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좋은 일도 상대에게 민폐가 될 수 있습니다.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도와주는 건 자기만족이죠. 가령 A와 B라는 국가가 있고, B 국에서 전염병이 창궐하여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A 국은 도와준답시고 허락도 안 받고 B 국에 무단으로 침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나라를 멸망 시킬 수 있는 대량의 전략 자산들을 동원해서 말이죠. 그렇게 강제로 B 국에 침입해서 자, 우리가 치료제를 가져왔으니 환자들을 데려와라(뒤에는 전략 자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B 국은 얼쑤 좋다 환자들을 대랴와야 할까, 총력전을 벌여 이 무도한 자들을 쫓아내야 할까. A 국은 미온적인 B 국에 으름장을 놓습니다. 도와주러 왔는데 반응이 왜 그래? 그야말로 선민사상이죠. 딴에는 좋은 일 한다고 치료제를 들고 와 치료해 준다고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불법 침입에다 강압이 따로 없습니다. A 국의 행동은 B라는 나라의 정치적 같은 입장 같은 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허락도 안 받고 입국한데다 자국민 치료해 주는데 뭘 망설이냐고 하면 넙죽 받아야 할까, 이걸 구실로 뭘 요구할지, 그 치료제가 독일지, 다른 정치 세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B 국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 4권은 바다 건너 동화국(國)에서 전염병이 창궐하여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히로인 3(성녀, SM) 이 치료제를 만들어 동화국에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히로인 3은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무단으로 동화국에 입국하죠. 주인공은 그런 그녀와 대량의 치료제를 운반하기 위해 흑룡들(전략 자산)을 동원합니다. 도착해서 미온적인 동화국 사람들에게 치료받으라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주인공은 거기에 동조합니다. 한편 히로인 6(유부녀는 아니지만 유부녀 역할, 전쟁광)은 대규모 선단을 꾸려 동화국에 전쟁을 겁니다. 이유는 히로인 5(닌자, 이번엔 망국의 공주인 듯)가 동화국에 의해 암살 위협받았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그건 구실이었고, 본심은 침략과 정벌이었습니다. 동화국은 해전에서 히로인 6 선단을 보기 좋게 깔아뭉갭니다. 그러나 그것도 주인공 등장 때문에 동화국은 후퇴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놓입니다. 그렇게 히로인 6은 동화국에 무혈입성을 하게 되죠. 자, 여기서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히로인 6은 동화국이 가진 사상을 없애겠다, 히로인 3(히로인 6과는 다른 나라)은 우리가 보호해 줄 테니 속국이 되어랍니다.

전체적으로 논평하자면, 히로인 5가 습격 받은 것과 동화국이 가진 사상(이건 스포일러)을 구실로 삼아 땅을 차지하기 위한 히로인 6의 정복욕에 의한 침입을 정당화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거슬립니다. 이건 뭐 역사적으로도 전쟁 명분이었긴 한데, 문제는 그게 선(善)으로 비춰진다는 것이죠. 우리가 우매한 너희들을 해방하겠다 같은, 근데 위정자(동화국, 정치인)들은 몰라도 국민들은 별 어려움 없이, 전염병이 돌고 있긴 하지만 잘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중반부터는 히로인 5의 복수극으로 선회를 하고 히로인 3과 6도 한발 물러서긴 하지만, 결국은 침략이고 내정 간섭(너희들의 사상 거슬린다 같은)을 한 후라서 한발 물러선다고 좋게 비치진 않습니다. 결국 동화국은 독립국으로서의 지위는 상실하게 되죠.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 아닌가요? 여기서 더욱 문제는 오리지널 용사로서 떡밥을 뿌려왔고 기어이 신탁을 받는 주인공이 침략당한 사람들을 보호하기보단 히로인 5, 6의 편에 서서 동화국 붕괴에 앞장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곤혹스러운 건 주인공이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 복수극에 가담하여 나라를 붕괴 시켜 나간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무엇일까. 히로인 3의 성녀 탈락이죠. 정의 없이 이긴 것은 히로인 5,6(상사(6)와 부하(5) 관계)이 되겠고요.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동화국에 간섭할 수 있게 되었으니 히로인 6으로서는 소귀의 목적을 달성했죠. 이래서 이번 4권은 불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명분 없는 침략자가 이겼으니까요. 그리고 히로인 3은 허락도 안 받고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 강제 선행을 하고 히로인 6이 쳐들어와 전쟁을 벌이는데 중재하지도 않고, 막지도 않고, 중재해야 되지 않냐는 주인공의 말에 내가 왜요?라고 하니 여신이 노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그래서 주인공이 용사로서 정식 신탁이 내려질 때 그녀는 성녀로서 탈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가 하라고 하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수동적인 데다 주변 상황을 이해하길 거부하고(히로인 6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뭔 일이 터지면(히로인 6이 쳐들어 왔는데도) 내 일 아니라는 듯, 그러다 지인(주로 히로인)이 좀 안 좋은 대우를 받으면 너 죽었어하며 다 죽여대는 주인공이 아무리 주인공 버프를 받았다지만 진짜로 용사를 시켜주는 건 굉장한 에러로 다가옵니다.

