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외전은 과거 오라리오를 피로 물들였던 죽음의 7일간에 있었던 일들을 '류'와 그녀가 속한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시각에서 풀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때는 이블스와 사신(死神)의 침공으로 오라리오는 미증유의 대혼란의 겪는 시기였죠. 이에 천성적으로 정의감이 강했고, 정의를 관장하는 여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에 속하게 되면서 류는 더욱 강박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그녀는 정의감에 너무 충실하여 사람들을 구하려 몸을 사리지 않은 걸 당연시했으며, 자신만의 선(善)에 선(線)을 그어 놓고 그 선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잘못되었다며 히스테릭에 가까운 의문(그것이 옳은 것인가)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그것이 1권에서 친우의 죽음을 겪고, 2권에서 이블스의 공격에서 자신들(주민들)을 구해주려는 모험가들에게 고맙다 하기는커녕 왜 진작에 구해주지 않았냐는 매도의 말을 들으면서 정의란 무엇인지 헷갈려 하기 시작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죽어 나가고, 구해주려는 자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도 않은 채, 자기가 죽을 위험에 처하자 책임 전가식 매도의 말을 듣는다면 당사자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가 이번 2권의 주제입니다.

이블스에 의해 포위당한 오라리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갑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려는 모험가들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 않았고, 그 틈을 찔러 자폭 공격 해오는 이블스들에 의해 주민들과 모험가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아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로키 파밀리아와 프레이야 파밀리아에 대항하기 위해 레벨 7짜리 모험가 둘을 이블스에 가담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흑룡 토벌에 실패하여 공중분해된 제우스 파밀리아와 헤라 파밀리아에 속한 자들이죠. 당시에는 오탈이 레벨 6쯤에 해당할 뿐 이외에는 고만고만한 시기였으니 레벨 7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의 오라리오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이들의 투입은 단순히 악당들은 강하고 정의는 약하다, 약한 정의가 강한 악에 맞서 싸우게 하는 클리셰로 치부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고 넌지시 복선을 깔고 있으니 이점을 잘 찾아 읽는 것이 이번 외전의 흥미도 유무를 판가름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튼 레벨 7로 인해 로키 파밀리아는 걸레짝이 되어가고, 한번 패배한 오탈은 짧은 시간에 수련한다고 동료들을 쥐잡듯이 합니다.

당연하게도 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제법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는 정의가 무엇인지 답을 찾아 방황하고, 마음이 망가져갈 때 사신은 달콤한 말로 그녀의 마음에 침투합니다. 주민들은 살 곳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마음이 닳아갑니다. 그 울분을 토할 곳을 찾은 게 자신들을 도와주는 모험가들이고, 모든 잘못을 모험가들에게 전가하며 모험가들을 고립시켜 가죠. 이블스와 사신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분란을 조장하고, 그럴수록 류는 친우를 잃은 상실감이 더해져 정의감을 잃어 가고 감정이 소모되어 갑니다. 아무도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정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2권에서는 줄곧 이 물음을 사신의 입을 통해 던집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 올바른 일을 하는 것? 올바른 일이란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신은 두 가지 길을 그녀에게 제시합니다. 한 사람을 구할 것인가, 여러 사람을 구할 것인가. 정의는 소(小)를 희생하고 대(大)를 구하는 것인가? 류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블스의 공격을 받아 죽어가면서 그녀(류)에 대한 노래를 입에 담습니다.

