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의 이세계는 異世界가 아니라 裏世界입니다. 직역하면 대충 뒷세계쯤 되는 것으로 판타지의 이세계(異世界)는 그래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지만 본 작품에서 이세계(裏世界)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죠. 주로 일본에서의 도시 전설과 괴담에 등장하는 괴이들이 득시글 거리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글리치라는 지뢰 같은 괴이는 땅에 깔려 있다 사람이 밟는 순간 갈가리 찢어 죽이기도 합니다. 괴이와 접촉하게 된 사람은 제4종으로 변질되어 인간의 틀을 벗어난 무언가가 되어 버립니다. 사실상 죽음을 뜻하는데, 경우에 따라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소라오와 토리코처럼 어떤 능력을 얻기도 합니다. 작중의 분위기는 마치 악몽을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는 게 특징이고요. 裏世界는 누구나 갈 수 없지만, 명상을 통해 인식을 하게 되면 갈 수 있고(그래서 사이비 종교 같은 게 등장함), 게이트를 통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진입할 수가 있습니다.

본 작품에서 도시 전설이나 괴담은 거기에 해당하는 의지(요컨대 귀신의 의지) 같은 게 현실화된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지를 가진 자들이 사는 세계에 허락도 없이 흙 발로 마구 드나든다면? 그 의지들은 살아 있는 인간에겐 호의적이지가 않죠. 이런 느낌의 6권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매번 이세계에 들어와 모험도 하고 절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밤을 넘기면서도 살아 있는 저 여자들(소라오와 토리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세계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테죠. 그러니 이세계가 그녀들과 접촉을 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세계는 인간처럼 온전한 정신과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현상으로서 그녀들에게 접근하였으나 이번엔 절에서 태어난 T씨라는 명확한 존재를 보내 그녀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소라오는 기억을 잃어버리죠. T씨는 그녀들과 접촉해서 교류보다는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T씨는 상당히 강적으로 등장합니다. 소라오는 T씨 뒤를 캐나 번번이 당해버리고, T씨에 의해 이세계와 접촉으로 무언가로 변해버린 제4종을 보호 치료하고 있었던 DS연구소까지 침입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죠. 이 연구소는 소라오와 토리코의 돈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사츠키와 연관 있는 우루미 루나가 감금되어 있기도 하고요. 여기가 뚫려 루나가 탈출하거나 T씨에 의해 다른 걸로 변해버리기도 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렇듯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이전까지는 이세계에서의 긴장감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현실에서도 이세계 못지않은 위험이 있고 그에 따른 긴장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어떻게 T씨를 물러나게는 하였지만, 이대로 놔둘 수도 없어 그를 뒤쫓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T씨와 이세계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져 갑니다. 그들은 인간과 교류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님 인간들에게서 자신들이 잊혀져 주었으면 하는지...

약간의 독해력을 요구해서 방심하며 읽다가는 무슨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6권입니다. T씨는 이세계와 인간계를 잇는 단말의 역할로서 소라오와 토리코 앞에 나타나죠. 그리곤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 합니다. DS연구소에 침입 해서도 제4종들의 기억을 지움으로서 보다 이세계에 가깝게 변질되었던 제4종들은 몰살 위기에 빠지죠. 이세계는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T씨를 인간계로 보냈는가가 이번 6권의 핵심인데, 솔직히 뭣 때문에 왔는지 해석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그저 소라오와 토리코와의 접촉을 꾀하려고 했는지, 접촉해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절에서 태어난 T씨는 실제 일본 넷상에서 퍼진 괴담이고, 괴담에서 T씨는 괴담 때문에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해결사로 등장하죠. 그래서 괴담에 심취한 소라오와 제4종들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는 모습에서 그녀와 그들을 구해주려 하는가 하는 추축을 낳게 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들러리라 예상되었던 코자쿠라 양의 활약도 여전해서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잘난 채 하면서도 무서운 건 질색하는 장면들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번 6권에서도 마음고생은 또 혼자 다 하죠. 