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 너무 강했습니다. 휘두른 팔 한 방에 몸은 조각조각, 머리만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호러, 몰려드는 피라냐(수룡), 자동 회복 스킬로 어떻게 몸뚱어리를 재생 시키고 대륙에 상륙. 다행히도 마왕은 여주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하는지 엄한 곳을 뒤지고 있습니다. 아니 처음엔 조각조각 났으니 죽은 줄 알았지. 이참에 행동반경을 넓히던 여주는 도적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던 마차를 구해주었죠.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겨 마차에서 내리는 아기를 감정한 순간. 그리고 미래, 필자가 남주로 취급 중인 용사의 나라를 멸망 시키고 많은 이들을 세뇌하여 용사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유고'의 편에 서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소피아 케렌'. 아이들이 이세계로 전생하고, 성장하여 각자의 길을 걸을 때까지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이번 5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4권 리뷰 말미에 배신자라고 언급했던 인물이 '소피아'인데요. 일단 히로인이고, 얘도 반 친구 중 하나입니다. 선생님에 따르면 관리자는 이세계인들을 키워 잡아먹으려는 아주 나쁜 신(神)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소피아는 왜 그런 관리자 편에 서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하였었죠.

과거이자 현재, 그 '소피아 케렌'이 갓난 아기인 채로 어느 아줌마의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이것은 운명적인 만남일까. 여주는 소피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기에 인족을 배신하고 관리자 편에 섰는가. 그런데 배신자라고 칭한 건 잘못되었다고 5권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래, 간신히 엘프 마을에 도착한 용사 일행은 '유고'가 이끄는 대군을 맞아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뭔가를 숨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약이 있어서 알려 주고 싶어도 못 알려주는 처지이고, 그래서 엘프 족장(그녀의 아버지)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고, 그거와 별개로 선생님이라는 책임을 다하려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눈물겨운 모습은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식으로 느껴지기도 했군요. 그리고 용사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소피아 케렌'. 엘프 몰살을 선언합니다. 이때까지의 서술 트릭에 농락 당해서 엘프는 좀 막무가내지만 관리자에 대항하는 선(善)의 편이라고 필자는 멋대로 착각을 했었는데요. 여전히 착각 중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5권에서 엘프들이 그녀(소피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나오면서, 선(善)의 행방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다시 과거이자 현재, 갓난아기 소피아를 구해주었던 여주는 어쩐 일인지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죠. '소피아'는 전생자입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보호하려 하는 중이었죠. 그러니 '소피아'도 보호하려 할 테고, 근데 이 시기 선생님도 아직 아기였던 시절인지라, 선생님의 말을 듣고 대신 보호하러 온 엘프가 있었으니. 이전부터 엘프는 전생자들을 보호한다기 보다 관리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둬둔다는 느낌이 강했죠. 근데 굳이 보호할 필요 없이 죽이면 더 편하잖아?라고 생각하는 엘프가 있었고, 그런 일이 소피아'에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여주가 있었죠. 여기서 서로 좋게좋게 끝났으면 사실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자는 여기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몸은 마물이라도 아직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었던 여주는 위기에 처한 그녀(소피아)를 못 본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피아를 죽이려던 엘프는 가공할 실력을 보여주었죠. 구하러 왔다 되려 위기에 빠지는 거미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입해오는 마왕. 엘프 하나로도 힘든데 마왕까지. 인생 아니 거미생 잣되었다는 게 바로 이 순간이었을 겁니다.

