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은 메인 히로인 왕녀 '로제'의 고모의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숨겨둔 딸이 있다는데, 외모는 로제랑 비슷하면서 나이가 30살이 된 외모 사기 캐릭터군요. 사실 2권이었나 3권이었나에서 등장하였지만 당시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은, 엑스트라쯤으로 여겨 기억에서도 지워졌었는데 이번 4권에서 메인으로 나올 줄이야. 그녀는 정령(3권 리뷰에서 수인으로 표현한)들을 보호하기 위해 쫓아다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던 차에 주인공에게 구원받았었죠. 이름은 '페리스(이하 고모)'. 앞으로 주인공 진영에서 계속 있을 모양입니다. 성격은 사람들을 구하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 하지만 힘은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속칭 입만 산 캐릭터였는데 이번에 주인공이 작정하고 그런 성격을 고쳐 주려 하는데요. 선대왕의 자식으로 왕궁에서 살았으나 엄마 쪽이 인간의 궤를 벗어난 존재다 보니 배척받고 쫓겨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주인공 일행과 합류하고 주인공에 의해 굴러다니면서 친엄마와 만나고 성격도 고치고, 성장도 하고, 이런 남자 처음이야를 외치며 주인공을 짝사랑하고(덤으로 주인공은 골수 둔감형 캐릭터) 기타 등등을 담당하게 되죠.

메인 히로인 '로제(이하 여주)'는 주인공 덕분에 영지의 기틀은 잡았습니다만. 중요한 영지민이 없어서 곤란을 겪는 중입니다. 썩어빠진 귀족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선 차기 왕이 되어야 하나, 다른 남매들 보다 출발이 시원찮은 상태죠. 현재의 왕은 자식들에게 영지를 얼마나 번성 시키는지에 따라 왕좌를 주겠다고 했거든요. 한마디로 심시티를 하라는 거죠. 여주는 주인공이라는 사기 캐릭터를 얻었긴 한데, 이놈의 기본 방침은 방임주의라서 정말 위기일 때 빼고는 도와주지 않습니다. 초난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쭈구리였던게 힘을 얻은 후 오만방자 거만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시련을 내릴 때면 가령 나는 하는데 너는 왜 못함? 이러는 중이라 상대를 아주 환장하게 만들죠. 그러나 마음은 따뜻한 남자로서 상대 모르게 서포트를 해줍니다만. 죽을 만큼 고생 시키면서 도와준다는 것에 질이 나쁘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4권에서 여주는 옆에 있는 광산 도시를 흡수하여 영지민을 늘리려 합니다. 하지만 좋은 말로는 올곧고, 나쁘게 말하면 꼰대 같은 영주는 여주의 제안에 꿈쩍도 하지 않죠. 이에 주인공은 이래도 안 함? 아주 나쁜 흉계를 꾸미는데요.

한편 여주의 고모도 주인공이 시련을 내려 성장시키려 하죠. 마침 고모와 여주를 노리는 1회용 돼지 귀족의 음흉한 계획을 입수한 주인공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데. 이전부터 정령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고모는 정령 마을로 향하던 중 마을을 노리는 악당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수천을 헤아리던 정령들은 인간의 탐욕에 희생되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죠(3권에서 비참한 상황이 나오기도). 여기서 고모는 시험대에 오릅니다. 입만 산 게 아니라면 이들을 구하고, 구약 성서의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이끌어 보라고. 근데 주인공에게 왜 반하냐고. 아무튼 고모는 정령 마을에서 친엄마를 만납니다. 하지만 친엄마인지는 몰라보죠. 어릴 적에 헤어졌으니까요. 친엄마는 수백 년 전 세상을 어지렵혔던 어느 악룡 봉인에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을 너무 써서 피폐해져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죠. 자, 고모는 위기에 빠진 정령 마을을 구하고, 친엄마를 알아보고 품에 안길 수 있을 것인가. 모녀의 극적인 상봉과 악룡의 부활, 그리고 모녀(덤으로 여주도)를 노리는 1회용 돼지 귀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이 내리는 시련은 가혹하기만 한데...