맺으며: 이번 4권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들라면 역시나 성녀 발탁이 되겠습니다. 히로인 3의 선행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베푸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신탁에 의해 성녀로 발탁된 히로인(중대 스포일러)은 상대와 눈 높이를 맞추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선행이었는데, 이 차이는 절대적이죠. 그래서 더더욱 주인공이 용사로 발탁된 게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데 자동이 된 적이 없거든요. 있다면 기껏해야 히로인들 구하는 것이었죠. 이번 4권에서도 히로인 6이 명분 없이 쳐들어와서 동화국을 집어삼키려는데도 막는 것보다 어떻게 다스릴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래놓고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알 바 아니랍니다. 이게 주인공으로서 할 말인가. 주인공에게 정떨어지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이것 말고도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근본 없는 호감도인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들, 대체 주인공이 뭘 해줬기에 호감도가 그렇게 올라가죠? 주인공의 머릿속에서는 일찌감치 삭제된 옛날에 구해준 일? 좀 도와줬다고? 뭐 좋아하는 감정이야 첫눈에도 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지만, 그거와는 다른 싼 티 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일본 작품들의 고질병이 이겁니다. 처음엔 만 좀 신선하지 권수가 지나면 다들 한결같아지니 식상하기 그지없어요. 그래서 필자는 4권에서 하차.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출세욕도 없고 명예욕도 없고 그저 은퇴해서 놀고 싶은 주인공은 황제가 파티에 불러도 응하지 않은 채 여전히 도망 중에 있습니다. 소꿉친구들이 이루어낸 실적을 나눠 받았더니 어느새 쭉정이 레벨 8이 되어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영웅 반열에 올랐지만 실상은 주먹 한방에 죽을 수 있는 종이 몸뚱아리다 보니 황제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여했다 탄로라도 나면 인생 끝입니다. 뭐 자기는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는 하는데, 가봐야 귀찮은 일 다 떠넘길 테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불러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인생은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되겠죠. 고향에서 소꿉친구들과 기세 좋게 헌터가 되기 위해 제도로 올라오긴 했는데, 무능력 먼치킨이 아닌 글자 그대로 마을 사람 A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으로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하는 소꿉친구들에게 폐가 될까 은퇴하고 싶지만 주인공을 끔찍이 아끼는 소꿉친구들 때문에 은퇴는 고사하고 언제 뒷치기 당해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소꿉친구들이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통에 적을 양산중에 있거든요.

이번 이야기는 온천 마을 대소동입니다. 어찌어찌 들판을 달리고 산을 넘어 죽을 고생을 한 끝에 다다른 온천마을에서 황제가 주최하는 파티가 끝나길 느긋하게 기다리자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건 뻔하죠. 시작부터 대도적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보고가 돌아다니면서 이거 주인공과 엮이겠구나 하는 떡밥을 던집니다. 물론 주인공도 그 정보를 접하지만, 내가 말이야 쭉정이 레벨 8이지만 영웅 반열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내 이름 앞으로 지명 의뢰 났으니까 겁먹고 도망가지 않겠어? 퍽이나. 주인공이 도망 다니는 두 번째 이유가 이거죠. 헌터를 싫어하는 백작이 주인공 앞으로 도적단을 퇴치하는 지명 의뢰를 내지만, 귀찮게 내가 왜? 이러며 도망을 선택한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그런데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도적단이 똭하고 나타납니다. 도적단 단장 왈: 레벨 8이나 되는 주인공 멱을 따서 우리 도작단 가치 좀 올리자.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 도적단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란 것입니다. 체계가 잡혀 있고, 고도로 훈련이 되어 있어서 레벨 7인 아놀드도 한방에 골로 보내버리는 실력자들이라는 것.