죽음의 7일간, 6일째. 이미 본편에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최후가 다가옵니다. 정의를 위해 레벨 2짜리들이 레벨 7에 대항하며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거린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의는 굴복하지 않는 것,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믿는 것. 그렇기에 그녀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이야기 내내 그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직감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일명 플래그라고 하죠. 류는 정신이 흐릿해지는 괴정에서 정의란 무엇인지를 아스피의 노래에서 찾아냅니다. 모두가 죽어가고, 모두가 힘을 내고, 짓밟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단 하나의 감정. 그리고 날짜는 6일째가 됩니다. 사신이 진정으로 뭘 하려는지 밝혀지면서 오라리오에 진짜 위기가 찾아오죠. 그리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도 예정된 운명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사실 아스트레아 레코드는 또 다른 외전인 소드오라토리아의 비기닝쯤 된다 할 수 있습니다. 소드오라토리아의 주된 이야기가 이블스 잔당 소탕과 아이즈의 태생에 관련된 이야기죠. 이번 2권에서 아이즈에 관한 단서가 새롭게 드러납니다. 던전에 관한 복선도 나오고요. 그로 인해 레벨 7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왜 이블스에 가담하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죠. 1권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1권에서도 복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작가가 악을 표현하는 것에서 상당한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에덴의 동산에서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인 뱀처럼, 사신은 악과 정의는 표리일체라는 달콤한 말들을 들먹이며 류를 꼬시는 장면은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즈의 뽀족한 모습도 볼 수 있고, 아직 상식이 부족한 그녀를 가르치는 자상한 엄마 같은 리베리아도 인상적입니다.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고 있었군요. 어린 나이에 단장의 자리를 물려받고, 이블스의 공격에 파밀리아를 규합하고 주민들을 구하고자 하지만 미숙한 그녀에겐 큰 짐으로 다가오죠. 그러나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망가진 류를 정신 차리게 하면서 사태의 전환점을 맞게 하는 아주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게 후반 흥미 포인트입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제가 주최하는 백검 모임에 초대되었지만 가봐야 쭈구리 신세에 부담만 지울 거 같아 바캉스라 쓰고 도주했던 주인공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보니 모임이 3일 후로 연기되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이번 6권은 결국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나아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황제 호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 무능 먼처킨처럼 무능이지만 무능이 아닌 여느 주인공과 달리 본 작품의 주인공은 글자 그대로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죠.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결국 이야기가 진행되면 주인공만의 능력을 발휘해서 결국 먼치킨이 되어가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습니다. 진짜 한결같아서 이거 하나만은 높은 점수를 줄만 하죠. 그런 주인공에게 황제 호위라는 특명이 내려졌으니 이번에야말로 토하는 걸로 끝나지 않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난관에 봉착하면 허세와 운빨과 주변의 착각으로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 해나가는 게 이 작품만의 흥미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임 이야기가 나오면 따라붙는 것이 황제 암살이죠.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황제를 시해하려는 자가 나타나고 그걸 우연찮게 주인공이 제지하면서 황제의 눈에 들어 호위로 발탁된다는 솔직히 클리셰 중 클리셰입니다만, 본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그걸 의도한 것도 바란 것도 아니었죠. 언동과 행동으로 인해, 즉 인과 관계가 겹쳐져서... 같은 어려운 말은 접어두고 그냥 왕녀에게 몹쓸 짓(?) 하다가 우연찮게 시해를 막게 된, 주인공 의도와는 완전 반대로 가는 사태가 벌어지죠. 주인공은 그저 농땡이 부리고 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케익이나 먹으러 가고 싶은 인생 파탄자 거든요. 그러니 이 사태가 달가울 리 없죠. 이것도 클리셰라면 클리세일 수는 있으나 호위로 발탁되었다고 해도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적당히 남에게 다 떠넘기려 기회만 엿보고 실제로 위기가 찾아오지만 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운빨로 사태가 해결될 뿐. 그렇게 국제회의 장소로 출발은 했는데, 이 암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란 말씀.