허락도 안 했는데 집에 찾아와 짐을 풀어놓는 소라오와 토리코 때문에 골치를 썩습니다. 5권에서 구출해온 이름 없는 꼬마 소녀(안타깝게도 제4종)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한 재미고요. 사실 T씨 이야기보다 이 이름 없는 꼬마 소녀 에피소드가 더 흥미롭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제4종으로서 일반적인 소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죠(특히 먹을 것에 환장함). 소라오와 토리코는 결국 백합 커플이 되려나 봅니다. 하기사 남자 캐릭터는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겠죠. 우루미 루나는 T씨보다 강적입니다. 지금은 엄중한 경계 속에 감금되어 있지만, 소라오와 토리코를 궁지에 몰아 놓기도 했죠. 말빨은 얼마나 쎈지 소라오는 매번 휘둘리기만 합니다. T씨의 습격으로 도망갈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것에서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 아무튼 언제더라 이세계에 갇힌 미군 다음으로 긴장감 높았습니다. 루나도 그렇고, 이름 없는 소녀도 그렇고 7권이 좀 기다려지는 6권이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유명한 검술 유파 차기 계승자, 할아버지는 용사와 마왕을 무찌른 유명인, 남부러울 거 없는 생활, 친구 관계도 양호하고, 여자 소꿉친구에 약혼녀까지 둔 인싸중에 인싸. 주인공의 미래는 약속된 거나 다름없었죠. 그래서 내심 천벌을 받으라지 생각했던 필자의 마음을 하느님이 들어 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은 13살 때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됩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전생하는 건 아닙니다.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고 성녀가 있습니다. 나중에 주인공과 어떤 접점이 있을지 모를 용사는 성녀가 소환으로 지구에서 불러온 학생(아마도)입니다. 이 세계 주민은 13살 때 신전에서 기프트를 받습니다. 한마디로 능력이 무엇이고 직업이 무엇인지 정해주는 것이죠. 주인공 친구들은 창술과 대마법사를 받습니다. 소꿉친구는 상급 검사직을 받습니다. 약혼녀는 검성을 받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세상 제일의 무능'을 받습니다. 뭐 한마디로 그냥 아무것도 못하는 일반인이라는 것이죠.

능력이야말로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벌레 이하입니다. 약혼은 파기되고, 이유 없이 욕을 먹고, 길을 가면 사람들이 돌을 던집니다. 기프트를 선사하는 신(神) 아레스의 축복을 받지 못한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손바닥 뒤집은 친구는 주인공을 두들겨 패고 약혼녀를 빼앗으려 합니다. 도장에서 기절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주변 아이들은 낄낄 거리고 비아냥댑니다. 약혼녀가 좀 더 주인공을 감싸줬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유일한 아군인 할아버지는 그저 주인공이 돌아올 장소가 없어지지 않게 지키는 것뿐. 이제 주인공은 차별이 없는 학원 도시로 가서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가지고 나아가 헌터가 되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일단 왕도에 있는 어머니의 부름을 받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을 배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1권에서 엄마는 언급만 될 뿐 안 나옴). 본 작품은 여느 무능력 먼치킨의 계보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흔직세가 있겠죠. 나락으로 떨어지고 기어 올라와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주인공은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던전에서 보냅니다. 탈출 불가능한 던전에서 먹을 것이 없어 독충을 씹어 삼키고, 흔직세의 나구모가 그랬던 것처럼 팔이 뜯기고 죽음에 직면하게 되죠. 주인공에게 내려진 시련 1,000층이 되는 던전을 클리어 하라. 내려갈수록 방대해지는 맵과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살아갈 가망이 없는 환경. 주인공에게 주어진 것은 절대 부러지지 않는 나무 봉과 꽁지 빠지게 도망가게 해주는 신발, 그리고 물건 감정이라는 스킬. 상처를 회복해 주는 포션. 이걸로 아득한 시간 동안 홀로 지내야 합니다. 주인공은 왜 이 던전에 처박히게 되었나. 그것은 여행을 떠나는 날, 만난 성녀이자 이 나라의 왕녀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의뢰와 주인공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친구들은 나라에서 중요 인물이 되었음)를 바탕으로 왕녀는 주인공이 어떻게 생겨 먹었나 싶어 보러 왔고, 그길로 왕도로 같이 가게 되었죠. 그리고 왕족물에서 흔한 클리셰인 왕위 쟁탈전과 왕녀를 견제하려는 귀족의 납치극에 휘말리게 된 것입니다.