불타는 도시, 엘프에게서 자신(소피아)을 지키기 위해 산화해간 부모님, 엘프와 결사적으로 싸우며 자신을 구해주었던 거미녀. 여주를 만난 소피아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작가가 나쁜 겁니다. 앞에선 악(惡) 하게 표현 해놓고(필자가 선하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반전을 보여주다니. 그녀(소피아)는 갓난아기 때부터 인생 하드모드였고, 어쩌면 여주가 그녀를 구해준 건 그녀에게서 자신(여주)의 처지를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주도 태어나자마자 거미생 하드모드였죠. 아무튼 보답해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군이 되어준 거미녀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것이죠. 시종에게 안겨 처음으로 입을 연 소피아에게서 담담한 말투임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을 울리는 슬픔을 느꼈었군요. 그리고 거미녀를 부모 이상으로 따르지 않을까. 소피아에게 있어서 엘프와의 악연은 여기서부터 시작이고, 여기가 엘프 몰살을 마음먹은 시작점. 사실 리뷰에선 뺐습니다만, 도시가 불타는 것도 인간들 때문이었으니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감정을 이때 가지게 되었을 테고, 미래에 유고의 편에 선 게 아니라 꼬드겨 엘프와 같이 망하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은 것도 있습니다.

잠깐 밖에 나가 있었던 마왕, 이 작품에서 제일 극적으로 성격이 바뀌게 되고, 여주에게 가장 최악으로 당하게 되는 개체 1호가 됩니다. 구구절절 언급하는 건 귀찮으니 패스하고,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은 전생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강한 먼치킨이었던 마왕은 여주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로 인해 맥없이 무너지고 말죠. 무너졌다고 해서 죽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대충 표현하자면 여주가 가진 능력이 멋대로 저지른 음흉하고 교활하고 비겁한 방법에 당했다고만. 그것도 여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격하고 있어서 질이 더 안 좋다는 것. 아무튼 간에 마왕 입장에서는 여주를 죽어라 죽여도 부활하는데다(주인공 치트), 안 본 사이에 점점 강해지니까 소름이 막 돋는 겁니다. 그래서 가장 강하면서 가장 추악하게 당하는 웃지 못할 캐릭터가 되어 버리죠. 정신이 피폐해진 마왕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여주에게 동맹을 제안합니다. 소피아와 더블어 핵심이니까 꼭 보시길. 근데 알고 보니 여주의 할머니네? 엄마는 딸에게 죽고, 할머니도 손녀에게 처맞는 상황, 이처럼 유쾌하게 콩가루 집안을 표현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요. 그런 그녀들에게 둘러싸인 '소피아 케렌'은 과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맺으며: 그러니까 이번 5권의 요점은 악(惡)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 피해자였다는 말씀. 소피아는 용사의 나라가 멸망하는 계기가 된 인물로서 용사가 이끌어가는 정사(正史)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각인시켜 주었었죠. 선생님도 그녀를 관리자 편에 선 배신자 취급도 했었고. 그러니 보는 입장에서도 당연히 악의 이미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이번 5권에서 그녀가 왜 엘프 말살하려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를 180도 달라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이후 다른 관리자 편에 서서 진짜로 나쁜 짓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녀가 부르는 '주인님(선생님이 관리자라 부르는 인물)'이 누구인지도 이번에 밝혀지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납득과 주인님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겠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유고'는 그냥 정사(正史)에 끼지 못하는 쓰레기. 아무튼 불타는 도시를 뒤로하고 여행을 떠나는 여주와 마왕 그리고 갓난아기 소피아의 장면은 조금은 진부하면서도 조금은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주인공 취급해 주는 용사는 어쩐 일인지 갈수록 발암이 되어 갑니다. 어찌할 수 없는 강적을 만나 후퇴해서 지킬 사람은 지켜야 함에도 무모하게 닥돌 하려는 거나, 사람 말을 은근히 안 들으려 하고, 엘프들이 전생자와 자신들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면서도 지켜주려는 건 용사답다 싶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발암 그 자체였군요. 외에도 관리자와 만나 담판을 짓는 거나 여러 가지 정사(正史)에 미치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면 분량상 뺐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단 5권까지의 기준으로 엘프들은 여느 판타지와 다르게 엄청난 악당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중등부, 고등부 학생들 전원이 이세계로 단체 전이된 판타지물입니다.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는 사회 고위층 배설물 같은 곳으로서 문제아들 천지였죠.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평범하게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런 학생들은 그들(배설물들)의 이지메 표적이 되곤 하였는데요. 주인공 또한 평범하게 진학을 하였지만 '시바'라는 학생이 주도하는 이지메에 엄청나게 시달려야만 했죠. 오죽하면 학교 뒷산에 베트콩들이 즐겨 쓰던 부비트랩을 설치해놓고 그를 유인하여 죽이려 준비하였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순간 학교 전체가 이세계로 전이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죠. 그리고 도착한 곳은 빈말로도 좋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대규모 오크 떼의 습격으로 남학생들은 몰살, 여학생들은 보이는 데로 능욕 당하고 몰살. 호러 몸통 분할 콥스 파티에 능욕이 더해진 지옥도가 펼쳐지는,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였습니다. 이들이 왜 이세계로 전이했고, 그들에게 뭘 시키려는지 6권인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채, 남은 아이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그러다 우연히 스킬이라는 능력을 얻으면서 점차 오크 떼에 대항하기 시작하였었습니다.

