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에서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일러스트겠죠. 예쁘장한 여중생을 '바키' 어머니같이 그려 놓았던 것이 이제야 다듬어져서 여중생 같은 그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저씨에 의해 호문쿨루스로 키워져 이제 독자적인 인격을 가지게 된 '사신 알피아'도 제때 그 나이(?)에 맞는 일러스트를 가지게 되었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히 아닐 수 없겠죠. 더욱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된 '크리스틴(표지 노랑머리)이나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 저 멀리 떠밀려나게 된 '크리스티나'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렇게 일러스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이야기는 괜찮아도 일러스트가 괴랄해서 접은 작품도 다수 있는 필자로서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거든요. 사실 히로인이나 주인공이 폴리곤 사각같이 생겼다면 감정이입이 될까, 과한 외모지상주의도 좀 그렇지만 사각 폴리곤도 좀 그렇잖아요?

이번 이야기는 '사신 알피아'가 호문쿨루스 배양관에서 나와 알몸으로 활보하고, 등장인물들 총출동해서 온천으로 여행을 떠나고, 죽은 줄 알았던 아저씨의 누나가 망령이 되어 사람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신 알피아는 4신에 의해 봉인, 방기 되었다가 아저씨가 주운 세포로 배양되어 부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제 4신을 찾아서 골로 보내고 다시 이 세계의 관리권을 되찾아만 하죠. 4신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소환된 용사들은 죽어서 구천을 떠돌았고, 이 세계 시스템에 이물질로 작용하여 머지않아 이 세계는 소멸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본격적인 활동 전에 아저씨와 주변 사람들에게서 의복을 지원받고, '루세리스(메인 히로인)'에게 먹을 것으로 길들여지는 등 인간 친화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온천으로의 여행은... 솔직히 이건 왜 넣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진행에 하등 관련도 없고, 쓰잘데기 없고, 싸구려의 극을 달리는,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분량이었습니다.

아저씨의 누나는 결국 아저씨의 계략에 의해 저세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만, 죽어서도 구질구질하게 망령인지 뭔지로 변해서 이 세계를 떠도는 용사들의 망령과 합체하더니 사람들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아저씨는 변두리에서 원인불명의 시체가 나오니 조사해달라는 공작의 의뢰를 받고 찾아다니지만 그게 자신의 누나라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누나에게 공격당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를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게 막 불어나서 대군이 되고, 조사하러 다니던 아저씨는 뭐하고 자빠졌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되어도 해결이 되지 않나 하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딴에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탐정물을 그리려나 했나 본데 철저하게 실패한 그런 느낌? 게다가 용사들의 망령과 아저씨 누나 망령하고는 언제 분리가 되었지? 사신 알피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망령 부분을 보고서야 분리된 줄 알았네? 어디서 놓친 거지. 따로따로인가?