주인공이 떨어진 던전은 신(神)들의 시련장으로, 신들이 대신(代身)을 뽑는 던전이었습니다. 원래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던전(들어갈 수 없다는 언급은 없지만)이지만 주인공이 기프트를 받을 때 누군가의 개입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 때문이겠죠. 던전에 들어간 순간 외부의 시간은 정지됩니다. 던전 안에서의 시간은 흐르나 주인공은 노화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10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련을 하고 마물을 쓰려트려 자신만의 능력을 길러 가죠. 중간에서 얻은 도감이라는 수집 책자를 이용해 마물을 사육하고, 지독한 환경을 이겨내 내성을 얻어 갑니다. 이 던전은 신들이 시련을 돌파하는 곳. 그런 곳을 인간의 몸으로 돌파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해내죠.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힘을 길러 신(神)에 해당하는 마물을 사역하고 부하로 삼아갑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으면, 내성을 얻기 위해, 이길 수 있는 스킬이나 능력을 얻을 때까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수행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10만 년(하고 77년) 되던 날, 1,000층에 도달한 날. 최종 보스는 주인공을 보자마자 살려 달라고 빕니다.

맺으며: 무능력자가 힘을 얻어 먼치킨이 되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이 무능도 알고 보니 무한의 성장(혹은 가능성)이라는 신급 초레어 기프트였다는 이야기를 그리죠. 결국 신들에 선택된 주인공은 무능이 아니며, 기프트를 받을 때 누군가의 개입은 던전에 들어가면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의 성격인데요. 무능이라는 기프트를 받고 세상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망가지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괴롭힘을 당해도 원망이나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건 힘을 얻었을 때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앞 길을 막거나 부조리한 것을 보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머리를 터트려버리는 성격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힘을 얻기 전에는 공손한 존댓말로 대했던 왕녀에게 반말을 해댄다는 것이고, 언제부턴가 명령질까지 하게 되었죠. 그리고 주인공은 왕녀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습니다. 읽다 보면 왕녀가 제일 영악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이 강해졌다는 걸 알자마자 적들을 치는데 이용하려 들고, 나와 세상을 바꾸자며 가스라이팅 해대죠.

단점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요. 무능력 먼치킨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을 붙잡기 위한 왕녀의 몸부림은 처절하기 보다 발암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주인공은 허접일 때 세상 부조리를 겪으며 세상에 대해 원망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죠. 던전에서 드랍되는 책들을 읽고 신급 마물을 만나 지식을 넓혀 가며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부조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원래 세계로 돌아왔을 때 염세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왕녀 또한 부조리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며 매도해대며 떠나려는데, 왕녀는 주인공 소꿉친구를 인질로 삼아 그를 붙잡으려 하죠(이 시점에서 왕녀 목이 떨어져야 하나 메인 히로인이어서 살은 듯). 모두가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이상론을 펼치면서도 납치극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시녀를 고생 시키고(능욕 당할 뻔, 주인공이 구해줌), 제1 왕녀이면서 내 편은 거의 만들어두지도 않아 왕위 쟁탈전 중인 동생에게 처 발려 버립니다. 분명 밝은 성격에 사람들을 모으는 다정함을 엿보이는 왕녀지만, 이건 작가가 캐릭터를 잘 활용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더 참을 수 없는 건 그런 왕녀의 손을 잡는 주인공...