주인공은 버프를 거는 부여 마법과 소환수를 불러내 싸우게 하는 소환마법을 얻었습니다. 그는 이지메 주동자를 죽이려고 판 함정에 오크가 걸려 죽는 바람에 레벨 업을 했고, 그렇게 힘을 얻어 여자애들을 구해 전위로 내세우고 자기는 뒤에서 버프를 걸어주는 포지션을 완성 시키죠. 메인 히로인으로 '아리스', 서브 히로인으로 '타마키', 스페어 히로인으로 '미아' 이 3명을 전투 베이스로 하며, 두뇌 역할이자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겉은 멀쩡하지만 정신이 망가진 히로인 '시키'가 있고, 그 외에 여럿 엑스트라 히로인들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다 죽었거나 작가의 관심을 못 받고 있죠. 그리고 위기에 빠지면 사랑이 싹튼다고, 사태가 벌어진 지 2일도 지나지 않아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이 서로 눈이 맞아 동침하는 파격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이세계 전이 전에는 학년 자체가 달라서 누가 누군인지 모르는 상태였건만. 이후 히로인들은 좋게 말하면 서로 허물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그런 행위에 대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해대서 작품 자체를 굉장히 저렴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서로 좋아하면 그럴 수는 있지만 풋풋함이 아닌 저렴하게 느껴지니까 문제고,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갑툭튀처럼 해대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죠.

아무튼 죽을 사람은 다 죽었고, 살아남은 아이들을 규합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주인공 일행은 미처 피난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6권은 고립에서 벗어나 이세계 주민들과 합류하고, 마물들에 대항해 그들과 힘을 합쳐 싸워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세계는 마왕군과 싸우고 있었고, 주인공의 학교는 누군가에 의해 그 싸움판에 전이된 것이죠. 요컨대 휘말린 것입니다. 아직 원래 세계로 돌아갈 단서는 없고, 이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이세계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만 받아선 끝이 없기에 아이들도 전장판에 서게 되죠. 이제 콥스 파티의 무대가 된 학교에서 전형적인 이세계 판타지물로 넘어갑니다. 초반에 보여 주었던 신체 절단과 능욕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나름 성장해서 적 사천왕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되었거든요. 오크 따윈 이제 조무래기입니다. 이세계 전이 4일도 안 돼서 엄청난 인플레를 보여줍니다. 덩달아 이야기는 굉장히 지리멸렬해집니다. 마물과 싸운다 - 레벨 업 - 능력을 뭘 올리지 정한다. 이게 무한 반복됩니다. 이세계에 관한 얘기보다 능력 설명이 더 많아요.