입만 열었다 하면 도발이 되고, 배려하는 말은 상대의 약점을 건드려 욱하게 만들고, 내가(주인공이) 알지도 못하는 일을 질문해오니 회피하려 했던 말은 복선이 되어 사태로 번지고, 그러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네놈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욕설 듣는 건 기본. 진짜로 뭔가 일이 터지면 주인공이 숨겨서 이렇게 된 거라 주변이 착각하고 주인공은 이걸 바로 잡지 않으니 걸어 다니는 역병신(疫病神, 역 한자가 염병할 염으로 주인공과 딱 어울림) 취급 당하기 일수. 단순히 역병신 취급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이제 보면 도시에서 혼자 걸어 다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적을 양산해서라는 느낌을 들게 하죠. 주인공이 뭔 말을 했다 하면 그걸 들은 당사자는 무슨 인과인지 개고생 하게 되거든요(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티노). 이번 6권을 예로 들면, 같이 호위로 나선 '크류스'라는 판타지로 치면 엘프녀가 주인공에 휘둘려서 죽다가 살아나고, 또 다른 호위 동료는 주인공의 역병신 행동에 몸 져 누워 버립니다.

이렇듯 회의 장소로 가는 내내 주인공이 내뱉은 말 때문에 소동에 휘말려 가죠. 거기에 범죄 조직이 끼는 건 덤. 황제 측근은 이 역병신 놈을 죽일 수도 없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지만 주인공의 역병신 레벨은 그것을 초월해버리고 맙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일으킨 주인공이 자신이 내뱉은 말을 곱씹으며 대비를 하면 그나마 나은데, 그걸 상대가 오롯이 떠안게 되니까 좋을 리 없고, 이걸 알리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상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는데도 너 님 왜 그래? 같은, 남의 일처럼 대하니까, 거기에 너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걸 왜 나한테 이럼? 같은, 남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전가해버리니 상대는 미치고 졸도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성격 파탄자이면서도 운빨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태는 주인공이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대로 풀려간다는 것에서 질이 더 안 좋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천하의 dog 쌍놈이면서도 사태를 해결하고 원래의 임무를 마치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게 더 열받는...

맺으며: 본 작품은 착각물입니다. 주인공은 궁지에 몰린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고, 상대는 그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해버리죠. 그리고 성질 고약하게 진의가 불분명한 회피성 말은 현실이 되고요. 거기에 주변은 휘말려 고생하게 되고, 당연히 고생을 했으니 친구가 될 리도 없게 되죠. 사실 겉으로 보나 속으로 보나 주인공은 쭉정이 종이 인형인 걸 빤히 아는데도 그의 레벨 8에 낚여 설마설마하다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주인공 동료들이 그를 리더로 추대하고 실적으로 나눠줌으로써 당대 내로라하는 영웅(가짜)으로 만들어버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도 못 가는 어쩌면 이 작품 최대 피해자죠. 일반인보다 못한 능력과 사고력은 마을 사람 A보다 못한 행동력을 보여주고 레벨 8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괴리감을 발생하게 함으로서 주변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리니 이보다 역병신이 또 있을까 싶죠. 그래서 대갚음해 주기 식 남에게 다 떠넘기고, 고생한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적인 말을 늘어놓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걸 의도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보니 주변은 더 미치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야~ 무려 근 7년 만에 2권이 나왔습니다. 이게 말이 돼요? 3년만 더 채웠으면 강산이 변했을 텐데, 서울 간 오빠가 7년간 소식 없다 이제서야 나 잘 있어 하며 연락이 왔습니다. 이 호로자식 같은, 집에 오면 아주 죽어 그냥. 그래도 얼굴 좀 보고 싶어 2권을 구매하긴 했습니다만. 구매는 했으니 리뷰를 써야겠죠. 근데 1권이 생각 안 나 1권 리뷰 써놓은 거 봤는데 내가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7년 전에 필자는 중2병에 걸려 있었나 봅니다. 오글거려서 읽다가 말았군요. 아무튼 본 작품은 판타지물입니다. 이세계 전생물은 아니고요. 수습 여신 아리체가 스승(여신)이 만든 검을 찾아 지상으로 내려와 대장간을 차려 무기를 만들고, 고가의 무기를 선뜻 구매 못하는 거지 모험자들에게 렌탈해 주며 살아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환수 가 씨(가고일 석상)와 둘이서 시작한 렌탈점은 주인공(코테츠)이 합류하고, 돈에 환장한 히로인, 아리체를 스승으로 모시는 히로인이 합류하면서 나날이 번창하는 중이죠. 이들의 모토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기를 사용케 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마물을 쓰러트리는 것.

