌미로 뭐든 해내는 주인공은 오히려 흥분된다기 보다... 흥분시키긴 하는군요. 이걸 1만 원(할인하면 대충 8500원)이나 주고 구입하다니 부들부들 거리게 만들었으니까요. 3권이 완결이라던데 3권까지 굳이 안 봐도 되지 않나 싶네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용사 파티에 속해 마왕을 무찌르던 중 마왕이 쏜 화살이 무릎에 맞아 평생 낫지 않는 저주를 받고 말았습니다. 통증도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어서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죠. 그런데 마왕을 무찌르고 왔더니 길드나 귀족들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아주 귀찮게 구는 것입니다. 높은 관직을 하사하겠다는 둥, 변두리 길드장에 추천하겠다는 둥, 유능한 사람을 놀릴 생각 없고,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죠. 주인공은 무릎이 아파 움직이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건 왜 자신의 무릎이 불편하다는 걸 밝히지 않는가인데, 언급은 없군요. 아무튼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어 도망칠 궁리를 하게 되고, 아무도 쫓아오지 못할 오지 중 오지에서 의뢰한 의뢰를 받아 떠나기로 하죠. 그것이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시골 경비병이 되겠습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이 아닌, 판타지 세계에서 그 세계의 인물들로 꾸려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다고 해서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고요. 동화 같은 슬로우 라이프쯤 되겠군요. 히로인들도 제법 나오고, 주인공 일직선 히로인도 있죠. 근데 나이 30대나 돼서 연애 한번 못 해본 걸까요. 히로인들의 호감에 대해 둔하기만 하고, 그런 주제에 호감으로 연결될 만한 짓거리는 잘한단 말이죠. 경비병으로 일하는 마을에서 대놓고 히로인과 결혼하라고 등을 떠미는데도 일절 반응이 없어요. 혹시 무릎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사실은 화살 맞은 부위가 중요 부위이고 그로 인해 고자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군요. 작가는 10대도 아니고 30대 아저씨한테 풋풋함을 요구하는 걸까요.

아무튼 의뢰를 받아 마을로 가던 중 늑대에게 공격받던 엘프 히로인을 줍고, 마을에 도착해 경비 중에 사람 말하는 늑대(마랑)의 왕 '펨'도 줍고, 마을에 쳐들어온 마족 사천왕 '비비(꼬마 히로인)'도 줍고 뭘 이리 많이도 흘리는지 이 세계는 어떻게 돼 먹은 건가 싶더라고요. 거기에 마물들도 들끓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마을로 오자마자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싶은, 그동안 마을이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물론 주인공이 다 해결하죠. 여기 쉬러 온 건데? 일은 도시에 있을 때보다 별 차이가 없어요. 그래도 펨의 복슬복슬함이라든지, 사천왕 '비비'의 자신감 가득 바보 같은 행동은 소소한 개그로 다가옵니다. 주인공 집을 두 번이나 태워먹고, 주인공에게 노동을 강요 당하는 장면 등 슬로우 라이프 다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맺으며: 딱히 이렇게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무릎이 안 좋은 아저씨가 온천을 찾아 마을로 왔고, 거기에 따른 에피소드를 서민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죠. 시장에 나가 고기를 팔고, 아픈 사람을 위해 약초 캐러 가고, 마을을 위협하는 마물을 쓰러트리는 등 큰일 터지는 그런 건 없습니다. 온천에 들어가 느긋하게 즐기다 히로인 난입이라는 이벤트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요소가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도가 지나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판치라로 넘어가도 될만한 일들이 생겨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복선이나 추리 같은 머리 아프게 하는 것도 없어서 좋고요. 적절한 개그와 흐뭇하게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만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5쇄나 증쇄(1권 기준) 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입니다. 내청코와 같이 학원물이며, 내청코 내용과는 사뭇 다른 청춘 남녀가 오손도손, 알콩달콩, 꽁냥꽁냥 닭살 돋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작중 히로인인 '아리사(통칭 아랴)'는 주인공 '쿠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해 부끄러운 말은 러시아어로 툭 뱉는 게 특징이죠. 주인공 '쿠제'는 그걸 알아 들으면서도 모른척합니다(이건 도서 뒤 시놉시스에 나와 있는 내용). 이들은 같은 반이며, 같은 라인 오른쪽/왼쪽 사이좋게 딱 붙어 있는 이상적인 환경 속에서 원수지간도 사이 좋아지겠다 싶을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 작품을 구매하지 않으려 했군요. 이런 이야기인 거 뻔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집에 와 있더라고요. 2권부터는 죽어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 너무 달달해서 내가 불판에 올려진 오징어인 줄 알았다니까요.