이 작품의 성향이 일본 개그 만담식인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개그 감각으로서는 도저히 맞지 않는 설정이다 보니 분명 개그인데 감정이입을 못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주죠. 이번 12권을 예를 들자면, 온천에서 여성들 알몸 보겠다고 난투극을 벌이는 것이나 '사신 알피아'의 속옷 문제로 몇 페이지나 할애하는 부분,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 탈락한 '크리스티나'를 두고 사랑 앓이를 하는 어떤 남학생을 이야기하는 부분 등 뭔가 비장함을 표현하여 개그로 승화 시키려 했나 본데 웃기기보다는 하찮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거기에 가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건 이런 작품의 불문율인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느낌들은 필자 주관적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맺으며: 11권 리뷰를 좋게 썼는데 12권에서 이꼬라지네요. 그냥 쉬어가는 에피소드 같기도 한데, 솔직히 주변인들의 온천 여행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분량입니다. 그저 눈 요깃거리에 지나지 않죠. 12권쯤 오면 세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망가지게 된 세상을 되돌리려 애쓴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어디 딴 나라 이야기고, 아저씨 누나는 구질구질하게 망령으로 재투입 하고, 여전히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은 고등학생의 특권 같은 소리만 늘어놓으니 도서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건지. 뭔가 팔리기에 12권까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사람들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요. 아무튼 13권에서 사신과 4신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결판이 날 거 같은데 한 번 더 속는 샘치고 구입해야 할까요? 다음은 괜찮겠지 해서 판돈 걸었더니, 이래서 도박은 좋지 않다고 하는가 봅니다. 이거야 원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하고도 몸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쓰디쓴 약 먹는 기분인데...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2017년에 발간된 'NieR Replicant Recollection <게슈탈트 계획 회상록>과 2021년에 발매된 '니어 레플리칸트 ver 1.22...' 설정 자료집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게임의 내용을 도서로 발매했다고 보면 되겠군요. 작중 진행은 주인공 1인칭 혹은 주변인들의 1인칭 시점으로 퀘스트를 진행해 클리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멸망한 문명으로부터 상당 기간 지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어 외부와 단절된 생황을 이어갑니다. 들판에는 마물이 득시글 거리고 야생화된 양과 염소 등이 돌아다니며 인간들을 위협하곤 합니다. 주인공 '니어'는 동생 '요나'를 보살피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심부름과 일손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타지에서 돈 벌다 객사했고, 어머니는 주인공 10살 때, 요나가 1살 반이 되었을 때 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 뒤부터 주인공은 유일한 혈육인 동생 요나를 보살피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죠. 요나는 '흑문병'이라는 치료 불가능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기침이 심하고, 열이 많이 나는 병으로서 마치 중세 시대 흑사병처럼 한번 걸리면 어찌할 방도도 없이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병이죠. 남매의 어머니 또한 흑문병에 걸려 돌아가셨는데, 사망하는 그 순간까지 아이들이 걱정할까 내색 한번 하지 않았고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진 후 다신 일어나지 못했죠.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 주인공은 같은 병에 걸린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려 하는 게 이 작풍에서의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고작 10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을에서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약초를 구해오고 해도 변두리 가난한 마을에서 발버둥 처봐야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마을 사람들이 다정하게 남매를 보살펴 주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동생은 병을 앓고 있습니다. 오빠의 헌신적인 노력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걸리면 얼마 못가 죽는다는 병을 앓고 있어도 동생은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생은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습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오빠가 안타까울 따름이죠. 오빠가 품삯으로 받아온 병아리를 소중히 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려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병은 심해지고 들어가는 약은 더욱 많아집니다. 결국 약에 대한 내성까지 자니 게 된 병으로 인해 동생은 더욱 야위어만 가죠. 그럴수록 주인공은 더 많은 약을 구하기 위해 먼 곳의 마을까지 찾아가 약을 구해오는 수고까지 마다지 하지 않습니다. 들판에는 마물과 야생화된 가축들이 통행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주인공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처도 이제 약을 구할 돈이 없습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당신은 어떤 비참한 일이라도 할 각오가 있는가를 묻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비참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인해 칼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실력을 갈고 닦아 마물을 사냥하는 일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백의 서'라는 날아다니는 책을 동료로 삼게 되면서 더욱 강해지고, 그 백의 서를 통해 동생이 앓고 있는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단서를 얻어 가죠. 옆 마을에서 반인반마 '카이네'를 동료로 삼고, 동생과 펜팔을 한다는 이상한 아저씨를 찾아갔다가 '에밀'이라는 석화 마법을 쓰는 동료도 얻습니다. 언제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이렇게 동료를 모아 마물을 쓰러트리고,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하면서 더 이상 굶어죽을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병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질 기미가 없었고, 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선 병을 뿌리고 다닌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흑의 서'를 찾아 없애야 된다는 걸 알아가죠. 하지만 이넘 어디에 있는데? 찾는다고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리뷰를 좀 축약하긴 했습니다만, 시종일관 마물을 쓰러트리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흑의 서를 찾아 없애기 위해서는 마물을 쓰러트리고 그들(마물)의 본질이 되는 '봉인된 말'이라는 스킬 경험치 비슷한 걸 획득해야 하고, '백의 서'를 강하게 키워야만 하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료 '카이네'의 안타까운 과거를 보여주고, '에밀'의 진자 정체를 알아갑니다. 그리고 마물은 흔히 판타지 세계처럼 그냥 솟아나는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본질은 인간이 아닐까 하는 복선을 보여줍니다. 세상이 멸망한 이유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고, 주인공과 동생 또한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진행 방식이 게임 형식이라서 다소 투박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 인류애를 부각 시키며 훈훈한 장면도 제법 있습니다. 가령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주인공과 동생을 보살펴주는 것이나, 남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을 사람들 등 가난하지만 외면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죠.