그러나 유념해야 될 것은 본 작품은 드래곤 볼이 아니라 개그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착각물이기도 하죠. 주인공은 운이 드럽게 없어서 사건에 휘말리는 빈도는 높지만, 회피 능력은 만렙이라서 언제나 사건을 피해 가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게 특징이죠. 이번에도 도적단을 상대하는 건 그가 아닌 엉뚱한 무언가들, 온천 마을은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주인공이 내리는 천 개의 시련이라며 또 찬양하고, 주인공이니까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지르는 것이겠지 하는데, 말려드는 건 일반 시민들과 인 외의 무언가들. 온천 드래곤이 온천에 몸 담그러 왔다가 히로인(소꿉친구)에 의해 수육 될 뻔하고, 주인공에게 들러붙어 살려 달라고 아양 떠는 장면들은 한편의 코미디물을 방불케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을 뒤쫓아온 아놀드와 그의 똘마니들과 길드 접수원들과 호위꾼들까지 싸잡혀 개고생 하는데, 이것도 다 주인공이 내린 천 개의 시련이라는 둥 주인공의 업보는 날로 커져만 가죠. 근데 정작 주인공 애당초 생각 없이 살아가는지라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뭔 상황인지도 파악 못합니다.

맺으며: 리즈와 시트리에 이어 드디어 다른 소꿉친구들이 합류합니다. 역시나 개개인의 개성이 엄청나게 강하군요. 어딘가 일반인들과는 상식이 동떨어져 있는 게,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움직이는 재앙 덩어리들이겠죠. 물론 아포칼립스적인 재앙은 아닌데, 아니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 작품은 개그물인지라 나사 빠진 그런 모습들을 보입니다. 나사가 빠져 있다 보니 호러도 아무렇지 않게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가 이들이고, 그 예로 지목되는 게 주인공이죠. 주인공에 심취했다기 보다 보호 욕구와 사모하는 마음이 충만해서 놓아주지 않는 그런 분위기를 마구 뿌려대는데, 주인공 말이라면 그게 얼마나 부조리하든 들어주려 하는 게 호러라는 표현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군요. 아마 주인공 성격이 현실을 외면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게 된 원인이 이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은 도적들을 마주하고도 상황적으로 이넘들 도적들이라는 생각보다는 일반인들이 왜 칼 들고?라는 상황 판단을 아예 안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죠. 결국 소꿉친구들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주인공은 이해하는 걸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주인공 성격 때문에 조금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키테가미 쿄코 씨리즈 10권 중 8번째 이야기입니다. 대뜸 왜 8번째냐면, 신간으로 8, 9, 10권이 동시에 떴고, 필자는 승차권(8번째)이 1권인 줄 알았을 뿐(권수 표시 없이 제목만 표기돼서). 나중에야 제목으로 검색하니 총 10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뭐, 1권부터 안 봐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는 작품입니다. 보아하니 중심인물은 보디가드 '오야기리 마모루'와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 뿐인 거 같거든요(아마도).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니시오 이신'이 되겠습니다. 예전에 한번, 본 작가의 작품을 리뷰한 적이 있긴 한데 하필 여자애에게 납치된 청년의 이야기라는 다소 난해한 이야기라서 이후 본 작가의 작품은 피해 왔었군요. 이번 승차권은 그때의 난해함을 없애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구입을 했었는데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해야겠습니다.