5쇄나 증쇄했으니 웬만한 분들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실 테죠.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작중 복선이나 클리셰를 다뤄볼까 하는데요. 경우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으니 분란을 일으키기 보다 뒤로 가기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원물 하면 빠질 수 없는 클리셰로 외모지상주의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이라는 것이 있죠. 본 작품의 히로인 '아리사'는 러시아 혼혈로서 학원 제일가는 미인으로 랭킹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국적인 학원에서 팁클래스 미모라는 것이고 거기에 명석한 두뇌도 가졌습니다. 그러니 여학생들은 선망의 눈빛을, 남학생들은 절벽에 핀 꽃으로 감히 손을 못 대는 그런 용모를 가졌다고 평가하죠. 히로인을 굉장히 띄워 준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인공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남에서 약간 +된 정도인데요. 숨길 생각도 없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오타쿠고, 걸핏하면 책상에 엎어져 잠이나 자는 넘이죠. 히로인같이 학원 제일 미모를 가졌고, 누구나 선망하는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성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어째서 이런 넘을 히로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그 해답으로 '나(독자)'라면 이러지 않을 거라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데 이보다 좋은 설정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슬슬 놈팡이 같았던 주인공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사실은 할 땐 하는 넘이고 과거에는 훨씬 대단한 넘이었다는 걸 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히로인이 왜 남주인공에게 호감을 보이게 되었는가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 놓죠. 결국 선망으로만 쳐다볼 뿐 다가오지 않는 다른 학생들보다, 그렇고 그런 마음을 품고 타산적인 애들보다 나(히로인)를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남주인공에게 끌리는 클리셰를 발동 시킵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히로인은 한 미모 하는 데다 천재 소리 들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면 자존심도 쎌테고 그렇다 보면 조별 과제를 해도 다른 조원들의 성과가 눈에 들어올 리 없고, 외톨이로 남게되는 고고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선 나 혼자 해야 직성이 풀리고, 더 성과를 낼 수 있기에,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이 망가진다는 걸 모른 채 말이죠. 시간이 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거리는 멀어지고 끝끝내 문화재도 혼자 준비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결국 장미에는 가시가 있고, 그 가시를 누가 잘라 주느냐가 이런 러브 코미디 초반에 설정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로 남주인공이 선택되었고, 주인공 버프 받아서 다른 학생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그녀에게 이거저거 말을 붙여주고 길을 알려줌으로써 호감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호감을 가지는지 모르는 주인공은 둔감남의 표본이 되죠. 히로인은 이미 호감도 맥스를 찍고 있는데도요. 이런 부분도 독자들을 감정이입 시키는 게 큰 역할을 합니다.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미모의 히로인과 접점을 만들어 간다. 덩달아 부러운 질투의 눈빛을 받는다 같은 방구석 폐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일들을 하면서 더욱 감정이입 시키는 재주가 좋다고 할까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남주인공의 여동생과 그 여동생의 안과 밖이 다른 성격의 모에성, 그리고 소꿉친구라는 설정(이건 스포일러라)과 히로인에게 언니가 있고, 히로인(동생)과 사뭇 다른 성격으로 말괄량이인 언니 포지션까지.

알고 보니 주인공은 학원 제일 미모의 히로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그저 그런 놈팡이가 아니라 학원에서 내로라하는 인싸중에 인싸라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주인공의 가치를 완성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적어도 본 작품에서의 여성들은 자신을 그저 화원의 꽃으로만 보는 아이들 보다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주인공에게 더 끌린다는 클리셰를 던지죠. 그러다 보니 내청코와 다르게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살리려는지 호감도 맥스를 찍다 못해 우주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히로인 '아리사'의 폭주가 이어지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듯 말 듯, 어째서 여자 경험(여자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니)도 없어보니는 이 쉐키가 여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낼까라는 모순도 던집니다. 물론 뭐 주인공은 평등주의에 입각해 남자든 여자들 차별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다고 둘러대면 끝이겠죠. 다재다능했던 히로인 '아리사'가 궁지에 몰리고 그걸 해결해 주면서 '아리사'의 마음에는 주인공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기만 합니다.