그리고 느닷없는 마왕의 등장으로 주인공의 일상은 붕괴되어 버립니다.

맺으며: 사실 초반 이후 칼을 들고 마물을 소탕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 좀 지루합니다. 게임 방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놔서 긴박함이라든지 사생결단 같은 손에 담을 쥐게 하는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흑의 서를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고, 찾게 되면 일전을 치러야 하기에 힘을 기르는 등, 이런 것들이 반복되죠. 물론 퀘스트를 위해 각 마을을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약간 신선했지만 역시나 퀘스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디 보니 이야기는 1차원적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을 하는듯한 디테일이 있어서 머릿속에 광경이 그려지게 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군요. 다만 역시나 게임 방식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동생이 소외되는 일이 많이 늘어갑니다. 동생의 출연은 갈수록 적어지고, 그럴수록 주인공은 무엇을 위해 돌아다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도 하죠. 그것을 의식했는지 후반에 마왕을 투입하면서 다시금 남매의 사랑을 부각 시키긴 합니다만.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2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여주 '모니카'의 극도의 낯가림은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이었다. 이런 거죠. 마술사로서 유망하고 한없이 자상했던 아버지가 이단자로 몰려 화형 당하고, 어린 나이의 그녀는 그것을 오롯이 봐야만 했다면? 친척에 맡겨진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이단자의 자식이라며 손가락질 당하고 삼촌으로부터 술병으로 폭행 당하는 나날을 보냈다면? 성장해서 마법 학교에 들어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뒤처져 있던 주변으로부터 날 깔보는 거 아니냐는 매도를 당한다면? 필자가 이번 2권을 읽고 느낀 점이 있다면 이런 처사를 당하고도 왜, 어째서 그녀는 마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타인을 대할 때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임하고,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가 상처받고 힘들어하면 어쩌지? 뭔가 일이 벌어지면 그녀 때문이 아님에도 나 때문이라는 자책. 그녀는 생각의 끝에 마왕이 되기보다 세상을 등지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럼에도 제2왕자 호위라는 주어진 임무에는 최선을 다하려 하죠. 임무에 투입되자마자 자객을 잡아내는 등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으로 해서 제2왕자의 눈에 띄고, 학생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임원이 되는 등 그녀의 생각과는 반대로 인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안 좋았던 것이죠. 어쩌다 학생회 문제를 해결하여 임원이 되고, 학원의 정점 제2왕자와 가까이 지내는 시골뜨기 거지 소녀를 귀족 영애들이 곱게 볼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그저 수학이 좋았고,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마법이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이라는 소양을 길렀고, 타인과의 교류를 기피했기에 무영창을 실현했죠. 그녀가 이렇게 강한 이유는 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본질은 과거의 악몽이고, 이 본질을 깨트리고 그녀를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넌지시 던집니다. 그리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지죠. 히로인(모니카) 독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건이.

사람은 어디까지 추락하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나를 보여줍니다. 그녀(모니카)의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이었던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했을 뿐인데. 그녀는 독으로 괴로워하면서 악몽으로 점철된 과거를 봅니다. 그저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했던 아버지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하는 모습, 아버지를 매도하는 사람들, 아버지가 남긴 자료를 잊지 않겠다는 양 머리 속에 철저히 쑤셔 박고, 삼촌으로부터 이단의 자식이라며 술병으로 폭행 당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자신. 그녀가 왜 비굴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고 자책을 일삼게 되었는지 그 전모가 드러납니다. 본 작품은 왕자와 거지 소녀가 만나 풋풋한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 러브 코미디가 아닙니다. 그런 것은 픽션에만 존재한다는 걸 역설하죠. 그리고 지금, 왕자 호위하러 와서 독살당하는 자신(모니카)이 있습니다. 쳐다보기만 하는 주모자들, 도와주지 않는 주변. 이것은 과거의 재림인가?