맺으며: 6권 리뷰를 쓰면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안 하고 있는데, 사실 쓸 게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마물과 싸운다 - 레벨 업 - 능력을 올려서 다시 싸운다. 틈틈이 색드립을 날린다. 말이 좋아 색드립이지, 거의 음담패설이고. 그러다 잊은 게 생각난 것처럼 또 마물과 싸운다. 이번엔 고위 마물이네? 애들에게 버프 걸어주고 소환수를 불러내 싸우게 하자, 또 레벨 업이네? 능력 뭘 찍을지 어디 보자. 이 과정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세계 주민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세계 상황이라든지 거점을 탈환해야 된다든지 같은 삭막한 이야기만 나오죠. 히로인들은 전투에 임하면서도 위기감은 없고, 적은 강하다면서 그렇게 보이지 않고, 주인공은 전술을 분석한다면서 별 영양가 없이 지면 다 깎아 먹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위기를 맞아가며 흥미진진한가? 그런 거 없다니까요. 1권하고 분위기가 180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히로인들과의 풋풋한 러브 코미디를 찍나? 이미 할 거 다했는걸요.

5권으로부터는 무려 5년 만에, 1권으로부터는 8년 5개월 만에 6권이 나왔습니다. 아주 그냥 시대를 풍미하는군요. 거의 강산이 변할 시간이라서 그런지 필자의 감정도 그때와 사뭇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아니면 눈이 높아졌는지 단점이 너무나 많이 보였군요. 종류는 능력 설명으로 점철된 '거미입니다만'과 유사한데, 개그나 복선,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는 거미입니다만의 1/10도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필자의 주관이고요. 능력 설명이 주된 이야기임에도 작가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군요. 적어도 1~2권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갔다면 희대의 콥스 파티 절단물이 탄생했을 텐데, 왜 스스로 흥미로움을 차버리는지. 거기다 주인공 성격도 남을 희생 시켜 승리를 거머쥐려는 소시오패스 성향이 강하더만요. 어떤 목표를 위해(그리 중요한 것도 아님) 이세계 주민들이 마물과 싸우며 죽어가는데도 모른척한다든지, 자신의 하렘 중 하나인 히로인을 희생 시키면 상황을 호전 시킬 수 있다든지, 읽으면서 눈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 제법 있었군요. 겨우 4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주인공에 맹목적이 된 히로인들, 6권이나 왔는데 얘들이 이세계에 전이된 이유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작가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싶더라고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 잊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하늘은 푸르렀죠. 3권 마지막 페이지, 동굴 입구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는 여주의 일러스트는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구에서 죽어 이세계로 전생해 거미로 태어나고,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먹힐 뻔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던전에서의 생활, 그럴수록 살고자 하는 욕망과 오기. 온갖 위기와 고생을 뛰어넘어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왔으니 이제 좀 편한 생활을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 하지만 이것도 잠시, 여주는 인생 최대의 적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중층에서 화룡과 싸울 때 위화감이 들어 근원을 찾아보니 엄마가 권속 지배로 여주를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었죠. 이에 여주는 병렬 의사(다중 인격 같은 거)를 이용해 정신 공격으로 되받아 쳤고, 엄마는 형제, 자매 대군을 보내오면서 이제 결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어떻게 될 거 같아서 그런가 그동안 강적을 만나 어떻게 이겨 왔기도 했고 엄마와의 결전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여주의 안일함은 큰 대가를 불러오게 되죠.