악(惡)군이 있고, 천(天)군이 있고 둘이 서로 싸우는 신(神)들의 세계관이고, 주인공 일행은 그런 신들이 관장하는 행성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악군은 악하고, 천군은 선의 세력인가를 들 수가 있는데, 사실 이름만 악군이고 천군이지 실상은 자기들 멋대로 사는 세계입니다. 악군은 마족 같은 악의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잘 따라주지만, 천군은 선의 세력 이미지지만 악군과 별다르지 않게 자기들 기준으로 심판하다 보니 그놈이 그놈인 상황입니다. 악군이든 천군이든 주인공이 사는 인간계에 간섭하며 온갖 악을 뿌려대죠. 여기서 웃긴 건 설정은 이들이 아무도 범접 못한다는 아득한 존재라는데, 아무리 난다 긴다 한들 주인공 앞에서는 다 평등해진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번 4권에서도 괜히 나왔다가 주인공이 히로인들에게 내리는 시련에 이용당하고 썰리며 개그를 담당하고 불쌍하게도 골로 가죠. 인간은 인간대로 우월 사상에 물들어서 세상 모두가 개판입니다. 그 이면엔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의 방임이 있었고, 그 덕분에 고모와 정령 등이 고초를 겪는, 하지만 여주는 그걸 기회로 삼으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걸 보여주죠.

맺으며: 여주의 영지 만들기도 막바지입니다. 다만 이번엔 고모에 눌려 그렇게 활약하는 장면은 없군요. 고모는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아무 힘도 없는 소시민으로서는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눈물 콧물 쏟으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죠. 그리고 도와줄 때는 확실하게 도와주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망할 놈(거만함의 극치다 보니 생리적 혐오 중)에서 서방님으로 바뀌어가는 것도 제법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슬슬 같은 레퍼토리로 가고 있어서 길어야 6권쯤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듯하더군요. 악당은 급조한 티가 많이 나고, 악군과 천군의 선악 구분 따윈 없다는 설정은 신선한데, 주인공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다 보니 식상해지는 게 있습니다. 우민한 백성들을 그냥 도와주는 것보다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게끔 단련 시켜서 적과 싸우게끔 하는 장면도 이전과 같은 레퍼토리죠. 다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있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어렵게 가는 것보다 여주가 그냥 건국 선포하는 건 어떨까 싶더라고요. 주인공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으니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할 테고, 여주가 바라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건국하고 나서 만들어가면 될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히로인들은 제법 나오지만 하렘은 아닌 것에 큰 점수를 주고, 히로인들도 주인공을 거치면서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가는 것들에도 좋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제목을 마녀의 진혼곡으로 한 이유는 본 도서를 읽어 보셔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마법을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작품은 시작합니다. 칠칠치 못한 스승을 대신해서 제자는 아침밥을 차리고, 스승을 깨우고, 같이 밥을 먹고 마법과 역사 공부를 합니다. 스승의 이름은 '리나리아(메인 히로인)'로서 100년 전 이 세계에 출현한 대현자의 13명의 제자(마법사) 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나이는 116세. 1년뿐이지만 마법사의 정점 현자의 자리에 올랐을 만큼 마법의 소질은 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도시 뒷골목에서 다 죽어가던 제자(주인공)를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이후 주인공은 가사를 도맡아 하고, 정기적으로 근처 마을에서 스승이 만든 마법 스크롤을 팔아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라이프를 이어갑니다. 밤에 제자(주인공)의 침대에 몰래 숨어드는 스승과 이제는 포기한 제자, 낮에는 서로의 등에 기대어 책을 읽는 등 처음엔 청춘 러브 코미디물인가? 하는 느낌을 물씬 풍기죠. 하지만 시작부터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 곳곳에 심어둡니다.

사람이 핏덩이 괴물로 보이는 마녀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핏덩이 괴물로 비치는 마녀가 있습니다. 사람 마음속 괴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녀가 있습니다. 미약(迷藥)을 피워 이성을 유혹하듯 이성을 홀리는 마녀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100배 느린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마녀가 있습니다. 100년 전, 13명의 마법사는 저주를 받아 '불사의 마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다크 시리어스를 표방하고 맹목적인 사랑과 죽음을 바라는 마녀들의 이야기입니다. 13명의 마법사들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는 1권에서 밝혀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지구에서 이세계로 전이했습니다. 기억을 거의 잃어버렸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죠. 그런 주인공이 왜 스승과 같이 지내나. 단순히 스승이 거둬 주었기 때문에? 스승은 제자를 끔찍이 아낍니다. 스승은 13명의 마녀 중 한 명이죠. 스승은 사람(생물 전반)이 핏덩이 괴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온전한 사람으로 보이죠. 100년 만에 온전한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은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 능력 때문일 수 있다는 단서를 던져 두기도 합니다.