눈을 떠보니 도시 밖에 던전이 생겼습니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그것으로 인해 도시는 소동이 일어나고 주인공을 위시한 렌탈점은 한몫 잡을 기회를 얻죠. 던전이란 자고로 보물 덩어리란 말씀, 당연히 그걸 노리는 모험자들이 몰려옵니다. 발 빠르게 현지 지점도 열며 렌탈점은 호황을 맞아가죠. 하지만 도시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그에 따른 노가다도 해야 되는 처지에 놓이고, 모험자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도우미도 해야 되는 등 바쁜 날을 보냅니다. 그러다 알게 되죠. 아리체가 지상으로 온 이유의 주범도 그 던전에 있다는 것을요. 이번 2권에서는 아리체가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가 밝혀집니다(1권에서 이미 밝혀졌는지는 기억 안 남). 그녀는 천계에서 분실된 어떤 물건을 찾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죠. 그리고 그걸 어떤 마물이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 마물은 신(神)에 필적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서 주인공은 물론이고 아리체도 섣불리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천계에서 일어났던 분실 사건의 주범이 모습을 들어내고, 던전 심층으로 나아가면서 이전까진 어딘가 코믹스러운 일상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비일상으로 접어듭니다.

사실 던전이 출현하고 그에 따른 혼란과 소동이 일어나지만 렌탈점은 그 소동에 편승하며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그걸 도우미와 모험자들에게 빌려주며 돈을 벌어가는 이야기를 주된 이야기로 이끌어 갑니다. 그러다 아리체가 찾는 어떤 물건을 가진 마물과 천계에서 분실 사건을 일으킨 주범을 만나면서 전투에 돌입하게 되고 이런 장면들은 개그를 훌쩍 뛰어넘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투가 됩니다. 뭐 그래도 아리체는 여신인 관계로 크게 나서지는 못하고(뭐 하러 내려온?) 주된 선공은 주인공이 도맡아 하면서 고생을 참 많이 하게 되죠. 그러다 마물이 왜(어째서가 아닌, 왜) 아리체가 찾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그 마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연민도 느껴가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후반은 인간과 마물은 공존할 수 있는가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즉, 마물을 지키려는 존재도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은 마물에게서 인간을 지키려는 주인공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에서 주인공을 망설이게 하죠. 그렇다면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던전을 포함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까 주인공은 찾아야만 합니다.

맺으며: 사실 본 작품은 근본적으로 개그물이다 보니 심각한 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다녀왔어! 어서 와~ 같은 부류죠. 오히려 이번 2권은 렌탈점의 본질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아리체를 비롯한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무기를 만들어 모험자들에게 빌려주며 돈을 버는 일상이죠. 거기에 아리체가 지상에 내려온 이유를 끼얹으며 다른 모험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 보고 해결하라고 하니 이야기가 탈선해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튼 밥을 하라고 했더니 집을 태우는 아리체와 돈에 환장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히로인과 기사 같으면서도 대장장이 일을 하는 히로인, 눈에서 빔에 나가는 가 씨등, 개그물답게 코믹스러운 장면들도 제법 되고,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꽤 귀여운 타입의 작품입니다. 7년 만에 나와서 1권은 구하지도 못하겠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근데 1권 e복도 없이 2권 출시라니.. 출판사는 무슨 생각인지....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간은 아니고요. 이미 e북으로 5권까지 나왔고, 이번에 종이책으로 1권이 나왔습니다. 뭘까 싶어 궁금증이 생겨 구입은 하였습니다만. 이세계 전생 라이프 계열로서 글자 그대로 모험보다는 일상생활을 즐기는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주인공은 현실 지구에서 40대 샐러리맨으로 블랙 기업에서 혹사당하다 죽어 이세계로 전생하였죠. 전직 프로그래머로서 실력을 살려 대장장이로 전직해서 무기 등을 만들어 팔아 생활을 해나갑니다. 전생하면서 관련 치트를 받았고, 그 치트 덕분에 품질이 매우 좋은 무기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렇게 품질 좋은 무기들을 만들었다고 시중에 막 풀어놓거나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깨닫긴 하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이세계 밸런스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아무튼 어느 날 곰과 사투를 벌이다 패하여 사경을 헤매던 '사먀'라는 호랑인 수인(메인 히로인)을 주워다 치료해 주었더니 무슨 박씨 물어오는 제비마냥 그녀는 주인공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해 오는 등 아예 주인공 집에 눌러 앉아 버립니다.