조금 더 써보자면, 일단 1권 한정입니다만. 의미 없이 벗어더지는 판치라와 의미 모를 호감도 상승이 없어서 좋습니다. 주인공의 어딘가 성격이 결여된 듯한, 핀트가 맞지 않는 착각 등은 좀 신선했습니다. 가령 신들의 시련이라는 던전을 클리어 해놓고 자신이 강하다는 인식보다는 던전이 허접했다고 착각한다든지.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를 앞에 두고도 약하다며 다른 놈이겠지 한다든지. 그래서 더 강해지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통에 주변을 기겁하게 만들죠. 하지만 흔직세처럼 타종족을 군기로 강화 시켜 군사조직으로 만드는 장면들은 좀 마이너스입니다. 던전에서 신급 몬스터들(진짜 신이라고 지칭됨)이 주인공을 우러러본다든지, 이런류 작품에서 이런 설정은 꼭 빠지지 않더라고요. 강해진 이후 마이웨이를 보여줄 것처럼 해놓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초식남 주인공도 조금은 발암이고요. 왕녀 납치극이나 주인공이 머물던 마을의 위기에서 부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급하게 웹본을 수정해서 도서로 출간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역시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엘프도 나옵니다. 근데 인간들에게 사기당해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군요. 인간들이라면 치를 떨고 내쫓아대는 통에 이전(사기당하기 전) 호의적일 때 지점을 내놨던 모험가 길드도 쪼그라 들어서 이젠 직원 한 명만이 남았습니다. 그 직원의 요청으로 엘프 마을에 온 주인공과 그 일행들. 주기적으로 신수(아마 세계수인 듯)에서 흘러나오는 수액 체취 때 몰려드는 마물을 물리쳐 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간단한 임무지만, 인간들을 배척하고 엘프 왕국을 세우려는 현로회 영감들이 훼방을 놓기 시작하죠. 인간들에게 사기당한 주제에 자신들은 지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그러니 우리가 엘프들을 지배하겠다고 머리에서 나사 빠진 말들을 내뱉습니다. 머리가 좋아서 사기당하다니 뭔가 모순이지 않나 싶은 일들이 벌어지죠. 현로회는 주인공과 그 일행이 받은 의뢰를 실패하게 해서 한 명 남은 길드 지점도 문 닫게 하려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 해결해 버리죠. 그리고 엘프 히로인 두 명, 정확히는 자매가 새롭게 추가됩니다. 자매는 현로회 영감들에 의해 뭔가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지고, 감금되는 등 다들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본 작품의 히로인 치고는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 와중에 2권에서 구해준 드래곤 히로인도 주인공을 보기 위해 엘프 마을까지 찾아와 소동을 벌입니다. 인외의 존재에까지 손을 뻩치는 주인공. 이제 3권까지 왔는데 히로인은 대체 몇 명인지 세는 것도 지겹습니다. 아무튼 현로회의 방해는 주인공의 발차기 한방에 끝을 고했습니다. 외에도 뭐 여러 기지 일들이 벌어지지만 크게 신경 쓸 내용은 아닙니다만. 갑자기 목욕탕에서 이제는 개도 물어가지 않을 자매덮x 시추에이션도 벌어지는 게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하기야 나라가 쇄국으로 인해 말라비틀어질 뻔하고, 여동생을 구해줬으니 좋아할 만도 하겠죠. 작가가 멍석 깔아주면 어느 히로인보다도 확실한 진도를 뺄 수 있는 게 이 엘프 자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히로인1(쿠에나, 얌전한 고양이)과 히로인2(실라, 본인 주장으로는 정실)와 히로인4(검성, 백합녀)는 모험가 S랭크에 도전하기 위해 마족의 영토로 향합니다. 저마다 S랭크 되려는 이유가 다양한 게 흥미롭습니다. 히로인1은 S랭크가 되어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히로인2는 주인공과 키스하기 위해, 히로인4는... 뭣 때문에 가는지 까먹었습니다만, 문제는 시험장이 있는 마족 영토는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이걸 뛰어넘어야 S랭크가 될 수 있다나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이 터지죠. 한편 주인공은 어떤 마족의 의뢰를 받아 S랭크 시험장이 있는 마족의 영토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영토를 집어삼키기 위해 이웃 마족이 쳐들어 오는데... 마족은 자기들끼리도 치고받고 하나 봅니다. 문제는 하필 주인공 있을 때 올게 뭐람 같은 일이 일어나죠. 주인공이 오긴 했지만 히로인1,2,4는 마족과 싸움이 나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 작품은 먼치킨 주인공, 그런 주인공에게 모여드는 히로인들(인간, 그 외 여러 종족)이라는 클리셰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필자가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을 들라면,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만 기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주인공이 도착했어도 그에게 기대지 않고 적과 싸우려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죠. 히로인들 서로가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도우고, 주인공에게 아양 떨기보다는 실력으로 돌아보게 하려 노력하고, 이번에도 마족과의 전투에서도 죽을 만큼 고생을 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 끝내버리지만요. 그리고 히로인6(히로인1의 언니, 유부녀는 아니지만 유부녀 역할)도 원군으로 등장하는 등 저마다 자기 할 일을 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히로인1과 4의 감정 변화도 볼만하죠.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둥 나에겐 성녀(히로인3, SM)가 있다는 둥 하면서도 히로인2의 목표인 주인공과의 키스전에 동참하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주인공이 강한 이유는 2권에서 언급했지 싶은데 이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나옵니다. 용사가 아닐까, 길드 마스터(로리 할망)는 아예 주인공이 용사라고 단정해버리죠. 성검도 반응 중이고요. 마왕은 아직 부재중이지만 곧 탄생할 듯합니다. 이러면 주인공은 용사, 성녀는 히로인3이 맡을 테고, 나머지 멤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뭐 다른 히로인들 중에 나오겠죠. 외에도 용사와 마왕의 관계에서 뭔가 숨은 이야기가 있는 듯해 보였습니다. 이건 차차 밝혀지겠죠.