병실에서 눈을 뜬 그녀...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

이제까지 괴롭힘의 나날이었다면, 이제부터 치유받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언제부터였을까. 남들은 기피하는 빼빼 마르고 시골뜨기 소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은. 시골뜨기 평민이 못마땅해 싫은 소리 늘어놓으면서도 챙겨주는 사람이 늘어난 건 언제부터일까. 독을 먹고 쓰러진 그녀를 누가 응급처치를 하고 누가 병실로 옮겨 주었을까. 괴롭힘 밖에 없는 세상에서 언제부터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생겼을까. 자, 지키러 왔다가 되레 보살핌 받는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허물없이 대해주는 사람도 늘었고, 은혜를 입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사람도 있고, 같이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과거의 악몽입니다. 요양 중에 친구들이 보내온 안부 쪽지를 보고 그녀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녀의 본질을 깨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기 위한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리고 또 실책을 하여 폐를 끼쳤다며 코를 바닥에 처박고 오열을 삼키며 사죄의 말을 올리는 그녀(모니카)를 바라보는 제2왕자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왕자도 그녀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신 앞에서 울고 있는 저 소녀는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걸...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이게 이번 2권의 최대 포인트입니다.

맺으며: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이 있죠. 이번 2권에서는 감이 날카로운 학생들에 의해 슬슬 '침묵의 마녀'가 근처에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추축을 시작합니다. 밝혀진다면 어떤 소동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도 자아내는데요. 그중에 모니카가 호위 중인 제2왕자는 '침묵의 마녀' 골수 팬이라는 것에서 흥미를 더해가죠. 아무튼 차기 왕권을 놓고 대립하는 귀족들에 의해 제2왕자 암살은 더욱 노골적이 되고, 그에 맞서 모니카는 그녀가 가진 모든 마력을 동원해서야 겨우 막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렇고 보면 먼치킨 같은 주인공(모니카)이지만 결코 먼치킨은 아니라는 걸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녀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악몽에서 숨고자 히키코모리를 선택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말을 하기 싫어 무영창을 실현했을 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죠. 그러나 세상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친구를 이용하고, 암살이 자행되고, 독살이 횡행하는등 추악함을 엿보이기도 합니다. 권력투쟁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고, 전란의 기운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설 주의

전란으로 어수선한 시기, 차례차례 복속되는 주변 국가, 그리고 그 옛날 용(龍)이 살았다는 전설. 작중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시작은 어느 산골짜기 마을에서 마법 지팡이 가게고요. 그 가게를 운영하던 장인은 수명이 다해 저세상으로 떠 났고, 그의 마지막 제자가 가게를 둘러보고 길을 떠나는 걸 비추죠. 이 세계는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입니다. 마법은 지팡이를 통해 발현되며, 그래서 지팡이는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무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스승은 지팡이 제작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고, 그의 제자들은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 스승 못지않은 존경을 받고 있었죠. 주인공 또한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어 스승과 견주어 손색없는 실력을 쌓았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스승은 이 세상에 없고, 그도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세상에 나가 자리를 잡으려 하죠.

그런 그에게 어떤 소녀가 찾아옵니다. "이 지팡이를 고쳐줘요"

스승이 팔팔하던 시절 만들어서 팔았던 지팡이가 고장 나서 AS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스승은 저세상에 가버렸죠. 귀찮음을 예감한 주인공은 모른척하려 했지만 그녀는 한 장의 약정서를 내밉니다. 거기엔 "이걸 보는 똥 멍청이 제자가 고쳐주길" 요약하면 이런 말이 되겠는데, 스승의 명령에 가까워서 모른 척할 수도 없어 결국 고쳐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재료가 무언가 조사하던 중 아주 골치 아픈 소재가 쓰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용의 심장'. 용은 1천 년 전에 멸망했다고 알려지는 전설의 생물로서 이제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소재가 되었죠. 약정서 흔들며, 도망칠 생각 마세요!!라며 으름장 놓는 소녀. 스승이 남긴 지팡이에다 지금은 비록 죽었지만 명령은 명령. 결국 어떻게든 고치려고 용(龍)을 찾아 소녀와 함께 여행을 시작합니다.