한편 필자가 남주라고 칭하고 있는 용사(여주 반 친구) 쪽은 정사(正史)가 아닐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유고(용사와 여주 반 친구)'에 의해 나라와 여동생을 빼앗기고 도망자 신세가 된 용사는 엘프의 나라로 향하는데요. '유고'가 대군을 이끌고 엘프의 나라를 침공한다고 하니 막아야 하는 것도 있고, 엘프의 나라에서 보호되고 있는 전생자(반 친구들)들도 만나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많이 절망적이죠. 마왕군도 엘프의 나라로 진군중이거든요. 엘프의 나라에 도착해 보니 그들도 인간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죠. 반 친구들을 보호한다고 해놓고 방치 수준이고, 아이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여기에 오게 된 경위도 납치, 인신매매 등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었죠. 왜 이런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어야 할 선생님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아닌지 하는 의심이 쌓여만 갑니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여주도 만나기도 했던,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데, 그 사실이 좀 충격적이죠.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있고, 그 관리자와 적대하는 세력이 있고, 관리자들은 그들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얻으려고 이세계를 사육장 같은 걸로 만들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관리자들이 이 세계인과 전생자들에게 스킬과 능력을 준 것은 마치 닭을 성장시켜 잡아먹으려는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엘프들은 전생자들을 보호하려고 한다는데, 진실성이 없는 것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들게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관리자급의 반대 세력이 있고 엘프는 그 산하 세력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관리자 세력하에 있는 유고와 마왕군처럼요. 뭐 본인들은 거의 인식 못 하고 있는 거 같지만요. 유고와 마왕군이 엘프의 나라에 쳐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관리자의 뜻에 반하니까. 그렇다면 여주는 어느 세력일까. 통칭 관리자 D라는 사신은 여주를 찾아와 왜 이세계로 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면서 이세계가 사육장이라는 것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알려 주었다면 여주도 유도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중간중간 진화 때 내성 스킬을 미리 습득하지 않았다면 절대 진화 못하고 죽었을 거라고 사신이 언급한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여주의 상황. 그녀의 안일함은 엄마가 대지를 뚫고 솟아 올라왔을 때 공포로 되돌아옵니다.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초토화되고, 브레스 한 방에 산이 증발하는 미증유의 재앙을 접한 여주는 아무리 성장해도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요청에 여주를 요격하기 위해 찾아온 재앙X1000의 오리진 마왕은, 여주와 쏙 빼닮은 거미였고, 알고 보니 엄마는 마왕의 부하였다나요. 이 마왕은 사실 전생자(반 친구)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하였습니다. 신(神)에게 치트를 받고 주인공 버프를 받아 사기성 성장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캐사기급이거든요. 마왕이 휘두른 팔 한방에 조각조각 나버린 여주. 절체절명이란 바로 이런 거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조각조각 난 상황에서 엄마를 퇴치하고 마왕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캐사기급 마왕이 직접 엘프의 나라를 치러 간다는데, 엘프의 나라가 정말로 관리자급 대항 세력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다들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곳이 사육장이라면 마왕도 죽여 리소스로 써야 할 텐데 누가 죽이지? 씨수탉이라서 남겨두고 있는 건가.