둘이서 무기도 만들고 어쩌고 하다가 만들어진 무기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근처 마을에 갑니다. 혹시 약속된 일처럼 강한 마물이 주인공에게 시비 걸었다 패하거나 다쳐서 주인공이 보살펴준 끝에 반려동물이 되는 에피소드 있을까 했지만 없습니다. 습격하는 산적도 없고, 도적도 없고, 강도도 없고, 쫓기는 영애도 없고, 시비 터는 귀족도 없습니다. 양념이 삼삼하게 된 반찬을 먹는 기분입니다. 숙주나물 무침은 언제나 맛있죠. 좌판을 열어 진열했더니 처음엔 당연히 잘 안 팔립니다. 하루아침에 떼부자 되는 건 공상에서나 있는 일이죠. 하지만 그렇게 몇 번 좌판을 열었더니 조금씩 팔립니다. 기름 좔좔 흐르는 뚱땡이 귀족이나 양아치가 자릿세 내라고 시비 걸까 하는 약속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밥상이 온통 풀밭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드워프 소녀가 다짜고짜 도자개를 하며 제자로 받아 달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만든 무기에 매료되었다나요. 주인공은 인큐버스가 아님에도 이성을 매혹하는 스킬을 가졌나 봅니다. 이로써 두 번째 히로인이 탄생합니다. 알고 보니 주인공이 받아주지 않았다면 객사할 뻔했다나요.

시종일관 무기를 만들고, 마을에 가서 팔고, 무기 만들고, 팔고, 식구가 늘었으니 집도 만들고, 사냥하고, 낚시하고, 진짜 충실하게 이세계 라이프를 구가합니다. 마물과 싸움 붙을까 했더니 주인공이 지나가면 다 도망가 버립니다. 이걸 읽고 있는 필자 인생 재미없습니다. 근데 주인공 지구에서 혹사당하던 사축 아니었나. 이왕 이세계 왔으니 좀 더 충실하게 놀고먹고 나이 40(전생하며 30) 되었으면 2세라도 만들던지. 그런 낌새도 없으니 필자 지갑은 울고. 날 밝으면 무기 만들고 뭐 만들고, 나무 짜르고 패고, 물 길어 오고 사슴 배 가르고, 토끼로 스테이크 만들고, 새(버드)로 뭐 만들고, 사슴 뼈는 왜 버리는데? 수프 만들 때 국물 내면 얼마나 좋은데. 숙성은 들어봤나? 겨울철 아니면 야생동물은 누린내 심하다는 건 알고? 이래서 이런 작품 집필하는 작가들 시골에서 몇 년 살게 해야 된다니까. 고증이 하나도 없잖아요. 아무튼 집을 만들었으니 침대도 만들고, 오! 드디어 2세 계획이라도? 그런 거 없다. 쓸데없이 일러스트는 고퀄이네. 전부 쑥맥인지 나이 최소 20대(사먀도 25세)면 알 거 다 알지 않나? 왜 낭낭 18세처럼 얼굴만 붉히는 건가요.