시종일관 용을 찾기 위한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소녀는 스승의 또 다른 제자 집에 얹어 살며 지팡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재료를 알아보고, 용이 살았다는 지방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죠. 그런 과정에서 소녀의 정체와 이제는 수리가 되지 않는 지팡이에 왜 이리 집착하며 수리하려는지 조금씩 밝혀갑니다. 전란의 시대, 왕국은 주변 나라들을 힘으로 굴복 시키며 주민들을 학살하고, 소녀는 그 희생양 중 하나였죠. 그렇게 복속된 속국의 주민인 그녀는 왕국에 끌려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며, 언제나 후드가 달린 옷을 입고 피부와 얼굴을 다 가린 채 생활을 합니다. 그런 생활에서 지팡이는 유일한 위안이었죠. 그것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이야기는 그녀가 필사적으로 왜 지팡이를 고치려는지 이해시켜 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지팡이는 왜 고장이 났는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명색이 지팡이 장인이 만든 지팡이로서 아무리 험한 전장에서 굴린다 한들 쉽게 고장 날 물건이 아니었던 거죠.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서 고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써 내려갑니다. 사람 계급에서 한 단계 아래 취급받는 속국의 출신의 그녀가 볼모로 잡혀와 살아가야 되는 입장, 볼모로 잡혀와 괴롭힘당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 가장 친하다고 여겼던 사람에게서조차 속국의 취급과 자신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저열한 말을 듣게 된다면. 자신을 살리고 죽어간 가족들을 폄하한다면. 소녀는 복수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친했던 사람은 그저 전쟁을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랐을 뿐, 악의가 없다고 해도 말이란 듣는 이에 따라 상처가 된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 지팡이는 고장 난 것입니다. 복수도 하기 전에 말이죠. 소녀는 주인공에게 지팡이를 고쳐 달라고 했습니다. 고치면 복수에 나설 것인가? 주인공과 소녀는 여행의 끝에 용의 단서를 찾습니다. 지팡이가 고쳐지면 소녀는 복수에 나설까? 그런데 지팡이는 복수하기도 전에 왜 고장이 난 것일까. 아버지는 이런 불량품 같은 지팡이를 왜 딸에게 주었을까. 지팡이의 본래 이름은...

그리고 그녀는 방계라고 해도 왕족.

맺으며: 본 작품은 단편으로서 그 흔한 모험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용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이야기들만 나오죠. 주인공은 먼치킨 따위도 아니며, 여주인 소녀도 뭔가 있는 것도 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여행을 하고 조사를 할 뿐이죠. 그러다 용에 대해 알아가고요. 용이 언급되면서 후반에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거 같은데 이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뭔 이야기인지 솔직히 아무래도 좋게 되더군요. 주인공과 소녀가 서로 이끌려 호감을 표시하거나 그렇고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없습니다. 전쟁과 마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오죠. 그래서 일기장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스승의 가게를 나와 도시로 나가는 장면에서 소녀를 만나 지팡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봐라!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팡이를 고쳐서 마법을 마구 쏴줄 테다!! 이런ㅇ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요. 그냥 고장 난 티비가 있고, as 센터에 들고 갔더니 부품이 없다 해서 기다리라길래 기다리다 끝나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느꼈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세상 유능한 스킬 중에 하필이면 전투에선 써먹을 길 없는 [감정]을 받아 뭐 평범한 상인이나 하고 살라는 하늘의 계시를 전면을 비트는 주인공.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겠죠? 주인공은 성인이 되던 날, 스킬이 뭐가 발현될까 봐줬던 신관이 EX 중에 E자만 보고 형편없는 놈이라는 평가절하 당했었습니다. 주인공도 그런가 보다하고 싸돌아다니다 뭔가 이상해 자세히 알아보니 글쎄 이 세계 최고 등급인 S 클래스를 뛰어넘는 EX 클래스라네요? 단순히 주변 물건이나 사람의 [감정]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능력까지 카피해서 내 능력으로 삼고, 세상 모든 것을 감정하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까지 첨부되어 있으니 이건 뭐 신(神)급 사기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러니까 강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능력을 카피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대상이 죽어 있다면 강령술인지 빙의인지로 불러내서 카피하면 되니까 이런 망게임 같은 거 잘도 세상에 내놨다 싶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감정] 스킬이 세상에 드러나면 그 위험성을 인지한 사람들에게 목숨이 노려진다며(악인인지 구분할 수 있으니까) 숨어지내야겠다는 초반의 다짐은 개나 줘버리고 활약하기 시작하는데, 기억을 잃은 소녀를 구하고, 어느 도시에서 뽑으면 용사로 인정된다는 검을 뽑아서 당당히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등 작가 스스로가 정했던 설정을 마구 파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이 뽑은 그 검은 무적의 가호를 내린다는 밸붕급을 겸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하늘의 게시가 내려와 세상을 멸망시킬 악룡의 부활할지 모르니 용사가 되어 무찔러 달라네요. 이로써 조용히 지내야 될 분위기는 진작에 사라졌고, 주인공은 악룡을 퇴치하기 위한 길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되죠. 그리고 당도한 왕국에서 주인공이 구한 기억을 잃은 소녀의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 글쎄 기억을 잃은 소녀는 왕녀이고, 엄마는 여왕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엄마 아니 여왕으로부터 악룡에 대해 듣게 되고, 왕녀는 역대 용사들의 빙의체가 되어...