불사의 저주는 그녀들의 죽음을 용서치 않습니다. 조각조각 나도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부활하죠. 그래서 마녀가 된 그녀들은 성격도 변해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걸 은연중에 밝히기도 하죠. 그녀들은 저주로 인해 아무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런 세상을 100년 넘게 살아왔으니 얼마나 끔찍할까요. 주인공은 이세게 전생이라는 설정답지 않게 일반인 이하 무능력 그 자체입니다. 나중에 무능력 먼치킨? 그리고 경계성 지능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지능 자체도 낮죠. 스승이 1년 넘게 마법을 가르쳐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완전 기둥서방에 밥벌레죠. 그러나 딱 하나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게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힘듭니다만. 마녀들은 주인공의 능력으로 구원받길 원하죠. 하지만 마녀가 되면서 성격도 변해버려, 자신이 지금 주인공에게 바라는 구원이 일그러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향한 마음은 맹목적이 되고, 다른 마녀들을 배척하려 듭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본 모습보다는 능력만을 바라는 광기의 마녀들을 보며 마음이 삐뚤어져 갑니다.

주인공은 사랑받길 원합니다. 스승은 사실 성격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며 주인공을 아까 주고 있죠. 주인공은 이걸 모릅니다. 이게 이 작품의 두 번째 핵심 포인트죠. 마녀들을 만나며 마음이 삐뚤어져 버린 주인공은 스승의 참된 마음을 몰라줍니다. 주인공은 이단 심문관과 다른 흉악한 마녀들이 쳐들어 왔을 때, 참고로 같이 저주받아 놓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상황 판단은 고사하고, 진정한 내 사랑은 어디 있냐는 둥, 스승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둥 멋대로 침울해 하고 나대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대단히 발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승에게 있어서 제자와 살았던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고, 제자에게 보냈던 마음은 진짜라는걸. 광기에 차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는 마녀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며 마음을 닫아버린 주인공은 스승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뻗대다 몇 번이나 죽을뻔한 상황에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면서도 자신을 구해준 스승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죠. 하지만 마음을 전하다 보면 통한다고 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주인공은 마녀들과 싸우며 자신의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맺으며: 상당히 골 때리는 작품입니다. 우선 주인공, 이 새x(더한 욕도 할 수 있음) 진짜 대책 없어요. 지금까지 1천 권 넘게 라이트 노벨을 읽어 왔지만 이놈처럼 대책 없는 주인공은 처음입니다. 첫 번째 마녀가 쳐들어 왔을 때 자신의 능력을 알았을 텐데도 모른 척, 이후에도 상황 판단을 못해서 스스로 위험에 빠지고, 좀 안 좋은 소리 했다고 초등생도 안 할 토라져서 나대다 죽을 뻔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이나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며(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함), 그러다 보니 스승이든 친해진 마녀든 날 사랑하지 않나?라며 그렇다면 나도 사랑하지 말아야지 멋대로 마음 닫아서 나 상처받았어요 하는 꼬라지가 진짜 보는 내내 울화통이 치밀었군요. 친해진 마녀와 마을 소녀 A가 납치되었을 때도 준비 하나 없이 쳐들어 갔다가 되레 세뇌되어 자기 손으로.... 그래놓고 나 상처받았어요. 뭐 이런 새X가 다 있나 싶더라고요. 작가 딴에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처럼 마녀들이 어르고 달래주는 마음의 완성을 그렸던 걸까요? 엔딩이 딱 그런데?