본 작품은 탐정물로서 흔히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진범을 찾아내거나 그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를 풀어놓습니다.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짧게 표현하고 금방 해결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죠. 그리고 특이하게도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의 기억은 하루가 지나면 리셋이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면 하루 만에 풀어내야만 하죠. 다음날이 되면 사건과 당사자들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비밀 엄수가 철저해야 되는 이쪽 세계에서 그녀의 이런 망각 증세는 무엇보다 완벽에서 그녀에게 의뢰를 맡기는 단골이 제법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당신 누구?가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극히 좁아지는 단점을 안고 있죠. 그래서 그녀는 필수 인원을 잊지 않기 위해 팔이나 배(사람 배)에 이름을 적어놓곤 합니다.

'오야기리 마모루'는 경비원(보디가드)입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은 경찰만큼이나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에 연약한 그녀에게 보디가드는 필수죠. 그는 오키테가미 쿄코 탐정 사무실에 입사한지 반년이 되었습니다. 일단 본 승차권에서는 쿄코 탐정의 시각이 아닌 '마모루'의 시각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는 본연의 임무인 보디가드이면서 사무실 허드렛일을 맡아하고,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죠. 여기서 라이트 노벨 특유의 주종 관계 같은, 가령 호감도 올리는 청춘 드라마 같은 요소는 없습니다. 문학 소설처럼 현실성 있는 사회, 일반적인 회사 같은 그림을 그리죠. 이번 승차권에서는 매번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대로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그러해서 입에 풀칠하려면 일반 회사처럼 영업에도 신경 써야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녀와 보디가드는 영업을 위한 여행을 떠나죠.

그런데 탐정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건 픽션이라며 치부했던 것을 비웃듯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납니다. 열차에서, 여객선에서, 수상 비행기에서, 관광버스에서. 그리고 멋지게 해결합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건 사건의 개요와 해답 편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우리가 쉽게 놓치는 부분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하는 것을 탐정물의 기본이라 치면, 본 작품에서는 가령 범행 동기를 위해 다른 동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다소 이색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밀실 트릭은 기본으로 나오고 3중 4중 트릭도 나오죠. 이렇게 열심히 영업 여행을 하면서 사건도 해결하고 사무실 인지도도 올리긴 했는데, 망각의 탐정에게 있어서 이 모든 건 내일이 되면 다 잊히게 됩니다. 그리고 돈도 벌리지 않아 보름 만에 복귀 루트를 타죠.

맺으며: 무난하게 재미있습니다. 본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들라면 추리를 풀어내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보단 보디가드 '마모루'를 짐꾼이나 힘쓰는 일, 문짝을 뜯어내게 한다던가에 이용하는 게 흥미롭죠. 탐정은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그를 돼지로 불러대고, 수상 비행기가 타고 싶어서 그를 위장 남편으로 만들어서까지 열정을 보이는 구석 등이 재미있습니다. 망각 탐정은 내일이 되면 모든 걸 잊어버리죠. 그래서 그를 잊지 않기 위해 급한 대로 팔이나 배에 그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 놓습니다. 다음날이 되면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삶의 방식과 탐정으로서의 지식은 리셋이 되지 않는 듯하더군요. 그리고 성격도. 사무실로 돌아와 뒷정리는 보디가드에게 시키고 자기는 피로를 풀겠다고 풀석 쓰러저 자는 걸 두고 공평하죠? 이럽니다. 물론 악녀의 기질로 하는 행동은 아닌, 친밀감과 유일하게 곁에 있어주고,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존재의 의미로 해석해야겠죠.

 

 

 