물론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제법 있었습니다. 내청코에서는 누가 의뢰를 먼저 해결하느냐 같은 경쟁을 하며 남녀평등 같은 모습을 보였는데, 본 작품에서는 남자를 시다바리로 쓴다 같은 다소 구시대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여성 혐오하는 건 아니고요. 물론 주인공을 학생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학원물에서 학생회가 빠질 수 없겠군요. 과거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학생회에 들어가는 걸 한사코 거부하는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를 던지고, 어중이떠중이 같았던 주인공이 학원 권력 1순위인 학생회에 들어간다는 클리셰까지 뿌리면서 결국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가진 핵인싸로 표현해버립니다, "불쾌한 골짜기" 사실 사전에서는 로봇에 비유하고 있지만, 본 작품 주인공에게서 불쾌한 골짜기가 생각났군요. 이유는 아마 모순과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부탁도 거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라는 클리셰를 보고 있자니 왜 이런 넘이 주인공인가 싶어서일 수도 있고....

맺으며: 출판사 간판 작품이다 보니 격하게 쓰지 못한 게 아쉽군요. 픽션에 너무 열 올리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청코의 유키노 같은 역할해 줄까 했던 '아리사'는 다재다능했던 포지션은 어디 가고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침울 모드로 빠지는 것도 옥에 티로 다가왔군요. 그걸 북돋아 준다고 의욕 챙기는 주인공. 필자와는 너무나 안 맞군요. 닭살 돋는 건 둘째치고 기승전결이 없다고 할까요. 쓰다 보니 주인공 어릴 적 첫사랑 클리셰를 언급 못 했군요. 지나가는 사람 다 쳐다보는 지상외모주의.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학원, 주인공 아싸에서 인싸로, 학원 제일 미인이 주인공 품으로, 학생회 가입, 소꿉친구, 이중성격 여동생, 히로인 언니, 첫사랑. 이거 연애 시뮬 게임으로 만들면 대성하지 않을까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추방물, 착각물, 하렘?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하는 파티가 있고, 다들 재능이 넘쳐 승승장구하는데 나만 재능이 없다. 추방물의 정석이라고 하면 이것이겠죠. 재능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주인공이고요. 파티는 그런 주인공을 추방해버리죠(여기에 NTR이 가미되면 금상첨화). 그런데 알고 보니 파티에서 상성이 나빴을 뿐, 주인공은 엄청난 재능을 숨기고 있었네? 이제 역으로 발라주는 카타르시스가 시작되는, 솔직히 이게 뭐가 재미있나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본 작품도 파티에 참여 중인 주인공이 무능력이라는 추방물의 일종이긴 한데, 파티원들이 합심해서 너 님 나가!가 아니라 가긴 어딜 가!를 시전하는 역추방물? 같은 이야기를 그립니다. 재능이라곤 일절 없고, 말빨이 엄청 쎈 것도 아니고,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성격에, 권력자에겐 머리부터 조아리는 비굴함에 그렇다고 잘 생기기나 했나. 그런데도 주변으로부터 기이하게 보호받는 느낌이 장난 아니란 말이죠?

아무것도 모르던 꼬꼬맹이 시절 부와 영광을 이 손에, 영웅이 되자며 의기투합하여 트레저 헌터(한마디로 모험가)의 길에 들어선 6명의 꼬맹이들. 5명은 승승장구하여 이제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헌터가 되었는데 주인공 혼자만 쭈구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난다 긴다 하는 상황에서 재능이라곤 개미 눈물만큼도 없던 주인공은 염세적이 되어 버리는 건 어쩔 수 없겠죠. 인간관계는 파탄 직전, 언제나 토할 거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며, 위험은 피하는 게 상책, 귀찮은 건 남에게 떠넘기는 게 최고, 오늘은 제도 굴지의 어떤 클랜(여러 파티 연합)에서 1년에 한번 있는 파티원 모집에 응모하러 왔다가 소란에 휘말리며 쭈굴쭈굴 모드. 그런데 소란이 점점 커지며 싸움으로 변질되고 거기에 휘말려 처박혀 쓰고 있는 후드가 벗겨진 동시에 들려온 귀여운 여자아이의 말, "마스터, 뭐 하세요?" 작가가 사람 낚는데 도가 텄군요.