스승의 싸움 방식도 막무가내로 계획이고 나발이고 이건 미끼고 진짜는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뭉개버리듯이 대책 없이 썰리는 장면은 내가 뭘 보고 있나 싶더군요. 그 스승에 그 제자? 그래도 자신은 제자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정작 제자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해댄 지뢰 짓의 희생양이 된 건 안타깝기 그지없긴 합니다. 아무튼 520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라 리뷰는 일부만 인용했습니다. 리뷰는 거의 표면만 표현했는데, 사실 마녀들의 감정 변화나 내면 등 개개인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녀들이 왜 저주를 받아 마녀가 되었는지, 왜 성격이 바뀌어 버린 건지, 사람들에게 배척받는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어 감정이입에는 조금 애로사항이 생깁니다. 1권은 그저 주인공을 향한 마녀들의 맹목적이고 일그러진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좋아해서 영원히 내 곁에만 있으라고 잘게 잘게 썰어줄게 같은 섬뜩함을 보여주죠. 이 또한 주인공 능력(스포일러라서)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 이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뷰는 극히 필자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도서 내용과 상충할 수 있습니다.

 

 

 

 

특대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엄마를 만났어!! 거대한 빔 포를 쏘더란 말이지? 엘로 대미궁은 괴수 대혈전을 찍는 영화 세트장이었나 싶을 정도로 몬스터 하나하나 우주급 재앙 덩어리입니다. 하층으로 떨어져 다시 상층으로의 여정을 떠난 여주는 중층 마그마 지대에서 돌판에 올려진 주꾸미처럼 구워져가며 어찌어찌 돌파를 목전에 두었는데, 그리운(?) 엄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알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모성애는 애초에 없었다는 듯이 자기 새끼들을 주워 먹고 있었던 엄마. 머리에 피가 마를 새도 없이 도망가야 했던 여주. 엄마가 자신을 쫓아온 화룡(龍)을 메가 입자포로 일격에 반파 시키는 장면에서 여주가 마음에 품은 감정은 내 엄마가 강하다는 들뜸일까, 공포일까. 그런 엄마의 일격을 맞고도 다시 일어서는 화룡(龍)은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용(龍)은 이세계 재앙이라고 부를 정도, 천재지변을 일컫는 대명사의 존재. 그런 용을 일격에 반파 시킨 엄마의 능력은? 미래, 엄마와 일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복선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여주는 무럭무럭 자라서 몇 번의 진화를 거쳤고, 능력을 얻어서 이제 엄마 같은 우주 괴수급을 제외하면 적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접근하면 몹들이 다 도망가 버리는 처지가 되었죠. 그렇게 생각했고, 우쭐(하진 않았지만) 했던 시기가 그녀에게 있었습니다. 여주는 욕구 불만이 쌓여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하층에 다시 갔죠. 그리고 후회만 가득 안게 됩니다. 거기엔 숙적 지룡(龍) 아라바급 지룡들이 진을 치고 어! 왔어? 하며 반겨주고 있었거든요. 이것들 엄마와 동급, 어딜 어떻게 봐도 비벼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몇 번의 진화를 거치며 여주도 우주 괴수급으로 성장했으니까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사실 이 과정이 참 재미있죠. 여느 이세계 치트물처럼 스킬을 망라하고 고찰해가는 통에 지리멸렬해질 만도 한데 여주 특유의 개그와 긍정적인 성격으로 힘내자 같은 장면들은 마치 어린애가 반찬 투정 안 하고 골고루 주섬주섬 주워 먹는 장면 같아 귀엽게 다가오거든요(물론 필자 주관적인 느낌).

남주 쪽은 아주 난리가 났군요. 당대 용사가 마족의 침공에 대항하다 산화하고, 남주가 차세대 용사로 선정되면서 어깨가 무거워지게 되었습니다. 근데 활약할 시간도 없이 시대의 격랑에 떠밀리는... 그 왜 판타지 드라마에서 자주 써먹는 설정으로 '나라를 빼앗긴'이 있잖아요. 그 일이 남주에게도 일어납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식상한 설정이긴 한데, 이 작품이 집필될 시기엔 아직 신선한 설정이었겠죠. 2권에서 음침한 싹수를 보였던 야망의 반 친구에 의해 남주는 나라를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힘들고 무섭다고 주저앉아 있기 보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는 남주가 꽤 흥미롭죠. 근데 왜 내 편만 되면 다들 약해지는가 하는 의문점이 남습니다. 신(神)에 필적하며 세상의 이치와 근간을 알고 있으며 그에 따른 힘을 보유하고 있을 거 같았던 선생님은 왜 쪽도 못 쓰는 걸까. 그리고 적은 왜 이리 강한 걸까. 이런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주변 사람들, 누명 쓰고 도망치는 남주라는 클리셰는 좀 마이너스군요.