맺으며: 이번 4권을 요약하면, 관리자와 관리자에 대항하는 세력, 그리고 관리자들에 의해 유도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것을 거부하려는 엘프. 그런 엘프를 말살하는 유고(반 친구)와 마왕군은 관리자 세력. 여주는 제3세력? 엘로 대미궁에서 용사를 만난 여주의 잔재(복제 같은 거)를 보면 그녀도 관리자가 되었지만 방관 세력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했습니다. 덤으로 1~3권 사이드 스토리(S)에 등장했던 거미는 여주의 전재였다는 것, 서술 트릭으로 여주와 용사(외에 반 친구들과도)의 시간에 괴리를 느꼈었는데, 현재 여주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동물은 태어나고 얼마 뒤 성체로 성장한다는 점을 이용한 트릭이었다는 이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군요. 그러니까 여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선 여주는 성체에 가까워졌지만 1살이고, 반 친구들도 이제야 갓난아기라는 말씀(사실 이번 4권 작중에서 언급됨). 즉 사이드 스토리(S)에서 반 친구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했을 때 여주도 그에 맞게 나이를 먹었고 성장하여 신적인 존재로 성장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튼 진(眞) 주인공은 여주라서 그런지 절체절명이라도 손에 띰을 쥐는 그런 상황은 없고, 마침 미리 준비했거나 숨겨둔 거 있는데 꺼내서 써야지 같은 느낌인지라 큰 흥미로움은 없었군요. 그보다 마왕과 여주의 조우씬이 대단했습니다. 여주가 성장하면 딱 저렇지 않을까 하는 무시무시함과 약간의 멍청함은 몇 초 등장에 비해 여운은 계속되는 신기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왕도 마왕이지만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엄마를 깨작깨작 공략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고파하는 그녀의 요망을 작가가 들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죠. 그런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판타지라면 진부하고 클리셰인 습격 받는 마차를 구해주었더니 반 친구(전생자)가 마차에서 내리네요? 위에서 언급한다는 게 잊어버렸습니다만, 유고 말고도 반 친구들 중에 배신자가 있습니다. 이 배신자 때문에 용사는 나라를 잃고 여동생을 빼앗겨야만 했죠. 다만 아직 배신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여주(이때 1살)와 그 배신자에 해당하는 반 친구(현재 1살)와 여기서 만나다니 뭔가 운명적인? 이 배신자는 여주와 만나면서 뭔가 영향을 받았던 걸까, 아님 천성이 그런 걸까, 굉장한 궁금증을 낳았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주도를 발판 삼아 한국을 접수하려 했던 일본의 야심은 주인공에 의해 뭉개지고 애꿎은 S급 헌터들만 소모시킨 결과로 끝이 났었죠. 이걸로 양국의 앙금은 봉합되나 했습니다만, 이번엔 일본에 S급 던전이 생성되면서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가죠. 제주도에서 S급 헌터를 소모한 일본은 본인들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나 제주도 만행이 알려지면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라고는 해도 굳이 픽션에까지 그걸 담아낼 필요가 있나 싶긴 했지만 굳이 리뷰에서까지 잘잘못을 따지진 않겠습니다. 아무튼 던전 브레이크로 쏟아져 나온 거인들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불어나고, 국토 40%가 궤멸되면서 일본은 이제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죠. 한편 이때의 주인공은 어느 던전을 가도 경험치 부족으로 레벨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겉몸이 달아 있을 시기입니다. 완전 레벨업 성애자처럼 기본적으로는 사람 구하는데 우선을 두지만, 그 이면에는 그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죠. 그런 상황에서 S급 헌터들조차 대항 못하는 거인들이 일본에 있네?

그의 레벨업 집착을 보고 있으면 누구 시키드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열심히인데, 사실 그동안 중간중간 던전이란 무엇이고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같은 복선이 있어 왔던지라 그런 것들을 보아온 주인공은 미래를 대비해 강해진다는 개연성이 있었긴 합니다. 그런데 완결 8권까지 몇 권 안 남은 시점에서 복선을 언제 회수하나 했더니 이번 6권부터 단숨에 회수되기 시작하는데요. 겉으로는 사람들 구하는 것이지만 속으로는 아싸!!! 경험치를 외치며 일본으로 건너간 주인공은 물 빠진 호수에서 잉어 건져내듯 거인들을 신나게 썰어 댑니다. 좀 위기도 맞아가며 하면 스릴이라도 있을 텐데 작가가 주인공을 너무 밀어주는군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S급 던전에서 던전 마스터와 마주했을 때죠. 던전 마스터는 주인공에게 제안합니다. 힘을 합치지 않겠냐고. 그에게서 던전과 마수들의 정체가 무엇이고 그 너머에 무엇이 준비되고 있는지 낱낱이 듣게 됩니다. 주인공이 힘을 얻은 것도 여느 이세계 전생물처럼 신(神)이 축복하듯 내려준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던전 마스터의 입을 통해 지구는 미증유의 위기를 마지 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주인공 아버지에 대한 복선, 미국에서 헌터 협회 관계자가 주인공을 찾아오죠. 그리고 사진 한 장을 내밉니다. 그 사진에는 아버지가 찍혀 있었죠. 그리고 미국에서 국가 권력급 헌터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버지와 국가 권력급 헌터의 죽음, 그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주인공은 미국으로 향하죠. 그리고 던전 마스터가 말했던 것들이 현실미를 띄기 시작합니다. 지구는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요. 