본 작품은 재능이 없어 파티에서 쫓겨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비굴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애들 사회성을 길러주고 나보다 좋은 넘 들어오면 나한테 관심 끄겠지 싶어 파티를 결성했더니 리더를 맡으라 하고(5년 전), 파티로는 더 이상 사람 모집(6명이 1개 파티)이 힘들어 클랜(파티 연합)을 꾸렸더니 클랜의 정점 마스터를 맡으라네요(3년 전). 정신 차리고 보니 지금은 제도에서 내로라하는 굴지의 클랜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에게서는 선망의 대상, 헌터(모험가)들 사이에선 반드시 가입하고 싶은 클랜 1순위, 주인공에게는 정말로 유능한 사람에게 내려진다는 [천변만화]라 별명까지. 당연하겠지만 위에서 파티 모집하던 클랜은 주인공의 것. 이게 무슨 망겜 같은 소리인가 싶죠.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도망가고 싶은데 주변에서 놔주질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애가 상당히 깊다고 할 수 있죠. 쓸모없다고 내치기 보다 안고 끝까지 가려 하니까요.

어릴 적 약속했던 꿈을 위해, 모두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일념 하에 주인공이 빠지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친구들은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네, 날아다녀요. 주인공 친구들에게 있어서 재능은 99%에 노력은 1%만 있으면 돼요. 주인공으로서는 내가 있을 자리 따윈 어디에도 없어요. 잔챙이라도 거기에 맞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은 쥐뿔도 없어요. 그런데 클랜 마스터로서의 책임은 있어서 소란이 일어나면 책임을 져야 하죠. 헌터 협회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면 머리를 땅에 처박고 사죄하는 게 일이고, 벌침 게임 같은 페널티 의뢰가 내려지면 돈은 안 되고 목숨은 위험한, 그런 거 받아와서 파티원들에게 떠넘겨 버리는 쓰레기 짓도 하죠. 그런데 그런 거지 같은 의뢰를 떠넘겨 받은 쪽은 일종의 시험이 아닐까, 착각해서 뭔가 의미가 있으니까 오해해서 나에게 이 의뢰를 줬겠지? 하며 분골쇄신하는 장면들은 희극이 따로 없어요. 정작 주인공은 아무 의미도 없고, 귀찮아서 떠넘긴 것뿐인데.

이번 1권에서는 면접 소란 때문에 헌터 협회에서 페널티로 내린 벌칙게임을 수행하는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주인공도 나오지만 주인공으로서의 활약보다 방관자 느낌이 강한데요. 주인공 클랜의 조그마한 소녀(얀데레) 1명 + 면접에서 소란을 피운 당사자들을 모아다 파티를 결성하게 만들어 벌칙게임을 떠넘기고 어떻게 하면 은퇴할 수 있을까 그것만 고민하고 있죠. 근데 알고 보니 의뢰가 잘못되었고 자기가 떠넘긴 파티원들을 구하러 가는데... 주인공은 진짜 무능력이 맞습니다. 보통 무능력이라도 그에 따른 능력을 보여주며 먼치킨으로 승화 시키곤 하는데 본 작품에서는 그딴 거 없고(적어도 1권에서는), 아이템 빨로 막 밀어붙이죠. 아이템전도 먼치킨의 일종? 근데 아이템 빨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주인공의 몸에 처바른 아이템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대손손 일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니까, 돌려 말하면 클랜 전체가 주인공에게 갖다 바치는 재물이 장난 아니라는 의미이고, 그를 얼마나 맹목적으로 묶어 두고 있는지 같은 소름이 돋는 장면이기도 하죠.