그리고 밝혀지는 이세계 시스템. 교회에서 '금기'라는 스킬을 매우 싫어하고 가지고 있는 사람을 즉결 처분하는 이유가 그저 악(惡)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 했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런 설정이었다면 이 작품은 3류였겠죠. 금기의 스킬을 만렙 찍었던 여주 앞에 어느 꺼먼 남자와 D라는 이세계 관리자가 접촉해옵니다. 여주가 상식 밖으로 성장하다 보니 제거하거나 좀 자중하라고 찾아온 듯한데, 자세한 건 스포일러니까 넘어가고요. 언급할 수 있는 건, 금기를 찍으면 이세계라는 존재와 근간을 알아버리게 되고, 그건 곧 신(神)의 뜻에 반하니까 교회에선 없애려 했구나 하는 걸 알게 됩니다. 교회는 신(神)을 받들고 있으니까요. 결국 이세계는 상자 정원이고, 상자 정원을 가꾸는 건 신(神)이고, 신의 유희에 따라 이세계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뭐 그런 뭐 같은 세상이라는 게 밝혀지죠. 그러니까 여주의 성장도 남주가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니게 된 것도 다 신에 의해 의도된? 그동안 흥미로웠던 주제들이 김이 팍 빠지는 순간이었군요. 그러니까 등장인물 모두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니까 흥미로울리 없죠. 요컨대 남주 인생을 곱창 낸 야망의 반 친구를 없앤들 카타르시스가 생길까 하는 문제점이 있으니까요.