맺으며: 이번 3권에서 흥미로운 점을 꼽으라면 용사니 마왕이니 이런 건 식상하니까 넘어가고, 히로인1,4의 감정 변화와 중증 주인공 바라기가 되어가는 히로인3(성녀, SM)의 행동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의뢰서에 붙은 주인공 사진을 오려서 포스팅하는 히로인3, 아닌척하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도달하지 못하겠다는 조바심에 주인공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 히로인1과 성녀 바라기라고 당당히 말하면서도 여자들이 주인공에게 접근하면 가까이 가지 말라는 둥 은근히 견제하는 히로인4의 행동이 상당히 재미있죠. 결국 히로인1과 4는 히로인2가 선언한 S랭크가 되면 주인공과 키스하는 경쟁에 참여하고 말죠. 참고로 S랭크 시험은 1년에 한번, 한 번에 1명만 승급되어서 모두가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경쟁이라고 해서 함정에 빠트리고 음해하고 발목 잡고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하죠. 그리고 영예의 S랭크는... 이게 진짜 백미입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 전생물이든 아니든 판타지계 라이트 노벨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단골 소재가 학원 도시죠. 주인공과 프란은 학원에서 학생들과 모의전도 해보고 겸사겸사 비정규직 강사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대장장이 아리스테아의 의뢰를 받습니다. 13권에서 주인공이 왜 검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지면서 클리셰적으로 대충 여신에 의해 소환되었다는 식이 아닌 여러 설정을 공들여 집필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었죠. 프란은 그토록 염원하던 진화를 이뤘고, 주인공은 왜 이세계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완결 시켜도 될 법도 한데 작가는 이제부터라는 것마냥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옵니다. 본진이었던 크란젤 왕국에서 학원도시가 있는 이웃 베리오스 왕국으로, 이번 14권은 학원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뜻하지 않은 두 개의 만남이 주인공과 프란을 기다리고 있었죠.

학원 도시로 가면서 모험가를 깔보는 낙오 기사와 변두리 영세 귀족 영애 호위 의뢰도 받고, 호수의 도시에서 평화에 찌들어 하향평준회 된 모험가 나부랭이들에게 위기감도 심어주는 등 주인공과 프란의 여행은 여전히 시끌벅적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그동안 말보다 주먹(물리적으로 진짜로 베어버림)이 먼저 나가고,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바로 짐 싸서 흥미를 끊어버리던 프란이 드디어 반론의 대사를 읊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란이 모험가라는 걸 알자마자 깔보고 비아냥을 걸어대던 낙오 기사가 프란의 힘을 목격하고 이번엔 힘이 있으면서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냐고 하자 프란 왈: "힘이 없으면 사람을 구하지 않아? 나는 구하는 데, 너는?"라는 부분은 꽤나 통쾌한데요. 힘은 상대적인 것으로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강함의 유무는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 수 있죠. 프란과 주인공은 늘 자기들보다 강한 자와 싸워 왔고, 죽을 위기를 숱하게 넘기며 그렇게 사람들을 구해 왔었습니다.