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런 포즈 어떨까, 저런 포즈 어떨까, 달빛 아래에서 어쩌고저쩌고 기타 등등. 주인공은 여전히 중2병에 심취해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게 자기는 세상을 중2병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 정작 주변이 중2병 행세하면 안타까워하는 이상한 성격을 가졌죠. 그래서 누나가 재액의 마녀 아우로라와 합체 중인 것도 모르고 있으며(이상한 상상 ㄴㄴ), 그로 인해 팔에 이상한 마법진이 새겨지고, 이공간에 끌려 들어가 고초를 겪는데 이쯤 되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서 말을 꺼내보면 주인공은 그런 컨셉인가?하며 남일 대하듯. 그래서 누나는 여전히 동생의 도움과 이해를 받지 못한 채 이번 5권에서는 죽음 직전까지 몰리게 되죠. 원래 섀도우 가든의 일곱 그림자가 항상 보디가드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위험할 때 구해주곤 하는데, 이번에 그 역할을 맡은 '제타(섀도우 가든 제6석)'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 소원을 들어주려 하는 제타와 그로 인해 고초를 겪게 되는 누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디아블로 교단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국가의 뒤에서, 어둠 속에서, 지하의 세계에서 온갖 곳에 마수를 뻗쳐 세상을 다시금 혼돈의 세계로 만들려고 암약 중이지만 그 실상은 그저 자신들의 몸보신을 위해 타락한지 오래되었죠. 섀도우 가든 때문에 마인 디아블로 부활이 자꾸만 미뤄지다 보니 안달이 난 상태며, 이번엔 주인공이 다니는 학원 지하에 봉인된 디아블로 오른팔(의미 그대로 오른팔)을 부활 시키려 합니다. 여기서 주인공 누나가 휘말려 고초를 겪게 되는데, 주인공은 또 가출? 그러다 돌아오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이에 누나를 구해줘야 할 '제타'는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누나를 사지로 내몰아 버립니다. 주인공의 소원은 600년 이상 영원을 사는 것이죠. 이번엔 '제타'의 과거가 나옵니다. 그녀의 과거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릴 적 일가족과 일족을 모두 인간들에 의해 잃어버린 제타는 이제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게 되였죠.

히로인이 주인공에게 너무 심취하게 되면 어떤 짓을 벌이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간들을 향한 복수를 위해 무엇을 이용해야 될지, 그로 인해 동료들과 적대한다고 해도, 오로지 주인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도의 길을 걷겠다는 제타의 마음을 참 절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누나는 그 피해자가 되죠. 어릴 때부터 디아블로 교단에 납치되어 디아블로 부활에 이용되기 직전에 항상 섀도우 가든에 의해 구출되곤 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섀도우 가든의 일원에 의해 디아블로 부활에 이용되다니. 디아블로를 이용해 영원의 생명(실제로 교단은 이를 이용 중)을 주인공에게. 그러해서 이 작품에서는 호의와 무관심은 표리일체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호의로 인해 히로인의 성격은 극단적이 되어 버렸고, 호의만 줘놓고 그 히로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피해는 누나가 받게 되었죠.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이런 점입니다. 주인공은 세상을 중2병으로만 보고 주변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이번엔 피를 꽤 많이 흩뿌립니다. 교단이 본격적으로 디아블로 부활을 꿈꾸면서 하필 학교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오른팔을 부활 시키기 위해 학생들을 대거 희생 시켜 버리죠. 주인공 누나는 떼굴떼굴 굴러다니고, 주인공은 언제나 컨셉이니 이벤트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즐기고, 그러다 소 뒷걸음질에 개구리 잡듯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게 흥미 포인트라면 흥미 포인트입니다. 아무튼 이번 5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디아블로 오른팔에 대한 것(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하나는 어릴 때부터 주인공에게 거둬져 가족처럼 지내왔던 섀도우 가든(7명)은 제타로 인해 분열과 대결로 치닫게 되었다는 것이군요. 누나는 여전히 떼굴떼굴 굴러다닐 운명인 거 같고요. 주인공은 똥 폼 잡는 것에 사활을 겁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주워온 아니 주워오면 안 될 무언가는 6권에서 등장하지 싶은데 조금 기대가 됩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최종장입니다. 유에가 잡혀가고 반광란 상태에 빠졌던 주인공은 어찌어찌 준비를 거쳐 신(神) 에히트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 갑니다. 지상에서 인간들과 수인들은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대통합을 이뤄 대규모 병력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개떼처럼 몰려오는 사도들을 맞아 죽기 살기로 응전에 임합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주인공이 지원해 준 각종 아티팩트 등으로 백중세를 이루지만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인간 쪽. 이세계로 전이되었던 아이들도 저마다 성장과 각오와 용기로 무장하고 마지막 전장에 섭니다. 하지만 늘 이런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 있죠. '질 거 같지가 않다'. 근데 얘들 주인공에게 너무 기대는 거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이지메 당할 때는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아 놓고, 신(神)을 이기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너도나도 주인공을 치켜세우는 게 조금 노골적입니다. 그리고 고기 방패가 되어 죽어나가는 것은 얘들이 아니라 이세계 사람들.