맺으며: 작가가 용(龍)으로 마치 SF를 보는 듯한 현란한 장면들을 연출하는 능력은 좋았습니다. 반어법은 아니고요. 아니 반은 반어법이려나. 아무튼 여주와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들은 제법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요. 그동안 여주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했던 지룡(龍) 아라바와의 인연도 결판낼 때가 왔죠. 남주 쪽은 갑자기 차기 용사로 선택되면서 겪는 감정 변화도 볼만했습니다. 전장에 서야 한다는 것, 고등 생명(예로 인간)을 해쳐야 된다는 불안과 거부감, 공포심을 잘 표현하고 있군요. 그리고 그런 남주를 바라보며 지구에 있을 때 남자였고 이세계로 오면서 여자가 된 반 친구(히로인)가 남주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껴 가는 장면은 희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서술 트릭으로 긴가민가 했던 현재의 마왕은 혹시 여주가 아닐까 했던 궁금증은 싱겁게 풀려버렸습니다. 사실 좀만 생각해 보면 여주는 인간화를 바라고 있고, 인간과 교류를 원하고 있으니 굳이 인간과 적대 관계가 될 필요는 없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3권에서 모험가들을 도와주고 그들이 떨어트린 말린 과일에 환장하는 장면도 꽤나 희극적으로 다가오죠. 하지만 적대한다면 가차없다는 메시지도 던지기도 합니다. 이번 3권에서 여주만 특정해서 평가하자면, 사람들에게 공포로 각인되어 가고, 인간의 틀을 벗어난 미궁의 악몽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인간들끼리, 인간과 마족들로 인해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녀의 등장은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같은 흥분을 불러왔군요. 마지막 페이지 여주가 처음으로 지상 햇빛을 받는 일러스트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우리에게 소드 아트 온라인으로 잘 알려진 카와하라 레키 작가의 신작입니다. 작중 배경은 근미래 AR(증강현실, 예로 포x몬 GO)이 상용화된 세상에서 이와 접목하여 VR MMORPG가 막 개발된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다국적 기업의 주도로 VR MMORPG 통칭 AM(액추얼 매직)이 막 개발되어 테스트 겸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었고, 주인공이 속한 초등 6학년 1반 학생 41명과 선생님 두 명이 참가하게 됩니다. 사실 이 작품 도입부를 이렇게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만드는데, 1권 내용 스포일러 하듯 첫 페이지부터 다소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집니다(도입부를 전자로 바꿨다면 충격은 더 컸을지도). 본 작품은 VR MMORPG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장르는 일단 1권 기준으로 호러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호러라고 해서 유령 같은 심령계가 아닌 콥스 파티 계열의 신체 절단 공포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주인공 일행은 어떤 현상으로 인해 괴물로 변한 반 친구와 어른들과 싸우는 내용을 다루고 있죠. 표지에 애들이 디지털 4차원 세계에서 유X왕 찍을 거 같은 포즈지만, 표지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참고로 소아온과 액셀 월드와는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튼 몇 시간의 테스트 시간이 끝나고 로그 아웃을 해야 하는데 버튼이 없습니다. 보스를 잡고 나가야 하는데, 그 순간 바닥이 꺼지면서 주인공 일행은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현실 세계였죠. 그리고 느닷없는 괴물의 습격에서 살아남아 다른 아이들과의 재회를 위해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주인공은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절친과 재회는 했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불이 꺼진 게임실 내부와 그로 인한 불길함 등 사태는 녹록지가 않았습니다. 분명 현실인데 현실 같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게임 속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눈앞 괴물은 현실이라고, 사태를 직시하라고 등을 두들깁니다. 그리고 쌍둥이 여동생의 신체 변화, 게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각종 능력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다는 비현실감. 머리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셧다운 직전까지 몰리고, 비현실적인 힘으로 공격해오는 괴물은 반 친구 누군가와 닮아 있었죠. 이후부터는 VR MMO를 바탕으로 하면서 이세계물을 가미한 듯한, VR MMO는 그저 도구일 뿐이고 진실은 아이들이 생각할 수 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실험하는 듯한 복선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의 성격입니다. 갑자기 비현실적인 상황에 떨어졌고, 나 죽이자고 덤벼오는 괴물의 힘은 무시무시하지, 가만히 보니 그 괴물은 반 친구 누구와 닮아 있네요. 그렇다 보니 대처하는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고, 좋게 말하면 사람(형상을 한 무언가)을 헤치는데 주저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격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소극적인 태도는 사실 픽션에서는 약간은 발암적인 요소가 되죠. 그러니까 소아온의 키리토처럼 사태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를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그래도 작가의 주인공 보정은 들어가 있어서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 나가긴 합니다. 그전에는 합류한 여동생이 야무지게 주인공을 챙기고 이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여동생도 사실 사태가 일어나고 오빠(주인공)와 합류한 후 떡밥 덩어리가 되어 버리죠. 그리고 이야기는 여동생을 이용하여 사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판단의 근거로 삼기 시작합니다. 바로 괴물의 생성 과정이 어떻게 되는가와 왜 이런 사태에 빠지게 되었나.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들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게 아닐까 싶었군요.