마법 하나면 모든 게 해결이고 설명이 된다지만, 이왕 이세계 라이프를 주제로 했으면 그에 따른 리스크나 어려움도 표현해도 좋았지 않았나 싶더군요. 가령 위생 문제, 과거 중세 시대를 막 벗어날 시점 비누를 개발하면서 영아 사망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졌다고 하죠. 주인공은 비누를 언제 개발하려는지 기약이 없습니다. 지구에서 나이 40이면 비누에 익숙해졌을 텐데, 이세계에서 씻을 때 찝찝하지 않나.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 문제도 있을 텐데 호수의 물을 그냥 쓰네. 그 호수에 잡아온 사슴이나 멧돼지 담가 뒀잖아? 연못이나 호수 관련 유툽에서 생닭을 넣어두니 거머리가 그렇게 달라붙던데, 이세계에는 거머리 없나. 멧돼지 해체할 때도 멧돼지는 기생충 끝판왕인데 이세계 멧돼지는 기생충이 없는 걸까. 그래도 옛날에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고기는 맛있긴 하더군요. 이런 고증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왕 슬로 라이프를 그린다면 이런 어려움도 있다는 걸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괜실이 미디어에서 귀농 라이프 보고 나도 귀농하는 것처럼(했다가 90% 망함), 본 작품 보고 나도 이세계 하는 사람은 없길 바랍니다.

맺으며: e북으로 5권이나 정발 되었으면 나름 잘 팔린다는 뜻일 텐데, 이쪽 계통 독자들의 취향을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생활도 나름 신선하긴 합니다. 복잡한 복선이나 플래그도 없고, 주인공을 놓고 히로인 간 치정 싸움도 없으니 술술 읽힙니다. 돌려 말하면 독자들의 상상력을 부풀릴만한 모험담도 없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무기 만드는 장면들도 쇳물을 틀에 붓는다, 두들긴다, 그냥 완성되어 버린다 같은 단순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게 제일 불만이었군요. 작가는 사전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걸까요. 중세 시대를 표방한 판타지니까 단조보단 주조에 중점을 둔 거 같긴 한데, 타이틀에 대장간을 붙였다면 혼을 불러오는 그런 제조를 독자들이 바랐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걸까요. 무사들이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웃긴 점은 드워프 소녀가 주인공이 작업하는 걸 보며 정성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치트 때문에 정성을 다해버리면 세계 멸망급 무기가 탄생하게 되긴 합니다만, 이걸 어떻게 조절하는 게 작가의 능력이겠죠. 픽션에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고증에 가까운 노력이라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셰릴(히로인)은 주인공이 맡겨둔 유물을 카츠라기(만물상)와 동업 형식으로 해서 가게를 열어 판매에 나서려 합니다. 보통 판타지의 길드처럼 매입해 주는 곳에 팔아버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주인공에게 이쁨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된 그녀로서는 모험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가게 여는데 무슨 모험식이나 하나 하겠지만, 그녀가 있는 곳은 도시의 슬럼이고, 그녀가 속한 조직은 약소 조직으로서 항상 주변 조직들의 노림을 받곤 하는 처지에 놓여 있죠.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조직은 와해, 그녀는 몹쓸 짓을 당한 끝에 잘해야 사창가, 최악의 경우 살해당하는 미래밖에 없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막 헌터가 된 시기에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직이 와해될 뻔한 이후 어떻게 주인공을 설득해 뒷배로 앉힐 수 있었던 셰릴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주인공에게 갖다 받치려 하고, 그가 뒷배로서 계속 존재하길 희망하고 있죠. 주인공은 얼마 전엔 30억짜리 현상 수배범도 잡는 등 날로 강해지면서 이제 도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뒷배로 있으면 적어도 그녀의 가게를 노리는 멍청이는 없을 거라는 계산이 깔렸습니다만.