이제 가는 곳마다 주목받습니다. 13세밖에 되지 않은 수인 소녀가 진화를 이뤘고, 흑뢰희라는 이명을 얻었고, 모험가 B등급이 되면서 경외와 부러움을 동시에 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A등급이니 S등급이니 과물 같은 모험가가 숱하게 나와서 빛이 바랬지만 B등급은 일반 사람들은 죽어다 깨어나도 될까 말까 하는 등급이죠. 그것도 13살에, 모험가 시작하고 1년 만에 이뤘으니 신동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이제 막 모험가 시작하는 풋내기 취급받고, 그때마다 프란이 말없이 모험가 카드 꺼내 보이면 다들 뒤집어지는 촌극(이라 쓰고 클리셰)이 벌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껄렁한 무뢰배들이 이 꼬맹이가?라며 시비 털면 가타부타 없이 주인공(검)을 휘둘러 두 동강 내버렸는데, 이제 1살 더 먹었다고 프란은 말로 타이르는 어른스러운 행동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흑묘족은 프란에게 있어서 발작 버튼이라 흑묘족을 무시하면 상대가 누구든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건 여전합니다.

여차저차 학원 도시에 도착은 했는데... 리뷰 초반에 두 개의 뜻하지 않는 두 개의 만남이 있다고 언급했었잖아요. 첫 번째 인물로는 수천 년을 살아온 하이엘프 '위날렌'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학원장 클리셰로서 여성 엘프 그것도 하이엘프라는 희귀 캐릭터를 도입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로리 할망을 그리려다 양심상 차마 그러지 못했는지 로리가 되다만 체형이 되어버렸다는 것이군요. 그냥 욕구대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녀는 하이엘프답게 굉장한 실력자이며, 학원을 보호하는 정령들의 매개(트랜지스터)로 이용되고 있어서 학원 안이라면 사상 최강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나죠. 이건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무려 유부녀라는 것이고, 프란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어떤 인물의 조상쯤 된다는 것이군요. 인연이란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아련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프란은 자신의 지인과 연관이 있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지만요.

그리고 두 번째 인물, 프란에게 있어서 진화의 단서가 되어 주었고, 가족이 없었던 프란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키아라'를 죽음으로 내몬 철천지 원수가 학원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당연히 프란은 격분하게 되고 그를 죽이려 들지만 그런 프란 앞을 사상 최강의 위날렌과 정령들이 막아서는데...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프란으로 하여금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맺으며: 그동안 꼬맹이에 지나지 않았던 프란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꼬맹이 티를 벗어던지고 소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조금씩 은근슬쩍 넣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 14권이었습니다. 13살이면 슬슬 사춘기에 들어설 나이죠. 주인공의 말에 토를 단다거나, 말을 안 들으려 하는 모습 등 조금은 리얼리티 한 장면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야 된다는 것도 조금씩 인식해가죠. 예전보다 주먹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일러스트도 13살에 맞게 잘 나왔습니다. 임시지만 강사로서 병아리 같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조리 있게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는 등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의전에서는 어른스럽지 못한 면을 보이기도 하죠. 이럴 땐 아직은 뽐내고 싶은 어린애 같다는 걸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정말로 제목 작명 센스도 그렇고, 이세계 전생 먼치킨 작품이면서 이토록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는 또 있을까 싶었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2권으로부터 무려 6년, 필자가 리뷰한지 4년 6개월 만에 3권이 정발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1,2권은 품절이고요. 이제 와 중고로도 못 구하겠죠. 앞에 권은 이제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3권을 정발 한 이유를 모르겠는데, 일단 나왔으니 어떻게 진행되나 싶어 구매는 하였습니다만.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초반만 읽고 버리려 했습니다. 리뷰는 더더욱 하기 싫었고요. 요즘 법률에 대해 공부 중인데, 공부하다 보니 말을 막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 리뷰에서도 조심스럽게 되더군요. 옛날처럼 필자가 무지했다면 욕을 엄청나게 썼지 싶은 게 이 작품입니다. 