맺으며: 한정적인 공간에서 숨통을 조이는 듯한 공포도 나름 잘 표현했고, 누군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복선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잘 나열하고 있지만 역시나 주인공 성격을 좀 과감하게 해야 되지 않나 싶더군요. 평범한 초등 소년이 콥스 파티 같은 사지가 찢기는 공포 현장에 떨어져 뇌가 굳어가는 현실미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좀비 영화에서 좀비에 물린 친구를 살릴 수 있다느니 하며 다른 사람들 몰살 시켜가는 그런 성격이더군요. 그러니까 망설임으로 인하여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는 타입? 다행히 후반부터는 조금씩 개선되어가긴 합니다만. 그리고 무슨 일이든 자신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반장과의 알력(목숨 구해준 주인공을 괴물 취급이나 하는 놈)에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들도 발암입니다. 그 반장은 위험할 때 제일 먼저 도망가고, 무언가의 습격에서조차 다른 아이들을 도와주기는 고사하고 숨어버린 그런 놈을 응징하는 게 주인공이 할 일이건만 왜 입 한번 뻥끗하지 않고 시다바리가 되어 버리냔 말입니다. 그러고 한다는 소리가 다른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둥, 제법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죠. 그리고 여동생은 복선 덩어리라는 전재가 있긴 하지만, 사태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해나가는 반면에 주인공은 현실을 자각하지 못해 언제나 여동생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하는 이해력 부족 등 왜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했는지 이해를 못 할 장면이 더러 있어서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왜 주인공을 이세계로 불러들여서 떼죽음 당하게 하는가'가 이번 13권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가정 교육을 잘 받아서 예의 바르게 잘 자랐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게 되었고, 평범하게 학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만. 특별부록 외전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지구는 이세계만큼 이세계틱한 세상이었고, 특출한 능력(즉사)을 지구에 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주인공은 무언가로부터 늘 신변 위협에 시달렸죠. 그의 입장에서는 사실 현재의 상황은 이세계나 지구나 별반 다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구에 있을 때도 자신에게 살의를 보내오는 존재가 무엇이든 간에 조건반사적으로 즉사치트가 발동되고, 그렇게 몸을 지켜 왔으니 이세계에서도 그게 달라지진 않겠죠. 그렇게 1~12권까지 이세계에서 주인공에 의해 죽은 사람만 6천만 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현자에 의해 세계가 리셋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되살아 났지만 주인공에 의해 죽은 사람은 부활하지 못했죠. 주인공이 가진 즉사 스킬은 상대를 근원적인, 존재 자체를 지워버림으로써 부활, 윤회(환생)도 원천적으로 되지 않는 아주 무시무시한 능력이거든요.

어쨌거나 현자 '반'에 의해 지저 퀘스트에 참여한 주인공 일행은 현자의 돌을 받기 위해 퀘스트 최종 보스가 있는 곳으로 출발은 했는데, 필자가 봐도 좀 지리멸렬한 이야기만 펼쳐지더군요. 그래서 작가는 마침 독자의 마음을 읽을 것처럼 아주 재미있는 설정을 넣습니다. 바로 주인공의 악행(?)을 까발려서 공공의 적이 되게 하는 것.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인공으로 인해 죽은 사람만 6천만 명이거든요. 그러니 가족, 친구 등을 잃은 사람도 많을 거란 말이죠? 대현자가 리셋하며 다른 사람들은 다 살렸는데 주인공으로 인해 죽은 사람은 대현자도 부활 시키지 못했고, 마침 현자 '반'에 의해 진행 중인 지저 퀘스트가 재미없어서 참견하려고 주인공의 만행을 까발리며 그를 죽이면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을 부활 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누가 대현자가요. 거기에 강제력까지 걸어버리니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제 퀘스트고 나발이고, 사람들은 최종 보스를 클리어해서 매일 뭐같이 내는 세금을 리셋 시키는 것에서 이제 주인공 때려잡는 퀘스트로 바뀌고 주인공은 쫓기는 신세가 되죠. 현자들은 이세계 운영에 센스가 없어서 안 그래도 개판이 되어 가는데 이젠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어찌어찌 지저 퀘스트 최종 보스 구역까진 오긴 했는데 잡으라는 보스는 안 잡고 사람들이...

맺으며: 거의 클라이맥스에 진입했습니다. 이세계 전이의 원흉인 대현자도 모습을 드러냈고, 온갖 치트가 난무하는데 복제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처럼 현자의 돌도 무한 증식 시키면서 그동안의 고생이 뭐였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흐름을 보이는데, 이런 흐름이야 원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죠. 여전히 주인공의 능력을 얕잡아 보고 가볍게 덤볐다 무겁게 퇴장하는 등장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주인공급이지만 주인공에게 걸리면 엑스트라인 건 여전 합니다. 그래도 6천만 명쯤 죽으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쯤은 학습하게 되는군요. 그중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부터, 포획(?) 할 때 살의만 보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안까지 나왔고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가는데, 아쉽게도 14권이 완결이라서 빛을 보는 일은 없을 듯하군요. 그러고 보니 이번 13권은 현실적인 물음을 던지는데요. 사람을 죽였으면 죄책감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닌가?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려 하는데요. 사실 주인공은 가만히 있다 공격받은 피해자이고, 살기 위해 반격한 것뿐임에도 가해자가 되어 있는 부조리라 할 수 있는데, 이게 법이나 감정적으로 좀 어렵단 말이죠. 한마디로 정당방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를 논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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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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