왜 불나방들이 모여드냐고요. 유물은 아직 창고에 보관 중에 있습니다. 가게를 당장 열고 싶다고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단 같이 사업할 사장님들도 모읍니다. 아마 이 시점에서 소문이 나버린 모양이겠죠. 그래서 장소가 장소인 만큼 창고를 경비할 세com 직원들을 고용하고 이름난 주인공의 코스프레를 한 조직원들도 배치해 건들면 홍콩 가는 거야를 만방에 알렸는데 유적에 가는 것보다 털기 쉽다고 여긴 어중이떠중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물리적인 표현으로 시체의 산이 쌓여 갑니다. 이쯤에서 위험하다는 걸 인식하고 장사를 접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밀어붙입니다. 결국 슬럼 양대 거대 조직들에게까지 찍히면서 슬럼가 전체를 끌어들이는 대 난장판이 벌어집니다. 조직 간 대규모 항쟁이 일어나고 거기에 들어가는 돈과 물자를 대기 위해 유물이 보관된 창고를 털고자 인간형 병기까지 동원해 쳐들어오는 지경에 이르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이름을 날린 주인공이 뒷배로 있고, 주인공이 직접 경비까지 서고 있는데 쳐들어오다니 날(주인공) 무시해도 유분수지 하며 꼭지 돌아버린 주인공도 가세하여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이번 5권에서 흥미로운 건 세 치 혀에 농락당하는 사람들이군요. 뒤에서 정보 조작과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고, 사실도 아니지만 거짓말도 안 했다는 화법으로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해 조직 간 항쟁을 붙이고, 그러려면 돈 필요하지? 그럼 셰릴의 유물 창고를 습격해, 그렇게 유도하는 어떤 정보상의 활약으로 덩달아 주인공도 당하는 이야기를 그리죠. 뒤로는 사태를 안 좋게 흘러가게 만들고, 앞에서는 그렇게 흘러가는 건 내 말을 듣지 않은 니들 잘못이다, 그렇게 믿도록 하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문제는 이 중심에 세릴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고, 양대 조직의 습격을 받으면서 그녀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져 가죠. 안 그래도 주인공이 자길 버릴까 노심초사인데다 그가 맡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유물 판매 사업까지, 이제 15~6세 밖에 안 된 그녀로서는 먹고살기 위한 수준을 넘어서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셰릴의 인생사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한 번도 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줄만하죠. 헌터들을 고용해 최선의 방어를 선택하고, 끝끝내 창고가 박살이 나면서 좌절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추스르려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죠.

맺으며: 근데 저 정보상은 왜 조직 간 항쟁을 붙이고 주인공과 셰릴을 이용했는가. 이건 앞으로의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이번 5권부터 싸움의 주체가 많이 바뀌는 거 같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유적을 지키는 생체 병기들이 상대였다면, 이번 5권부터는 인간들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군요. 슬럼 조직 간 항쟁,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의 이상성(이건 사실 중요한 포인트지만 작가가 아직 크게 언급하지 않은 관계로), 그리고 주인공처럼 구세계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헌터들의 언급은 알파의 존재가 현실 세계에 들통날 수 있다는 것과 그녀와 비슷한 내비게이터의 존재할 수 있디라는 복선을 낳았습니다(사실 카츠야도 알파 같은 존재가 붙어 있을 수 있다는 복선은 이미 앞의 권에서 언급됨). 즉, 언제든 주인공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적(인간)이 주인공을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죠(이미 등장하기 시작). 이번 5권에서도 주인공을 농락한 정보상의 뒷배로 도시가 언급되면서 주인공은 앞으로 도시와도 싸워야 할지 모른다는 복선도 낳았습니다. 아무튼 작가 님, 기승전결로 끝낼 거 같이 해놓고 그렇게 끝내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이 찝찝함을 어떻게 보상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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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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