흔해빠진 이세계 전이를 다루고 있다는 건 상업 라이트 노벨에서 흔한 소재이니 넘어가더라도, 학교 이지메 중 가장 최악인 셔틀 취급을 주인공에게 그것도 스스로 자원해서 하는 행동이나, 국가에서 주인공 일행들을 공공연하게 이용하겠다고 하는데도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 좋다고 따르는 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무척 난감해지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이세계 - 지구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능력을 이용해 아이들과 이세계 사람들이 원하는 지구의 물건들을 구해다 주죠. 돈? 전부 주인공이 벌어다 씁니다. 아이들은 부탁이라 쓰고 당연하게 취급하죠. 이번 3권에서는 능력 전이를 습득하게 되는데, 이 능력은 타인이 보유한 쓸모없는 능력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이 시켜줄 수 있습니다. 스킬과 능력은 중세 시대 같은 판타지에선 목숨과도 같은 거죠. 근데 주인공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약점(이용당하니까)이 될 수 있는 이 능력을 밝히고, 왕은 그런 주인공의 능력을 이용해 사업을 벌입니다(역시 이용당함). 주인공은 그에 따르고요. 물론 내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는 봉사 정신에 입각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은 시종일관 남을 도우려 하죠. 자기가 힘내서 반 아이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인공은 쩌리(무능력 먼치킨)지만 히로인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아무튼 무미건조하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도 하등 도움도 없는 스킬과 능력 이야기로 페이지 엄청 뽑아대다가 갑자기 마왕이 등장하면서 주인공 포함 아이들이 왜 이세계로 전이되었는지 하는 이유가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세계인(지구인)이랑 마왕이랑 싸워야 하지만 사실은 마왕은 착한 넘(히로인)이고 아이들을 소환한 흑막은 따로 있답니다. 땅속에 사는 어떤 저주 같은 게 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소환했다는데, 여기서 의식의 의도와 다른 일이 벌어진 결과 주인공 일행이 엄청나게 고생하게 되었다는 게 요점 같은데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중반부터 요약하면 이래요. 흑막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주인공은 엄청나게 강해지고, 타임리프 설정이 추가되고, 평행세계가 언급되고, 사실 흑막보다는 원한을 가진 어떤 인물에 의해 소환이 이루어졌고 그 인물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구해주자, 내가(주인공) 시간을 초월해 흑막과 상대하고 올게, 친구들은 '안 돼 그러면 너는...' 괜찮아 반드시 돌아갈게, 어서 와~ 애니메이션 한 편 뚝딱 다 봤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임리프와 평행세계가 되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원한을 가진 채, 그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아이들을 죽이기 위해 시공간 안에서 아득한 시간 동안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소환하는 것을 되풀이했던 어떤 소녀의 기구한 삶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일행은 평행세계에 있다 거기에 말려든 것이죠. 여기서 문득,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평행세계에서 온 사람도 같은 사람으로 봐야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아는 사람. 그렇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 한 사람뿐. 친구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고, 흑막에 의해 침식되었던 어떤 인물(주인공 일행을 소환한 주체)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놓고 보면 라이트 노벨 설정 치고는 준수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맺으며: 그러나 스킬, 스킬, 스킬, 능력, 능력, 능력... 필자는 한마디 해주지 않으며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뭣이 중한디? 목적보다 수단에 목매면 어쩌자고 틈만 나면 스킬, 능력 얘기를 참으로 꼼꼼히 언급합니다. 갑자기 마왕이 나타났네, 흑막이 나타났네 사실은 평행세계라네, 기타 등등 급전개는 따라가지도 못하겠고, 주인공의 능력은 전이밖에 없는 후위직인데 언제부터 칼 들고 설치는 전위직이 되었나 싶기도 하고. 적들이 엄청 강하다 해놓고 사실은 주인공이 더 강해 하는 뜬금없는 전개. 고생은 없고, 성장은 먹는 건가? 게임에서 현질로 능력치 올리듯이 포인트 벌어다 스테이터스에 덕지덕지. 타임머신은 또 뭔가 싶은 SF를 보는 듯하는 전개는 현실미를 떨어트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인간화할 수 있는 동물 펫들은? 그렇게 싸움에 이용하고 좋아 죽은 관계로 만들어 놓고 이들과 헤어진다는 슬픔은 없고 그냥 유기하듯이. 2부 나올 여지를 남겼는데, 제발 2부는 나오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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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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