고위 헌터들이 누군가에 의해 사냥 당하는 사태가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에 미국은 주인공에게 세계 헌터들을 지켜 줄 수 있는지 의뢰를 하는데.... 여기서 주인공의 욕심이 또 발동 해댑니다. 헌터들을 감시하다 보면 그 누군가가 찾아올 거고 그들을 때려눕히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주인공 몸은 한 개란 말이죠. 그리고 그 생각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이번 6권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들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난다 긴다 하여도 몸은 하나고, 그렇다 보니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주인공의 역린이 쌓이기 시작하고, 지구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던전과 그 던전에서 힘을 키운 주인공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맺으며: 히로인 하나 안 나오는군요. 딱히 하렘이나 판치라를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땀내나는 남정네들만 나오는 것도 보고 싶은 건 아니거든요. 그동안 몇 번이나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면서 왜 이어지질 않는 건가요. 작가가 쑥스러움이 많은 걸까요. 이번 6권에서 사건과 관련하여 히로인들을 엮었다면 감정이입을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려 차마 못 하신? 아무튼 이제 완결까지 두 권이 남은 시점에서 그동안의 복선을 회수하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던전이란 무엇이고, 왜 지구에 던전이 생성되었는지, 마수란 무엇인지 등이 밝혀지죠. 그리고 그런 것들은 전초전에 불과하고 진짜는 지금부터라는 것처럼 적(에너미)은 매우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나같이 지구에 호의적이진 않죠. 주인공도 거기에 휘말려서 결국 지구인들을 지키는 쪽이 됩니다. 이제야 주인공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적들이 투입되는군요. 아무튼 일본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근데 히로인 쪽은 쑥스러워 하면서 보는 사람이 창피해질 정도로 찬양 일색은 괜찮으신? 어쨌거나 미국 가서 아버지의 단서를 찾고 지구를 지키는 우주 방위군 어쩌고... 이야기 전개가 빨라져서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던 6권이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나이 19세, 남자, 대학 새내기, 직업 오타쿠. 돼지의 생간을 처먹고 식중독에 걸려 길바닥에서 떼굴떼굴 구르다 눈 떠보니 이세계에 돼지로 환생했더라. 이 작품이 발매된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초반 인상은 한창 이세계물이 범람할 때 출시되어 자판기나 검 같은 무기물에 거미, 드래곤등 이종족으로도 환생 시키는데 돼지가 끼여도 문제없겠지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었는데요. 일단 세계관은 나중에 언급하고, 1권에서 주인공과 히로인 간 감정 표현 하라면 딱 이렇습니다. 오타쿠답게 전생에서 이성과 인연이 없었던 주인공은 히로인과의 접촉에 과하게 흥분하고, 색드립을 날리면서도 히로인이 보내오는 호감에 낚여 수치플(혼자 착각에 의한 창피) 당하지 않겠다는 양 진짜 호감인지 예의상 호감인지를 분간하기 보다 오는 호감을 다 막아버리는 통에 히로인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런데 같이 지내고 여행하면서 그녀의 마음은 진짜 베기라는 것을 알아가지만 무엇 때문인지 주인공은 그녀를 놔주려 하죠. 이렇게 보면 인간과 돼지라는 이종족간 청춘 러브 코미디 같습니다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기 시작하죠.

눈을 떠보니 돼지 막사였고, 눈앞에 하얀 허벅지와 하얀 천이 주인공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컬러 표지라든가 등장인물 소개란에 하나같이 색드립 등 판치라 같은 모습들은 이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어 인식을 깎아 먹는 거 같아 안타까웠는데요. 이 작품은 인권을 보장 못 받는 '예스마'라는 소녀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살던 곳을 떠나 왕도로 향하며 죽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죠. 돼지우리에서 주인공(이하 돼지)을 마주한 히로인 '제스'도 '예스마'입니다. 올해 16세가 되어 그녀도 왕도로 가야만 하죠. 그 전날에 돼지(주인공)를 만난 그녀는 마치 이 세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 다정하게 돼지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돼지가 날리는 색드립을 모두 받아주고, 브러싱을 해주며 애착 인형처럼 곁에 있어주길 희망했죠. 돼지는 처음엔 그녀가 처한 현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제스'가 조금씩 뭔가를 준비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그녀에게 인권이 없다는 걸 알아가고, 예스마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이세계에 오고 그녀에게 받았던 다정한 호의를 갚아주려는 듯 헌신적으로 변하게 되죠.