맺으며: 추방물의 정도를 정면으로 비트는 작품입니다. 일단 1권 기준이긴 한데, 주변은 주인공을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묶어 두려고 혈안이 되어 있죠. 히로인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주인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호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후반에 나오는 슈퍼 얀데레는 진짜 소름 그 자체. 무언갈 시키면 의미를 부여해서 그것이 아무리 불합리한 의뢰라고 해도 해내려 하죠. 정작 주인공은 귀찮아서 떠넘긴 것뿐인데, 그것이 와전되어 시험을 받는다는 오해를 하고, 그것을 클리어 함으로서 성장하는 통에 주인공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으로 연결되는 웃지 못할 일들의 연속입니다.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가 있군요. 주인공이 별다른 의미 없이 내던진 말이나 행동들이 의미를 가지고 되고 착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은 마치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인공 의지와 상관없이 신뢰와 믿음이 쌓여 갈수록 주인공의 은퇴는 더욱 요원해지기만 하죠. 정작 주인공은 그 떠넘기기와 대충대충 때문에 자기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상태고요. 모두가 착각하고, 그 착각으로 인해 참 바보 같다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편 주인공(나구모 하지메)이 자신이 만든 대미궁을 공략 했을때 '밀레디'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 6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이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인간 및 다종족)은 신의 유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결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기치 아래 신(神) 타도를 외치며 반란을 도모했던 작은 소녀의 최후를 그립니다. 전 세계에서 같이 걸어갈 동료들을 모으고, 해방의 의지를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치며 최종 결전만이 남은 시점에서 교회가 주인공(밀레디) 일행을 꿰어 내기 위해 협력자들을 처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을 신의 유희에서 해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밀레디'가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함정인 줄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게 되죠. 이렇게 교회와 신(神)을 향해 포문을 열고 결전의 서막이 오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타격을 입혔고, 세상에 우리의 의지를 알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타날 영웅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물려준다. 초반에는 교회의 군세를 궤멸 시키고, 사람들을 지키고 구하는 등 해방자 다운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우린 사람을 게임의 말처럼 쓰다 버리는 신과 다르게 지킨다는 아이덴티티를 관철해 가죠.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신의 힘이 넘사벽이라서 주인공 일행의 힘이 닿지 않아 고생한다는 클리셰를 버리고 신(神)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그저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이덴티티를 철저하게 지켜 나갑니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말에는 미련을 두지 않죠. 신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게임 판의 말이고, 그것을 아무렇게나 쓴다고 마음에 죄책감이 있을 리 없는 신(神)에 의해 주인공 일행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일행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자신들에게 죽자 살자 덤벼든다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신(神)만 타도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죽여야 할까? 자, 신(神)은 시험합니다. '내가 부추기긴 했지만(세뇌), 너희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너희들을 죽이자고 덤빈다. 어떻게 할래? 이게 싫으면 너희들 목숨을 내놔라' 합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단순히 주인공 일행만이 아닌 해방자에 속한 모두, 그 협력자들 모두가 선량한 사람들이 휘두르는 낫과 곡괭이에 희생되어 갑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건 전쟁에서 모두를 지키며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희생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고, 이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죠. 이 진리를 잘 지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神)이고, 그걸 지키지 못했던 주인공 일행은 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신(神)에 의해 세뇌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해방자들과 그 협력자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관철 중이던 그들(해방자들)은 저항도 무색하게 쓰러져 가죠. 그리고 '밀레디'는 이걸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말만으로는 어느 하나 구원할 수 없으며, 부조리에 대항할 배짱도 없었죠. 그저 지킨다는 숭고한 마음은 닿지 않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닿아야 될 신(神)이 적이니까요. 몰리고 몰린 끝, 최후의 방어선에서 신(神)은 최후통첩을 합니다. 사실 애초에 세계를 창조하고 간섭하는 신(神)을 상대로 승산 있는 싸움이 될 리 없었건만 괜히 둘 쑤셔서 사람들을 죽게 만드나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충분했죠. 신(神)에게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개념"의 바탕도 만들었고, 언젠가 후대에 영웅이 나타나 분명 신(神)을 타도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슴에 안고 밀레디는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죠.

맺으며: 본편 7대 미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희망이라는 의미에서 꽤나 마음을 울려주죠. 특히 '밀레디'가 자신의 최후를 선택하고, 그것이 보답받지 못하는 영원의 고통이라도 받아들이는 장면들은 결코 가볍게 읽을만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오스카)이 그녀가 걸어가야 될 길을 안타까워하는 장면들은 하나의 시(詩)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군요. 아무튼 완결되었습니다. 이후는 아시다시피 본편 주인공에게로 공이 넘어가죠. 외전 치고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고 걸어오고 의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것으로 인한 괴리감(밝은 분위기였다가 갑자기 시리어스로 넘어간다던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본편 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8)
라노벨 리뷰 (900)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