주인공과 신(神) 에히트의 싸움은 이 작품에서 메인이 아닙니다. 몸을 에히트에게 강탈당한 유에를 탈환하고 꽁냥꽁냥 하는 게 목표죠. 어쨌거나 그러려면 에히트와 싸워야 하는데, 처음엔 백중세, 이후 주인공이 밀림, 많이 밀림, 엄청 두들겨 맞음, 주인공이 준비했던 무기들은 죄다 소진되고, 주인공이 품었던 희망을 짓밟아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을 안겨 주며 에히트는 희열에 빠짐.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사실 이전 다른 작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근래 일본 작품들에서 일본만이 가졌던 열혈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가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작가는 자신만의 중2병식 진행을 할 거라 했고, 그에 맞게 중2병식 진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죠. 스킬 명과 주인공이 개발했던 각종 아티팩트들의 찬란함에서 보여주는 중2병은 유치하다기보단 오히려 후련함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번 13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그렇다 보니 암울하거나 위기감, 절망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질 거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 느낌대로 작중 진행은 애초에 신(神) 에히트는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는, 그렇게 사전 포석을 깔아 놓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언제부턴가 유에를 제일 우선으로 쳤으며, 그에 따라 에히트를 쓰러트리는 것보단 유에를 되찾는 것을 고집하고 그 고집에 따라 최선을 다해 원래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끔 포석을 깔아둔 것처럼 에히트와의 싸움은 그다지 처절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물론 엄청 두들겨 맞지만, 중요한 것은 유에의 영혼을 느끼는 것이고 아직 영혼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은 그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이끌어 내면 되는 일. 여기서 한 가지 독자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오글거리는 꽁냥꽁냥은 얼굴에 철판 깔고 잘만 쓰면서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장면은 정작 부끄러웠는지 작가가 쓰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신(神)은 죽었다. 스포일러가 아니라 어떤 도서의 제목이었던 거 같은데, 애초에 신이 인간에게 질리가 없잖아 하는 게 공통의 인식이겠죠. 그래서 본 작품은 신(神)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줍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밀레디'의 출연. 외전 제로의 여주인공으로서 깐족 거리며 사람 허파 다 뒤집어 놓으면서도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아깝지 않게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최후도 그립니다. 이 날을 위해 수백 년을 골렘의 모습으로 홀로 살아왔던 그녀,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려와준 주인공을 위해 그녀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수백 년 전에는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 수백 년이 흘러 자신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드디어 신(神)에이트와 마주한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은. 그리고 마침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그녀에게 주인공이 건넨 한마디 '세계의 수호자' 이것으로 그녀는 마침내 보답을 받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편의 나구모(주인공)의 엔딩보다는 밀레디의 엔딩에서 그녀의 친구들이 마중 나와주고, 시일이 흘러 윤회를 거쳐 다시 오스카(외전 제로 주인공)와 재회하는 장면은 그 무엇보다 깊은 감명을 느끼게 했습니다.

맺으며: 최종장이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 중2병은 최고조를 달립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도 떼의 돌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상황임에도 심각하다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혈이 없어 아쉽지만, 중2병을 가미하며 분위기가 이완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최종 엔딩은 뭐 독자들이 생각하는 그런 흐름입니다. 이성 간 관계는 풋풋함보다는 저돌적이고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하렘 꾸리는 걸 마다하지 않으며, 손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걸 또 숨김없이 집필하는 작가의 뻔뻔함도 대단합니다. 어쨌거나 최종장입니다. 주인공 이외의 아이들도 묻히지 않게 분량을 잘 조절했으며, 덩달아 제로(외전)도 완전하게 끝맺음 해줘서 기승전결 면에서는 그 어느 작품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뭐 사실 적을 이긴다 집에 간다. 용사가 마왕을 무찌른다와 일맥 상통하여 조금은 클리셰적이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표지 유에 다리 누가 그렸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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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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