그리고 둘은 왕도로 길을 떠납니다. 예스마는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시종으로만 지내야 하며, 사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16세가 되면 반드시 왕도로 가야 하며, 걸어서 가야 합니다. 운송 수단은 타면 안 되며, 아이를 가져서도 안 됩니다. 이야기는 그녀들이 왜 이런 부조리를 겪는가. 그녀들은 왜 왕도로 가야 하는가. 예스마는 어디서 오는가 등 온갖 의문점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회귀하는 연어를 노리듯 왕도로 향하는 길목에는 '예스마 사냥꾼'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수많은 예스마들이 길을 떠나지만 왕도에 도착하는 건 극소수. 그런 상황에서 돼지와 제스도 왕도로 향하죠. 법률로 예스마를 범하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무용지물, 그녀들이 차고 있는 목걸이와 신체는 비싸게 팔린다는 것. 이런 상황을 뚫고 돼지는 제스를 무사히 왕도까지 호위할 수 있을 것인가. 참고로 돼지는 글자 그대로 돼지일 뿐이고,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있는 건 머리가 코난 급으로 좋아서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것이군요.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위험을 돌파해가지만 평범한 신체인 제스와 돼지에게 있어서 사냥꾼들의 칼은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죠. 죽을 위기도 많이 넘깁니다.

돼지와 히로인이 처음 만난 날, 돼지는 어쩌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서를 얻습니다. 그러나 그 단서가 형태를 가졌을 때, 왕도에 도착한 그들에게 안타까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죠. 머리 좋은 돼지는 여행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운명을 예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복선을 깔아 놓습니다. 그래서 제스가 보내오는 감정을 외면하고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그녀가 어떻게든 사냥꾼들을 피해 왕도에 들어갈 수 있게끔 헌신적으로 노력하죠. 나 같은 건 잊으라는 식으로요. 처음 만난 날, 제스는 인권이 없는 자신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해주는 돼지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의 정이 무엇인지 알았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던집니다. 만난 지 하루도 안 돼서 알몸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돼지에 집착하죠. 그러나 왕도에 도착하면서 돼지는 알아챕니다. 자신이 이세계에 돼지로 전생한 이유를요. 그 이유가 하필이면 제스와 연관 있다는 것을요. 사실 스포일러라서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연애적인 관점도 많이 들어가 있는지라 조금만 언급해 보자면, 제스는 바랐습니다. 왕도로 향하는 길에 함께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기도를 올렸었죠.

맺으며: '브레이스'라는 예스마를 이용해 이 작품에서 예스마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두어서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여행 중 만난 브레이스는 돼지에 의해 구원받고, 돼지를 지키기 위해 산화해가는, 마지막으로 고마웠어요라는 대사는 꽤나 슬프게 하죠. 그리고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작중내내 작가의 감정 표현력이 좋습니다. 가령 왕도에서 돼지가 어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올 때 '저녁놀과 함께 다가온다'를 읊조리는 장면들은 비유적으로 심금을 울리는 게 있더군요. 그리고 여행 중간에 동물 사냥꾼 '노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놈이 제스에게 술을 먹여 여관에 데려가 침대가 삐거덕 거리네 어쩌네 하는 장면에서 관음증을 증폭 시키는 작가의 능력이 정말로 대단했군요. 물론 필자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만. 돼지는 방 밖에서 그걸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과 내 여친도 아닌데 같은, 애써 외면하는 장면들은 왠지 서글프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하고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페이지를 빨리 넘기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이군요. 이것만 해도 작가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몰입 시킬 수 있는지 잘 알 고 있는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6)
라노벨 리뷰 (898)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