이야기를 못 따라가겠군요.

요점은 주인공 보고 악룡을 퇴치하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끝!

이번 2권을 읽고 느낀 점: 이런 이야기와 설정으로 어떻게 도서로 내놓을 생각을 했을까. 막 갖다 붙이면 능력이 되는 개념 없는 주인공 능력, 라이트 노벨에서 빠질 수 없는 하렘을 만들면 무조건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하렘을 만듭니다만, 문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만든다는 것인데요. 그 히로인들 면면을 보면, 경박해 보이는 여신, "메인 히로인은 미성년", 판타지하면 빠질 수 없는 노예 수인 소녀, 목욕탕에 쳐들어오는 지조 없는 애 딸린 유부녀(여왕), 싸우지도 못하면서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를 왕녀 호위 여기사, 그나마 밥값 하는 떠돌이 여자 사무라이, 멍청하고 입만 산 요정 여왕, 추켜 세워주면 부모님도 팔아먹을 한량 요정(아마도 암컷인 듯), 나이 200살 "로리 할망구" 마족, 방구석 폐인들이 좋아할 만한 히로인들을 총출동 시켜 놨습니다. 그나마 판치라와 눈꼴 시려운 여자들 간의 알력은 없다는 것이 위안이군요. 그런데 남자 등장인물들은 죄다 악인으로 나오는데 괜찮은 건가? 여자 등장인물들도 변변찮긴 한데...

이들로 악룡을 토벌하러 간다는데 비장함도 없고, 각오하는 것도 없고, 어디 소풍 가듯이 왔다 갔다. 남의 충고는 개무시. 악룡에 협력하는 정령이 있다고 해서 낯짝이나 보자 해서 갔더니 왜 악당은 남자인가?라는 물음은 차지하더라도 그 악당이 세상을 멸망 시키겠다는 논리는 되지도 않는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는 빈약한 설정에 주인공 앞에서 맥도 못 추는 빈약한 분량. 안타까움이라든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없고, 읽으면 읽을수록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이걸 대체 왜 읽고 있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되더라고요. 성장하는 데 있어서 노력보다는 지름길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마인드는 차라리 시원시원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면죄부를 깔아놓고 단숨에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러 가고, 뭔가 굉장히 강해 보이는 데몬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그리고 구출되는 200살 먹은 로리 할망구 마족(작중 실제 표현). 이 캐릭은 이후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는데 왜 나온 거지?

맺으며: 결론적으로 1권에서 속아가지고 2권을 구매한 것입니다. 정신적 대미지가 장난 아니군요. 이렇게 헐렁하고 개념 없는 스토리는 두 번째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첫 번째도 같은 출판사 작품이었다는 것이고요. 메인 히로인 빼고 뭐 하러 나오는지 모를 히로인들 하며,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먼치킨 계보 주인공이라지만 그것을 빌미로 뭐든 해내는 주인공은 오히려 흥분된다기 보다... 흥분시키긴 하는군요. 이걸 1만 원(할인하면 대충 8500원)이나 주고 구입하다니 부들부들 거리게 만들었으니까요. 3권이 완결이라던데 3권까지 굳이 안 봐도 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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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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